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舊株에 몸둘 바 모르는 무신사, ‘엇갈린’ 평가 사이 IPO 성공 여부도 미지수로 남아

무신사, 장외시장 매도 물량 ‘범람’ 수요 없는 공급 이어져, IPO에 악재될까 네이버와 경쟁 구도 선 무신사, 네이버 꺾어야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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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영 무신사 CCO/사진=무신사

패션플랫폼 기업 무신사의 구주(舊株)가 길을 잃었다. 비상장 주식을 거래하는 장외시장에서 120만~150만원 선까지 내려 매도 물량이 나왔지만 매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미 ‘피크’ 시기가 지난 무신사가 당면한 과제를 헤치고 원하는 몸값에 IPO를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2,400억원 투자 유치한 무신사, 정작 성장성은 ↓

무신사는 지난달 중순 글로벌 사모펀드(PEF)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으로부터 3조5,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2,4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KKR이 인정한 기업가치를 적용하면 주가는 200만원에 달한다. 그러나 장외시장에선 200만원은커녕 120만원조차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주당 100만원 이하로 내려가야 구주를 팔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IB 업계에 따르면 퀸즈가드자산운용은 지난달부터 무신사 구주 3,500주를 매도 추진 중이다. 퀸즈가드는 무신사의 기업가치를 2조5,000억원에서 2조6,000억원 안팎으로 인정받아 매각하길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신사의 발행주식 수(163만3,752주‧2022년 말 기준)를 고려하면 1주에 150만원 선이다. 다만 막상 매도를 성사키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신사의 순손실이 500억원을 넘은 데다 유통 플랫폼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무신사의 IPO 성공 여부가 미지수로 남은 탓이다.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 구주는 퀸즈가드자산운용에서 내놓은 물량뿐 아니라 120~130만원 안팎의 가격으로 나오는 소규모 물량도 상당한 편이지만 매입을 원하는 이는 거의 없다. 이 같은 냉랭한 분위기는 최근 성사된 시리즈 C 투자 유치와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앞서 무신사는 지난달 19일 KKR과 글로벌 3대 자산운용사인 웰링턴매니지먼트가 참여한 2,4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마무리한 바 있다. 당시 투자에서 무신사는 기업가치 3조5,000억원을 인정받았다. 1주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200만원에 달한다. 즉 장외시장에선 시리즈 C에서 인정받은 기업가치의 절반 수준 정도만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무신사에 대한 장외시장의 냉랭한 분위기는 리셀(Resell·재판매) 플랫폼 영업 적자 등 누적에 따른 무신사의 재무 상황 악화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무신사의 지난해 말 영업이익은 31억6,300만원인데, 이는 전년 영업이익 585억3,400만원의 18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익도 1,153억4,300만원 순이익에서 558억580만원 순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무신사의 자회사 SLDT가 2020년부터 운영한 한정판 리셀 플랫폼 솔드아웃의 손실 규모만 427억원이다. 최근 네이버가 운영하는 리셀 플랫폼인 크림(KREAM)과의 경쟁에서 다소 밀리는 모양새를 보이면서 손실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IPO 대어’ 무신사, IPO 서두르는 이유?

이에 무신사는 내부적으로 IPO를 서두르고 있다. 마켓컬리 운영사 컬리와 오아시스, 쓱닷컴 등 플랫폼을 반면교사 삼아 IPO 시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이다. 무신사는 현재 주요 IB와 접촉하며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시장에선 무신사가 올해 안에 상장 주관사를 선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실 무신사는 지난해 IPO를 준비하다 IPO 시기를 올해로 1년 미룬 바 있다. 2021년 말부터 플랫폼 기업들의 주가가 조정되고 IPO 시장도 전반적으로 위축되면서 “급하게 이룬 IPO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은 탓이다. 당시 무신사의 몸값이 점차 높아지는 추세였던 만큼 오히려 밸류업을 충분히 한 뒤 공모에 나서는 게 더 유리하다는 계산도 깔렸다.

다만 이제는 상황이 다소 바뀌었다. IPO를 서두르지 않으면 기업 밸류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인식이 팽배해졌다. 최근 자금 시장이 얼어붙으며 기업 대부분의 기업가치가 50~60% 디스카운트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무신사는, 장외시장과는 별개로 상당히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컬리, 오아시스 등이 기업가치 하락을 우려해 IPO를 줄줄이 철회한 가운데 무신사가 ‘IPO 대어’로 꼽히는 이유다. 업계에선 무신사가 IPO 등정만 마치면 눈여겨볼 만한 행보를 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무신사 스탠다드 스포츠/사진=무신사

가시밭길 펼쳐진 앞길, 무신사의 미래는

그러나 무신사의 앞길은 가시밭길과 다름없다. 결국 무신사가 성장을 이루기 위해선 네이버를 꺾어내야만 하는데, 무신사가 지닌 자금력으로 네이버와의 경쟁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앞서도 언급했듯 무신사의 자회사 SLDT는 당기순손실만 427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급성장한 리셀 시장을 잡기 위해 무료 수수료 제도 등으로 소비자를 유인했던 게 발목을 잡았다.

리셀 시장이 호황기를 지나 침체기에 접어들었단 점도 악재다. 유동성이 떨어졌다는 건데, 이렇게 되면 사실상 네이버가 ‘굳히기’에 들어가면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저조한 무신사의 부담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상품의 본질적 가치를 뛰어넘는 ‘프리미엄’을 거래하는 리셀의 특성상 수수료 인상을 통한 수익성 개선 또한 크게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무신사가 협소한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가시적인 해외 성과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이조차 쉽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무신사는 지난 4월 일본 도쿄에 첫 번째 오프라인 팝업 스토어를 개점하고 자사의 앰배서더인 아이돌 ‘뉴진스’와 본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하고 나섰으나 초반 스퍼트 외엔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무신사의 ‘피크’ 시기는 이미 지났다. 무신사의 매출 성장률은 2019년 104.9%에서 2020년 51.0%, 2021년 38.9%, 2022년 53.5%로 고점을 찍은 지 오래다. 무신사의 또 다른 수익원인 PB(Private Brand) ‘무신사 스탠다드’ 역시 ‘탑텐(신성통상)’ ‘유니클로(에프알엘코리아)’ 등 주요 SPA 브랜드와의 매출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선 무신사가 당초 기대하던 몸값에 IPO를 하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주류로 자리 잡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