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 시장 불황에도 ESG 투자 확대, 임팩트 펀드의 성장가능성

펀드운용사 ESG 자산, 2026년 33.9조 달러로 확대 지난해 임팩트 펀드 21종, 총 220억 달러 투자 유치 유럽에선 ‘임팩트 펀드’ 명칭 사용에 대한 규제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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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한책임투자자(Limited Partner, LP)들은 펀드의 약정 조건을 정하는 데 있어 자신들의 성과보수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간의 연계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글로벌경영컨설팅사 PwC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펀드운용사들은 ESG 관련 자산을 2021년 18.4조 달러(약 2경3,920조원)에서 2026년까지 33.9조 달러(약 4경4,070조원)로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ESG 경영 관련해 임팩트 펀드 투자 유치 활발해

최근 전 세계적으로 사모펀드(PE)에 대한 투자가 둔화된 상황에서 임팩트 펀드에 대한 투자는 상대적으로 견조하게 이뤄지고 있다. 피치북(PitchBook)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21개의 임팩트 펀드에서 총 220억 달러(약 29조원)에 이르는 자금이 조달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7월 10일 기준으로는 총 64억 달러(약 85조1,200억원)의 자금이 모였고 이 중 4개 펀드가 10억 달러(약 1조3,260억원) 이상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2018~2023년 임팩트 펀드 투자유치 현황(2023.7.10. 기준)/출처=PitchBook data

글로벌투자자산운용사 캠벨 루티언스(Campbell Lutyens)의 파트너이자 투자유치 총괄책임자인 폴라 랭턴(Paula Langton)은 “현재 지속가능성 경영 분야에서 많은 활동이 이뤄지고 있으며 특히 기후 변화 대응과 관련해 신규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ESG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면서 LP들은 6개월 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곳에 투자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펀드운용사, ESG 목표와 연동해 성과보수 책정

최근 일부 LP는 무한책임사원(General Partners, GP)들이 포트폴리오 회사에 탄소 배출 감소, 성별·인종차별 개선 등 ESG를 이행하도록 유도하면서 동시에 ESG 경영과 연동해 성과보수를 책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ESG 목표와 펀드운용사의 성과보수를 연동하는 정책은 지난 2009년 런던에 기반을 둔 사모펀드 투자사 아우레오스 캐피털(Aureos Capital)가 아프리카 헬스 펀드(Africa Health Fund)에 적용한 것을 시작으로 한다. 당시 아우레오스 캐피털은 금융 목표 달성 시 15%의 성과보수를 적용하고 ESG 목표 달성 시에는 요율을 올려 받도록 설계했다.

이후 다른 기업들도 이러한 트렌드를 빠르게 적용하기 시작했다. 실제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Apollo Global Management, APO), EQT 같은 글로벌 투자사들이 성과보수 책정 시 ESG 이행 수준을 반영하고 있으며 올해는 기후 대응 사모펀드를 운영하는 유니제스션(Unigestion)도 성과보수에 ESG 목표 달성 여부를 연동하기로 했다. 현재는 대부분의 편드운용사들이 ESG 목표와 연동해 성과보수 요율을 최소 10%에서 그 이상까지 확대 적용하고 있다. 또한 모리슨앤포스터(Morrison & Foerster) 법무법인에 따르면 임팩트 펀드 운용 기간 내 ESG 목표가 달성되지 않더라도 펀드운용사는 추후 성과보수를 소급해 받을 수 있어 향후 임팩트 펀드에 대한 펀드운용사의 관심을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ESG에 대한 관심과는 별개로 실제 포트폴리오 회사들의 ESG 이행 정도를 측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오히려 실제와 다른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닷인베스팅(Dot Investing)의 공동설립자이자 투자총괄 책임자인 루크 딕슨(Luke Dixon)은 “최근 투자금융시장에서 ESG 경영을 강조하면서 GP들은 자신들의 투자가 ESG 목표 달성으로 이어졌음을 입증하는 부담을 가지게 됐다”며 “이 때문에 GP들은 투자에 대한 확신이 없더라도 ESG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기업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으며 LP들도 데이터 수집을 지나치게 강조하다가 자칫 ESG 목표를 잘 이행하는 기업을 선별해 내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SG 이행 수준 증명 어렵지만 성장가능성 높아

리디파트너스(Rede Partners)의 공동창업자이자 파트너인 스콧 처치(Scott Church)는 “ESG 이행 수준을 증명하는 데는 전문적인 지식과 노력이 필요하며 GP들은 보고서 등을 통해 ESG 목표 달성과 관련한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며 “LP들은 임팩트 펀드가 실제 ESG 목표를 이행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진정성을 강조하면서 성과를 과장하거나 조작하는 그린워싱(green wahing)을 경계한다”고 지적했다. 폴라 랭턴도 “불과 4년 전만 해도 임팩트 펀드를 운용하는 GP들이 10곳 미만이었지만 현재는 50~60곳에 이른다”며 “이제 GP들은 임팩트 투자가 단순히 운용자산을 붙잡아 두기 위한 장치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각국 규제당국은 임팩트 펀드의 명칭 사용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2008년 유럽투자은행(EIF)이 ESG와 임팩트 투자에 대한 관심을 나타낸 이후 유럽은 임팩트 펀드 분야를 선도해 왔으며 최근 LP들은 ESG 투자가 실제 목표 달성을 위해 올바르게 운용되도록 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21년 지속가능금융 공시규제(SFDR)를 도입한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은 지난해 11월 자산의 80% 이상을 ESG에 투자하는 펀드에 대해서만 임팩트 펀드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측정가능한 데이터를 토대로 사회적·환경적 영향을 입증하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임팩트 펀드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그린워싱에 대한 우려는 개선되면서 ESG 투자에 대한 신뢰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스콧 처치는 “현재 ESG 목표의 이행 수준은 해당 분야에서 기관와 책임자의 성장, 담당 인원과 조직의 확대 등을 포함하고 있다”며 “GP들도 앞으로의 성장가능성이 높은 ESG 분야에 진출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글로벌 PF사 TPG캐피탈의 CEO인 존 윙클라이드(Jon Winkelreid)는 “앞으로 ESG 투자 분야가 계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러한 트렌드에 발맞춰 향후 투자자와 편드운용사간의 경쟁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어 “(강화된 규제는) 그린워싱의 가능성을 낮춰 ESG 금융상품에 대한 신뢰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는 한편, 지속가능성에 대한 명확한 정의 마련이 전제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