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주가 폭락 사태의 원인으로 꼽히는 ‘CFD’ 제도 개선 착수한다

금융당국, ‘SG발 주가 폭락 사태’ 염두에 두고 CFD 제도 개선하겠다 밝혀 CFD, 장외파생상품이면서 공매도 성격까지 가져 주식 시장 교란에 악용될 소지 다분 기관들 주가지수 통제할 수 있는데, 순진한 개미들만 피해만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160X600_GIAI_AIDSNote
지난 5월 2일 최근 주가 폭락 사태 및 CFD 개선 방안 관련 회의에 참석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사진=금융위원회

금융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 최근 발생한 주가조작사태의 원인으로 손꼽고 있는 ‘CFD’에 대해 지난 5월 2일 금융당국이 해당 제도에 대한 개선 의지를 강하게 밝혔다. 현재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CFD는 장외거래파생상품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CFD가 거래 관련 제도에 있어 상대적으로 자유로우면서도 공매도의 성격을 가진 만큼, 현물 주가 시장 교란에 악용될 여지가 큰 것으로 분석한다.

금융위원회, CFD 제도 개선 의지 강하게 보여

지난 2일 금융위원회 김소영 부위원장은 금융감독원, 거래소와 관계 임원희의를 개최하고 최근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신속한 조사를 통해 관련자들의 신세조종 수법, 공모여부 등을 명백하게 밝히고, CFD(Contract for Difference)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철저하게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 부위원장은 “최근 제기되고 있는 CFD의 제도상 보완 필요사항을 우선 검토하여 선제적으로 보완하고, 추후 조사결과에 따라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밝혀지면 추가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김 부위원장은 “CFD가 일부 작전세력에 의해 유동성이 낮은 종목, 공매도 금지 종목 등에 악용될 경우 통정매매 등을 통한 시세상승 등 불공정거래에 취약한 측면이 있을 수 있고, 이번처럼 급격한 주가하락 시 주가 하락폭이 더욱 확대되면서 투자자뿐만 아니라 증권사 리스크 관리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금융위, 금감원, 거래소는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관리감독 노력을 더욱 강화하고, 앞으로 이런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줄 것”을 당부했다.

주가 폭락 사태의 원흉, CFD

CFD는 투자자 입장에서 40%가량의 증거금만으로 자산을 구입한 뒤 나중에 시세 차액을 정산하는 하이리스크·하이리턴 장외파생거래 상품이다. 이는 실제 자산을 취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종의 ‘공매도’ 성격을 가진다.

현행상 CFD의 실제 거래자는 개인투자자임에도 불구하고 외국계 증권사 등 기관이 매수한 것으로 표기되며, CFD는 신용 융자와 유사한 성격을 가지지면서도 투자자가 증권사에게 신용공여한도에 미포함된다는 차이가 있다. 또한 종목별 매수 잔량의 공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투자자 대부분이 개인 전문 투자자로 구성되어 있다. 문제는 앞서 언급한 대로 CFD가 장외파생거래 상품인 만큼 거래에 대한 규제가 상대적으로 자유로워 각종 불공정거래에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특히 금융 당국이 이러한 CFD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 의지를 밝힌 것은 최근 발생한 ‘SG발 대규모 주가 조작’ 사건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이번 주가 폭락 사태 주범들은 금융 당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타깃으로 삼은 8개 종목을 주식 현물 거래 대신 CFD라는 파생상품을 활용했다. 투자자들은 이를 통해 높은 레버리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데다, 주식을 실제 보유하지 않고 거래가 이루어지는 일종의 ‘공매도’의 성격을 가지는 사실상 차명 계좌에 해당하기 때문에 당국 차원에서 투자자의 신원도 파악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이와 관련하여 금융 업계 전문가 A씨는 “이번 주가 폭락 사태를 일으킨 세력들이 차명계좌의 성격을 가지는 CFD를 악용해 장기간 적발되지 않으면서 막대한 규모의 부정이익을 챙길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

금융업계에서는 파생시장이 현물시장을 좌우할 때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고 말한다. 현재 CFD의 상황이 이와 같다. CFD는 장내시장에서 제도화된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장외시장에서 시장참여자끼리 직접 거래를 주고받는 형식에 가깝기 때문에 거래 관련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워 파생시장에 상당한 변동성을 가져다 줄 우려가 있다. 심지어 이러한 장외 파생시장의 변동성은 시장 참여자들의 혼란을 초래해 현물 주식 가격의 움직임을 방해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현물 시장이 파생시장을 주도해야하는데, 파생시장이 현물 시장을 이끄는 것이다. 바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프로그램 매매의 비중이 커지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경기 사이클과는 무관하게 파생상품과 현물의 가격 차에 따라 자동적으로 거래가 이루어지는 프로그램 매매로 인해 일거에 기관투자자들이 매도 또는 매수 쪽으로 쏠리게 될 경우 파생 시장은 급작스러운 폭락 또는 폭등을 경험하게 되고, 현물 시장도 이에 맞춰 가격이 따라가게 된다.

심지어 기관투자자들은 현물 시장을 움직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프로그램 매매를 유발하기도 한다. 가령 파생상품의 가격이 현물상품의 가격보다 큰 콘탱고(Contango) 상황에서 파생상품과 현물시장의 가격 차이를 축소시키고 싶다면, 파생상품을 집중 매도해 가격을 낮추면 된다. 그러면 일시적으로 발생한 파생·현물 시장 간 가격 차이를 좁히기 위해 다른 기관 투자자들의 프로그램 매매가 동시에 촉발되면서 주식 물량이 시장으로 쏟아져 나오게 되고, 이는 결국 주가지수 하락으로 이어진다.

주식 시장에서는 개미투자자들만 피해를 본다는 말이 있다. 기관 투자자들은 이처럼 CFD를 움직여 스스로의 힘으로 주가지수를 움직일 수 있는 반면, 공매도가 금지된 개인들은 이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영문도 모른 채 기업 주가가 떨어져 투자자들의 원성을 듣는 회사 경영진들은 이를 해결할 방도가 없으니 답답할 노릇인 것이다. 이번 주가 폭락 사태에 경각심을 느낀 금융당국이 향후 어떤 개선안을 내놓을지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