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부위원장, 국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방은행 강화 논의 착수
지역재투자 평가제도 개선, 지방은행 혁신금융 활용 요구 등 수도권 과밀화 현상 방지 위해 꼭 필요한 지방은행 활성화 김 부위원장 “지방은행도 가계와 기업의 금리부담 경감해야”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달 31일 민간전문가 등과 함께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 제10차 실무작업반」 회의를 개최하고 지방은행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건의사항에 대해 논의했다. 아울러 지역 경제 활성화에 있어 지방은행의 중요성과 그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잠재적 개선 방안을 제안했다.
지방은행은 금융 생태계, 특히 지역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지방은행은 시중은행의 손길이 닿지 않는 저신용 중소기업 금융지원과 지역사회에 대한 공헌활동 등 보이지 않는 사회적, 경제적 안전망을 구성하고 있다. 그럼에도 규모와 범위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다.
국내 은행들은 TF 실무회의에서 이 같은 우려를 표명했다. 지방은행들이 지역 경제에 대한 기여도가 간과되고 대형 시중은행과의 불공정한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지역 경제 활성화와 경쟁력 제고를 위한 규제와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지방은행 육성 특별법 제정 촉구
지금껏 지방은행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있었으나 실질적으로 시행된 정책은 없었다. 지방은행들이 이제라도 지역 균형 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방은행 육성 특별법」 제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지역 소멸 위기와 함께 지방은행 역시 무한 경쟁 속에 지역과 상생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시중은행과 차별없는 규제와 핀테크, 증권/보험사 등의 무차별적 시장 진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인구와 기업의 수도권 집중과 더불어 자금 또한 수도권으로 집중되면서 지역 재투자가 말라붙고, 기업 또한 투자의욕 저하로 고통받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지방 소재 주요 산업의 구조조정 등에 따른 지속적인 지역 경기부진, 금융서비스의 수도권 쏠림 현상 심화와 지역자금의 시중은행 이탈 가속화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특히 지방은행은 시중은행 대비 열위한 규모로 인해 상대적 고금리로 자금조달을 할 수밖에 없는 데다 여·수신 금리 경쟁에서도 불리한 탓에 지역자금이 시중은행으로 이탈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증가할 경우 전반적인 지방은행 경쟁력 약화는 물론 결국 지역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그런 만큼 특별법 제정을 통해 지방은행을 육성할 경우 지역 경제는 물론 궁극적으로 국가 경제 생태계의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제안의 취지는 이해하나, 특별법이 본연의 목적에 부합하도록, 또 의도치 않게 금융권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제도적 변화의 필요성
지방은행들은 이날 간담회에서 지역 재투자 평가 방식 변경, 지역 지점망을 통한 금융 서비스 혁신, 지자체-공공기관-지방은행 간 거래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변화 등 몇 가지 개선 방안을 제안했다. 이를 통해 시중 은행과 대등한 입장에서 경쟁하고 지역사회에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요구사항은 지역재투자 평가제도 개선이다. 지역재투자 평가는 지역 예금을 수취하는 금융회사가 지역 경제 성장을 지원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2020년 도입됐다. 영업점 진출 지역에 대해 지역별 평가등급을 산정한 뒤 이를 종합해 최종 평가등급 산정하며, 평가결과는 공시 후 경영실태평가 및 지자체∙지방교육청 금고선정 평가에 활용한다.
하지만 소수의 영업점으로 특정 지역에 진출해 있는 경우에도 해당 지역에 대한 평가를 받고 있으며, 평가 결과 또한 최종 평가등급에 영향을 미친다. 영업점이 1개 이하인 지역에서 평가 제외 및 영업점 수에 따른 가중치 세분화를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지방은행들은 지역 점포망을 활용한 혁신 금융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인 지금, 혁신 금융 서비스 대부분 온라인으로 제공되고 있으나 오프라인 서비스와의 병행을 통해 고객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금융당국도 지방은행이 지역점포망을 활용하는 모델을 발굴한다면 적극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기존 정책을 재검토하라는 요구는 대형 시중은행과 마찬가지로 지방은행도 가계와 기업의 금리 부담 경감을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인식과 함께 나왔다. 김소영 부위원장도 이 점을 강조하며 지역 네트워크를 활용한 관계형 금융 등 지방은행의 강점을 더욱 발전시키고 차별화할 것을 제안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 참석한 민간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 및 대도시와 지방 간 격차 심화로 인해 지방은행권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데 공감했다. 하지만 디지털 금융의 급속한 발전과 지역 고객 충성도 하락 등 최근의 환경 변화에 지방은행도 적응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비이자수익 강화, 디지털화를 통한 효율성 제고, 핀테크 투자 활성화, 해외 진출 등의 새로운 활로를 제안했다.
‘디지털 전환’이라는 과제
전문가들은 디지털 전환 시기가 로컬 은행에게 기회이자 도전이라고 강조했다. 인공지능, 블록체인, 빅데이터 분석과 같은 기술을 도입한다면 지방은행은 운영 효율성을 개선하고 혁신 금융 서비스를 통해 고객의 요구를 더욱 충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디지털 전환에는 상당한 투자와 전문 지식이 필요한 만큼 소규모 은행에게는 무리한 전환이라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디지털 뱅킹으로의 전환은 도시와 농촌의 격차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대도시 지역의 고객은 디지털 서비스의 편리함을 누릴 수 있지만, 인터넷에 쉽게 접근할 수 없거나 디지털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농촌 지역의 고객은 뒤처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련의 지방은행 강화 목소리는 지역 경제가 세계화 및 디지털화에 대응하는 글로벌 트렌드의 일환으로 볼 수도 있다. 지방은행이 지역 사회와 기업의 요구에 부응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다른 국가에서도 비슷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어려운 과제임은 분명하지만, 디지털 혁신이 제공하는 기회를 수용하는 동시에 지방은행이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고유한 가치 또한 보존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