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직접투자 증가, 외환관리 실패보다 ‘외화 수익처 확보’로 봐야
국내에 투자 유인 떨어진 시장 참여자들, 점차 해외 투자 비중 커져 해외직접투자 확대로 무역흑자 기대감 상승 지나친 해외직접투자로 인한 반대급부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최근 국내 해외직접투자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를 통해 무역수지 개선 등 긍정적인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지나친 해외직접투자 증가가 외환 유동성을 저하하고, 심하게는 경제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비치고 있다.
해외직접투자 증가와 원인
우리 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가 최근 들어 부쩍 느는 추세다.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최근 해외직접투자 증가 배경 및 외환 부문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우리나라 해외직접투자는 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투자심리 위축 영향으로 횡보하다가 2021년 해외직접투자 금액이 494억 달러로 급증했으며, 2022년에는 사상 최대치인 502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처럼 최근 국내 해외직접투자가 확대된 것은 국내외 금융환경과 통상정책의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실제로 적립금이 증가하고 있는 연기금은 높은 수익률 및 투자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해외 대체 자산 투자에 나서고 있다. 또한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 입법화 등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억제하는 동시에 미국으로 투자를 유도하는 정책을 펼치면서 국내 제조업 분야에서 해외직접투자 물결이 일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미래 신성장산업 내 핵심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 반도체, 2차전지, 자동사 산업을 포함한 많은 국내 기업이 해외직접투자 열풍에 뛰어들고 있다.
국내의 해외직접투자 주체가 연기금, 금융기관, 산업별 기업 등 천차만별인 것처럼, 해외직접투자를 위한 외화자금 조달 방법도 투자 주체별로 상이하다. 실례로 수출로 벌어들이는 외화 수입이 많은 주요 수출기업은 수출대금을 해외직접투자 재원으로 사용하는 반면, 수입 위주 기업과 내수기업은 현물환 매입, 외화대출 등을 통해 투자재원을 충당한다. 아울러 연기금, 금융기관 등은 연금 수입, 펀드자금 유입 등으로 들어온 원화자금을 현물환시장 및 외환파생상품시장에서 외화로 교환한 후 해외직접투자를 실시하고 있다.
경상수지 개선 등 긍정적인 효과
금융 업계에서는 국내의 해외직접투자 증가 현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다. 해외직접투자가 증가하면서 직접투자 소득수지가 점차 개선된 데다, 우리나라 기업이 해외에 직접 투자해 벌어들인 배당금 및 이자 소득도 우리가 외국인에게 지급한 금액보다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 업계 관계자 A씨는 “해외직접투자 확대를 통해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성장에 밑거름이 되는 한편 해외직접투자로 축적된 순대외금융자산이 소득수지로 환류되면서 향후 경상수지 흑자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실제 우리나라는 2012년에 처음으로 직접투자 소득수지가 49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으나 이후 흑자폭이 축소되면서 2018에는 적자로 전환되기도 했다. 그러나 해외직접투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현지법인의 수익성이 전반적으로 개선된 덕에 현지법인으로부터의 배당금 및 이자 수익이 늘어나고, 2022년에는 118억 달러의 흑자 규모를 달성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은행 자본이동분석팀 박혜진 과장은 “해외직접투자의 증가와 더불어 올해부터 국내 기업이 해외 자회사로부터 비과세 혜택을 부여함에 따라 해외 유보소득 중 일부가 국내로 유입되면서 국내 외환 부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과도한 해외직접투자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한편 전문가들은 무분별 해외직접투자 확대가 자칫 외환 부문의 리스크로 직결될 수 있음에 주의를 당부했다. 경상거래를 통한 외환 유입의 강도가 약해지는 반면, 해외직접투자 증가에 따른 외환 유출이 늘어나면서 외환수요와 공급 사이의 불균형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심화되면 종국에는 ‘21세기판 IMF 외환위기’가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또한 해외직접투자를 통해 국내 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만큼 국내 투자에 대한 형편은 점점 더 나 빠지고 있다는 사실도 주목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 비정규직 제로 등 친노동정책이 산업 생태계를 무너뜨리면서 이를 감당하지 못한 대부분의 제조업이 국내를 거부하고 해외직접투자로 눈을 돌렸다. 전문가들은 이로 인해 국내 투자가 줄어들어 우리나라 고용이 감소하는 것은 물론, 소비 둔화로 이어져 경기 침체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확대되고 있는 해외직접투자에 발맞춰 외국기업의 국내 투자 또한 발맞춰 증가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도 지난 4월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3년 1분기 외국인직접투자’에 따르면 전년 동기 3% 증가한 56.3억 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 규모의 신고 금액을 달성했다. 그러나 ‘해외직접투자 신드롬’이 단순히 일시적인 바람이 아닌 만큼 정부 차원에서 외국인의 직접투자를 더욱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