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트 직장의 문제점, 사무실 출근의 필요성 대두에 美 상업용 부동산 수익률 회복되나

미국 Z세대, 재택근무 한계 인식하고 사무실 출근하는 직장 찾는 경우 늘어 지난 3년간 재택근무 확산에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 30% 육박, 채무 불이행 이어져 전문가, 재택근무 줄어들며 장기적으로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 회복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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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재택근무 비중이 비약적으로 증가한 탓에 미국 주요 도시의 상업용 부동산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Z세대 직원들이 재택근무 직장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에서 2020년부터 2022년 사이에 대학을 졸업한 후 직장을 잡은 Z세대 직원들 상당수가 사무실 출근을 경험한 적이 없는 상태에서 엔데믹을 맞았고, 이후 사무실 복귀를 꺼리는 직원들 탓에 구직자 플랫폼 인디드(Indeed)에 등록된 재택근무 직장 공고 숫자가 팬데믹 대비 3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Z세대 직원들 사이에 재택근무 직장에서는 줌(Zoom) 등을 통한 짧은 온라인 대화로는 필요한 기술을 배울 수 없다는 회의론도 대두되고 있다.

리모트 직장의 단점 지적하기 시작한 Z세대

미국 비즈니스 전문저널인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재택근무로 직장 경력을 시작한 Z세대 직원들이 사무실 내에서 느끼는 압박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업무 이해도 증진, 동료와의 정보 교류 등에서 심각한 장벽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리모트 회의에 배정된 짧은 시간 동안 업무 관련 교류에 쓰기에도 바쁜 탓에 회의와 직접 관련이 없는 업무 관련 논의를 할 시간이 크게 부족하다는 불평이 잇따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서부의 명문대 중 하나인 UCLA를 2021년 여름에 졸업한 조슈아 로이즈만의 경우, 재택근무로 직장 경력을 시작했으나 업무 필수 역량을 기르는 데 한계를 느껴 사무실 출근을 필수로 하는 직장으로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뉴욕의 경제 연구소 중 하나인 이코노믹 이노베이션 그룹(Economic Innovation Group)의 선임 경제학자 아담 오즈멕(Adam Ozimek)에 따르면 재택근무로 업무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었으나 새로운 방식의 업무에 ‘피로도(Stress)’를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택근무 환경에 적응한 Z세대

반면 재택근무 환경에 적응한 Z세대 직원들은 위워크(WeWork) 등의 공유 사무실을 활용해 이른바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 방식의 업무에 적응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공유 사무실에서 만난 디지털 노마드들에게 자기 자신을 소개하고 강점을 설명하는 방식을 배웠다는 로이즈만은 사무실에 출근해서 동료들과 업무 조율을 하는 대신, 지난 2년간 공유 사무실에서 업무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밝혔다.

Z세대 직원들의 선호를 반영하면서 동시에 단점을 보완하는 목적으로 삼성전자는 사내외 유연근무공간인 ‘딜라이트’를 제공하고 있다. 전국 6곳에 설치된 삼성전자의 딜라이트는 리모트 업무를 하는 공유 사무실과 유사한 구조지만 삼성전자 직원들만의 공간이기도 하다. 교통 요지에 위치해 출·퇴근에 대한 부담도 줄어든 데다 도서관형·카페형 등의 독립공간에서 자율적으로 업무를 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삼성전자 임직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사진=삼성전자

미 상업용 부동산 위기는 재택근무 활성화된 서부지역에서 더 심화

코로나19가 엔데믹에 접어들면서 재택근무 종료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으나 주요 기업들이 사무실 출근과 재택근무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형태의 근무 방식을 내놓으며 여전히 사무실 출근 비율은 엔데믹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상태다. 특히 재택근무에 대한 수요가 더 강했던 미 서부 지역에서는 결국 상업용 부동산들이 높은 공실률을 이기지 못해 헐값 매각이 이어지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 회사 CBRE 그룹은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는 5%를 넘지 않았던 샌프란시스코 사무실의 공실률이 30%에 육박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심지어 2019년 당시 3억 달러에 달했던 건물은 파산 후 경매 절차에 들어갔다. CBRE 그룹 보고서는 해당 건물의 입찰 최고가를 80%가량 폭락한 6천만 달러로 내다봤다.

임대수익이 크게 줄어든 탓에 브룩필드, 컬럼비아부동산신탁, 워터브리지캐피털, 블랙스톤 등의 일부 상업용 부동산은 이미 채무 불이행을 선언한 상태로 알려졌다.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 브룩필드는 지난 2월 로스앤젤레스(LA)에 위치한 빌딩 두곳을 담보로 빌린 7억5,000만 달러(약 1조원) 상당의 대출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결정했다. 컬럼비아부동산신탁도 뉴욕 등에 있는 오피스 건물 7개를 담보로 잡히고 빌린 17억 달러(약 2조2,000억원) 상당의 대출을 제때 상환하지 못했다.

한편 팬데믹 종료 후 사무실 출근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나타내는 직원들이 점점 증가하면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장기적으로는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문제가 되는 주요 이유는 대부분의 부동산 투자사들이 유동성 위기에 빠진 중소형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 기준금리 인하로 중소형 은행들의 수익성이 회복되면 금융시장의 유동성도 돌아올 것이라는 설명이다. 더불어 트위터를 비롯한 주요 빅테크 기업들도 재택근무 실험의 한계에 직면하면서 사무실 출근을 필수로 바꾸고 있다는 점도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회복을 점치는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