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고정금리 대출 활성화 추진, 목표치 미달 은행에는 ‘페널티’

‘변동금리’ 중심의 주담대 대출 구조, 고정금리대출 비중 확대 필요 은행권이 자체 고정금리대출 공급할 수 있는 유인체계 마련할 것 민간전문가 “상당 부분 공감하나, 고정-변동금리의 최적구성에 대한 사회적 논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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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제4차 실무작업반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금융위원회

금융당국이 은행의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높일 방침이다. 금융회사에 순수 고정금리 비중 목표를 부여하고 미달 시 페널티를 부과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다. 금리 상승기에 변동금리 차주의 부담을 줄이는 등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국내 주담대 시장, 고정금리 위주인 주요국과 대조

25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금융권, 민간전문가 등과 함께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제9차 실무작업반’을 열었다. 이날 회의에선 주담대 시장의 현황과 문제점 그리고 개선 방향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우리나라는 정책모기지 시장에 한정되어 장기·고정금리 주담대가 취급되고, 정책모기지를 제외한 은행권의 자체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매우 낮다. 이는 특히 미국, 프랑스 등 해외 주요국이 정부의 제도적 지원에 따라 고정금리 위주의 민간 주담대 시장이 활성화된 모습과 비교된다. 이번 실무작업반도 시장 전체가 고정금리 중심의 정책모기지시장과 변동금리(또는 혼합형) 중심의 민간 주담대 시장으로 이원화되어 있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이 같은 시장 편중이 차주의 가계부담을 높이는 쪽으로 형성됐다는 사실이다. 김 부위원장은 “고정금리 확대는 가계부채 질적 개선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 전반의 위기 대응 능력을 제고하는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과제”라면서 “특히 지난 2년과 같은 급격한 금리 상승기에 과다한 변동금리 대출은 가계에 부담을 급증시켜 차주뿐 아니라 경제 전반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기·고정금리’ 대출 확대를 위한 개편 방안

금융당국은 중장기 가계부채 구조개선을 위한 고정금리 대출 확대방안으로 크게 4가지 개선방향을 제시했다. 먼저 ‘신(新) 고정금리 목표비중 행정지도’를 도입해 은행이 자체 고정금리대출을 공급할 수 있는 유인체계 구축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혼합형도 고정금리 대출 실적으로 인정했지만, ‘최소 수준’ 지표를 신설해 목표 비중 달성을 위한 유인을 제공하고 미달 시 일종의 페널티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소비자 측면에선 소비자들이 변동금리의 위험성을 명확히 인식하도록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다. 금리산정체계 및 중도상환수수료 체계를 개선해 소비자들이 고정금리도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취급할 수 있도록 한다. 나아가 차주 스스로 변동금리 대출의 위험성을 대출 취급단계부터 정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DSR 등의 여신심사체계를 보다 정교화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금융위는 정책금융기관들이 민간의 자체 고정금리상품 확대를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특히 그간 은행권 위주로 공급해 온 주택금융공사(주금공)의 정책모기지 지원을 은행권 자체 고정금리 대출확대를 지원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제2금융권도 주금공 협약기관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서 주금공 MBS 물량 조정에 따른 커버드본드 투자수요 확보, 고정금리대출 취급에 따른 금리변동위험 헤지를 지원하는 ‘스왑뱅크(가칭)’ 설립 등에 대한 논의도 오갔다.

사진=한국은행

전문가들, “고정금리대출 비중 확대에 긍정적 입장”

금융위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 참석한 민간 전문가들은 고정금리대출의 비중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는 점에 대해선 상당 부분 공감한 것으로 보인다. 금리 향방을 장기적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금융소비자들이 금리변동 위험을 부담할 경우 상환 위험뿐 아니라 주거 불안 등 사회적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금리변동 위험 경감 부분만큼을 은행이 전적으로 부담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은행권이 금리변동 리스크를 전적으로 부담하는 것은 시스템 리스크를 높일 수 있다”며 “금리변동 위험을 경감하는 부분만큼을 은행뿐만 아니라 공공부문도 함께 분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이 앞서 제시한 몇 가지 제도 개선이 보다 면밀히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일례로 그간 커버드본드에 대한 제도개선 노력이 있었음에도 활성화되지 못했는데, 이처럼 무조건적인 추진보다는 먼저 원인을 분석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고정금리와 변동금리의 최적 구성이 어느 정도일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해 보인다. 국가마다 사회적 리스크의 양상, 자본시장·금융제도의 성숙도 등에 따라 고정-변동금리 최적 구성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문제는 단순히 당국과 업계만이 고민할 문제가 아니라 학계에서도 충분한 논의를 거쳐 고정금리 확대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