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S] 체코중앙은행 총재 “인플레이션으로 당분간 금리 인하 어려워”

코로나 팬데믹 당시 공공지출 늘려 재정적자 확대 인플레이션까지 더해지며 강력한 긴축재정 추진 7년 전 잘못된 정책 결정으로 유동성 회수도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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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시 미칠(Aleš Michl) 체코중앙은행 총재/출처=체코중앙은행(CNB) 홈페이지

체코 통화긴축정책, 13개월째 기준금리 7% 유지

지난 7월 27일 알레시 미칠(Aleš Michl) 체코중앙은행(CNB) 총재는 체코 상원에서 열린 “2022년 금융시장 관리·감독 현황 보고” 브리핑에 참석해 “현재의 높은 물가상승률을 고려할 때 금리인하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연간 물가상승률을 2% 수준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만약 향후 내수가 과도하게 늘어나 국내 소비가 급격히 증가할 경우 오히려 금리 인상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거시경제의 측면에서 확장 재정과 임금 인플레이션의 악순환이 물가상승률을 추동하는 위협 요인”이라면서 “현재 인플레이션 수준과 내년도 근원 인플레이션 전망 등을 고려할 때, 여전히 금리인하를 논의하기에는 이르다”고 강조했다. 체코는 지난해 6월부터 1년 넘게 기준금리 7%로 유지하고 있다. 오는 8월 7일 체코중앙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할 예정이다.

체코 월별 소비자 물가지수(2023.7 기준)/출처=체코통계청(CZSO) 데이터베이스

지난 3년간 체코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국민과 기업의 재정적 어려움을 완화시키기 위해 공공지출을 크게 늘렸고 이로 인해 재정적자가 확대됐다. 이 때문에 지난해 체코중앙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긴축 기조의 통화정책을 채택할 당시 체코 경제는 1990년대 이후 사상 최고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겪어야만 했다. 체코통계청(CZSO)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물가상승률은 18%로 199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시기 에너지 가격은 전년 대비 85.9% 상승했고 고기와 밀가루 가격도 각각 23.6%, 91% 상승했다.

이후 체코 정부는 확장 재정으로 인해 악화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예산 절감 등 효과적 예산관리정책를 추진해 왔다. 체코중앙은행도 정부의 대응에 발맞춰 인플레이션, 재정 악화 등 경제적 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로 가장 먼저 기준금리를 7%까지 인상했다. 이는 지난 25년 중 가장 높은 수준의 기준금리로 이후에도 체코 정부는 강력한 긴축 기조의 통화정책을 추진하면서 아직까지도 7%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과도한 화폐 발행, 체코중앙은행 사상 최대 적자

이날 미칠 총재는 체코중앙은행의 재무상황과 통화긴축 기조에 대해 설명했다. 지난해까지 체코중앙은행은 사상 최대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새롭게 임명된 경영진들은 악화된 재무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했다. 당시 체코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를 보면 수익률은 2~3% 수준에 불과한 반면, 부채로 인해 7%의 이자를 상환해야 했다. 이는 과거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한 과오로 2016~2017년 체코중앙은행은 과도한 코루나(체코의 화폐 단위)를 발행했고 코루나의 약세가 이어지면서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됐다.

현재 체코중앙은행의 경영진은 당시 시중에 풀렸던 유동성을 회수해야 하는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더 이상 인플레이션을 추동하지 않고 연착륙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또한 과제를 해결할 때까지 재정적인 손실을 감당해야 한다. 미칠 총재도 “체코중앙은행의 재정적자는 단시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차기 경영진에게 재적 적자를 떠넘기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채코중앙은행의 재무상황이 통화긴축에 방해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산 매각 등 스베르방크 파산 절차 연내 완료

미칠 총재는 스베르방크(Sberbank) 파산에 따른 후속조치도 현안으로 언급했다. 지난해 5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금융제제 조치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동유럽 최대 상업은행이자 러시아의 국영은행인 스베르방크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퇴출시켰고 이후 유럽중앙은행(ECB)은 스베르방크의 오스트리아 법인에 대해 폐쇄 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오스트리아 법인의 자회사였던 체코 법인을 비롯해 헝가리·독일 법인이 폐쇄됐고 역시 오스트리아 법인이 관할하던 슬로베니아·크로아티아·보스니아·세르비아 법인은 다른 현지 은행에 인수된 후 영업을 재개했다.

하지만 체코의 기업들과 지자체장 등이 스베르방크 체코 법인의 파산에 반대하면서 소송을 제기했고 이 과정에서 금융 안정과 신뢰 회복을 위해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졌다. 이후 체코 정부는 파산관재인 지리나 루조바(Jiřina Lužová), 채권자협의회와 적극적으로 협의하면서 파산 절차를 추진했고 이후 기업, 지자체 등은 소송을 취하했다.

현재 스베르방크 체코 법인의 자산은 상당 부분 매각됐고 체코저축은행은 스베르방크의 부동산 모기지 포트폴리오를 인수했다. 다만 한때 제재의 대상이 되면서 매각하지 못한 일부 자산에 대해서는 조만간 루조바 파산관재인은 처분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일반 예금자는 물론 기업 대표, 지자체장 등 채권자들에게 희소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루조바 파산관재인에 따르면 대부분의 채무를 올해 안에 지급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으며 이 경우 채무자의 회수율은 10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