금융당국, 금리산정체계 정비 및 은행권 상생금융 활성화 방안 논의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금리산정 투명하게 공개하고 민생 위한 상생금융 당부 은행권, 은행 밖의 상생 금융 전담기구 설치 통해 별도 기관에서의 운영 동의 ‘고무줄’ 대출금리에 대한 정부 및 은행권 입장 팽팽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은행권 금리산정체계 정비 방향과 은행권 상생금융 현황 및 활성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해당 논의에서 주목할 부분은 은행권 밖에서 상생금융 전담 기구를 설치해 관련 업무에 집중하는 부분에 참가자들 대부분이 동의했다는 점이다. 한편 이번 논의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시중은행 ‘고무줄 금리’와 관련해 은행권은 내부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 줄 것을 금융 당국에 요청했다.
금융위원회,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 제7차 실무작업반’ 개최
금융위원회가 지난 5월 3일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 제7차 실무작업반’을 개최하고 은행권 금리산정체계 정비 방향과 은행권 상생금융 현황 및 활성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4일 밝혔다.
참가자들은 ‘은행권 금리산정체계 정비방향’과 관련하여 금리 인상·인하기에 은행권의 대출금리 조정 속도가 일관적이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 논의했다. 이에 지난해 개정한 ‘대출금리 모범규준’에 따라 은행별 대출금리 산정을 관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또한 금리 인상·인하기에 은행의 기준금리, 가산금리, 우대금리를 비교·분석할 수 있도록 공시항목을 세분화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아울러 최근과 같이 시장금리가 급격하게 상승하는 경우 이러한 변동이 대거 차주의 부담으로 연결되는 문제점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이에 차주의 시장금리 변동리스크 완화를 위해 변동성이 작은 코픽스 금리 기반의 신용대출 상품 개발·취급 확대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주택담보대출의 경우에도 고정금리대출 비중을 확대하고 변동성이 작은 신잔액 코픽스에 대한 안내 강화도 지속 추진하기로 했다. 나아가 가산금리를 산출하는 데 합리적인 사유 없이 은행별로 편차가 크거나 적정수준보다 과대 계상되는 부분이 있는지를 은행권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필요시 ‘대출금리 모범규준 개정’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참가자들은 또한 은행권 상생금융 현황 및 활성화 방안과 관련하여 은행권 자체적인 상생금융 노력의 중요성과 함께 차주의 상환 부담을 완화하고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금리인하, 이자 감면,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등 다양한 지원방안을 마련·운영하는 현황을 공유했다. 이어 은행권 공동으로 긴급생계비 지원, 신·기보 특별출연 확대, 제2금융권 고금리 신용대출을 은행권 대출로 대환하는 프로그램 등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러한 상생금융 상품이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는 만큼 은행권에서는 ▲국민의 접근성 제고와 상생금융 확산의 유도를 위한 상생금융 관련 안내 강화 ▲은행권 내 상생금융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모범사례 공유·확산 추진 ▲취약계층 등 금융소비자 중심의 다양한 맞춤형 상품 개발을 유도하기 위해 우수사례 선정 및 다양한 인센티브 제공 등을 관련 방안으로 논의했다.
은행권, 은행 밖의 상생 금융 전담기구 설치에 동의
이번 논의에서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은행권 공동의 상생금융 전담기구를 설치하여 관련 업무를 분리하는 방안에 대해 참가자들 전부가 수긍했다는 점이다. 이는 은행도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기업인 만큼 상생금융 전문 기구를 설치해 개별 은행들의 과도 업무 비중을 낮추고, 상생금융 업무에 집중하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한 참가자들이 은행권 내 자발적·자생적 상생금융 문화를 안착하는 데 도움이 되기 위해 상생금융의 효과를 정량적으로 공시하는 방안에 동의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글로벌 경기둔화 지속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데다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은행들의 이자비용 지원 등 수천억원 규모의 보따리를 내놓고 있는 가운데, 은행 입장에서 국민과 상생을 도모함과 더불어 수익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하는 합리적 기준점이 되는 수치를 정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상생금융 효과의 정량적 평가·공시가 단기간에 이루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금융 업계 전문가 A씨는 “정량적인 효과 공시를 위해서는 금융당국·은행권·민간이 동의할 수 있는 합리적인 수치가 있어야 한다”며 “이는 이해관계자 간 의견 충돌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에 합의를 위해서는 장기간에 걸쳐 지속해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논란의 중심, ‘고무줄’ 대출금리에 대한 정부 압박 및 은행권 입장
김 부위원장은 이번 논의에서 “여타 기업과 달리 은행은 국민의 경제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공공적 측면도 충분히 고려돼야 하며 독과점 이슈도 있을 수 있는 만큼 금리산정이 국민과 금융시장이 신뢰할 수 있도록 합리적이고 투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며 시중 은행들의 대출금리산정체계에 있어 합리성과 신뢰성을 담보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와 같은 발언은 올해 들어 금리 인상기에는 대출 금리가 빠르게 오르나 금리 인하기에는 대출금리 하락 폭이 크지 않은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권 대출이자가 고무줄처럼 적용되고 있다는 논란이 나오는 것은 은행이 대출금리를 결정하는 방식이 일반에 공개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동일한 사람이 같은 은행에서 돈을 빌리더라도 영업점이나 상황에 따라 다른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 특히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갑자기 가산 금리가 높아진 것이 유동성 프리미엄의 증가 때문인지, 지점장의 실적 조정을 위해 전결사항을 변경했기 때문인지 알 수 없다”며 금리 산정방식의 투명성 제고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은행권도 할 말이 많은 분위기다. 은행권에서는 이번 회의에서 은행 내부적으로 금리산정체계의 합리성과 투명성 제고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한편 은행별로 경영환경, 조달금리, 고객군 등이 다양한 만큼 금리산정체계의 점검·정비 과정에서 은행별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는 등 은행권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해줄 것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