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갈등] 美의 ‘이기적인’ 금리 인상 기조에 이제야 ‘부동산 거품’ 빠지는 中, “美 따라잡기 사실상 불가능할 듯”

中 부동산 업계 디폴트 리스크,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재현 아니냐는 우려도 이제서야 中 부동산 거품 빠지고 있다는 분석 나와, 우리나라 기준 금리 향방은? 美·中 갈등의 문맥 속에서 바라봐야 하는 中 경제의 장기 침체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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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회사 컨트리가든(비구이위안)이 쏘아 올린 디폴트(채무불이행) 리스크가 관련 업체 줄도산 및 금융권으로 번지면서, ‘제2의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촉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 사이에선 중국의 부동산 거품이 이제서야 꺼지고 있는 만큼 중국 경제가 장기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선 이같은 부동산 경기 침체가 중국 정부의 계획된 움직임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중국의 폭발적인 경제 성장이 본질적인 사회 인프라 및 생산력에서 비롯된 게 아닌 부동산 거품에서 촉발된 만큼,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한 차례 꺼뜨리고 중국 경제 성장을 위한 인프라를 다시금 설계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큰 그림 중 하나란 분석이다. 실제 중국은 부동산 시장에 한정적인 유동성 공급만 취하고 있을 뿐, 적극적인 조치보다는 현 경제 추이를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중국의 부동산 디폴트 리스크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게 된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 인상을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깊은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중국이 유동성을 풀어 위안화 프록시(대리)인 원화 가치를 떨어뜨릴 것은 자명하나, 우리나라 역시 부동산 침체로 하반기 경기 회복 가능성이 낮게 점쳐지는 가운데 기준 금리 인상까지 하게 되면 소비·투자 위축 및 PF(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촉발 등으로 인해 장기 침체 국면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시진핑 중화인민공화국 주석/사진=GettyImages

컨트리가든발(發) 부동산 경기 침체, 사실상 중국 경제 디플레이션 촉발했다고 봐야

지난 9일 중국 메이저 부동산 개발회사 컨트리가든은 만기가 도래한 액면가 10억 달러(약 1조3,412억원) 채권 2종의 이자 2,250만 달러(약 302억원)을 갚지 못했다. 대부분의 중국 국민들이 아파트 가격이 오를 것으로 믿고 매매를 멈춰, 부동산 시장 자체가 침체 국면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컨트리가든의 디폴트 위기는 중국 금융권으로 전이되고 있는 상황이다. 컨트리가든을 비롯한 중국 부동산 기업들은 부동산신탁회사로부터 건설 관련 자금을 충당해 왔는데,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부동산 기업에 이어 부동산신탁회사까지 연쇄 디폴트 리스크에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 최대 민영 자산 그룹 ‘중즈계(中植系)’의 자회사인 부동산신탁회사 중룽국제신탁이 3천500억 위안(약 64조원) 상당의 채권 상환에 실패하면서 금융 시장에 불안이 확산됐다.

올해 초 중국 당국이 ‘제로코로나’ 방침을 포기하고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으로 정책 방향을 선회했으나, 이같은 컨트리가든발 부동산 경기 침체가 결국 금융시장을 넘어 실물 경제로 확산되면서 ‘경기회복’의 열매를 맺긴커녕 디플레이션 국면으로 진입하게 된 모양새다. 특히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7월 실질산업생산과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은 각각 3.7%, 2.5%로, 시장 컨센서스인 4.3%, 4.0%을 밑돌았다. 이 중에서도 소매판매 증가율은 2.5%로,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해당 지표는 4월 18.4%에서 5월 12.7%, 6월 3.1%로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중국 내수 소비 부진이 현실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같은 경기 둔화 조짐 속에서 물가는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동기 대비 0.3% 하락으로 2021년 2월 이후 2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내달 물가를 가늠할 수 있는 생산자물가지수(PPI) 또한 전년 동기 대비 4.4% 하락하면서 디플레이션 압박이 더욱 가중되는 형국이다.

부동산으로 경제 일으키고, 부동산으로 경제 침체 맞게 된 중국

일각에선 컨트리가든의 디폴트 위기가 중국 경제 장기 침체의 서막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간 중국 경제의 근본적인 성장 동력이 금리를 낮게 유지해 부동산 업체가 개발자금을 값싸게 조달하고, 이를 통해 건설 기반 경제를 끌어올렸던 것에 있었던 만큼, 부동산 침체 리스크로 인해 이제는 기존과 같은 방법으로는 폭발적인 경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1970년대 말 개방·개혁 이후 주택 및 사회간접자본(SOC) 인프라 개발을 경제 성장의 중심축으로 삼았던 중국은 건설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추기 위해 금리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했다. 이를 통해 중국은 건설 투자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내수 소비를 끌어냈다. 심지어 중국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도 건설 경기 부양으로 극복한 바 있다. 또한 중국은 이렇게 건설로 벌어들인 돈의 대부분을 건설에 재투자했다. 실제 중국은 2008년부터 2021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약 44%를 인프라 투자에 사용했다. 세계 평균은 25%, 미국은 약 20%임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수준이다.

그러나 이번 컨트리가든 사태로 부동산 경기 침체 국면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는 만큼, 이같은 토목 경제 시스템이 더 이상 중국의 폭발적인 경제 성장을 견인할 수 없고, 오히려 침체의 늪으로 이끌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현재 중국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은 주택 가격이 오를 것으로 믿고 구매 수요가 크게 줄은 상태다. 실제 2018년 기준 중국 도심 아파트의 약 20%인 1억3,000만 가구는 공실로 집계된 바 있다. 이처럼 부동산 시장의 과잉공급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가운데, 도시 인구도 20240년을 기점으로 감소세에 접어들 것으로 예측되면서 업계에선 중국 부동산 시장이 이전과 같은 활기를 되찾긴 어렵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아울러 중국 당국이 과거 막대한 규모로 투자한 지방정부 인프라가 그만큼의 경제 성장을 가져다줄 수 없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노동인구가 감소하는 중국의 현시점에서, 설비투자는 너무 과하게 이뤄져 있어 물적 자본 투자에서 얻을 수 있는 성장 기여분이 적어졌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중국 하이난성 단저우시는 550만 달러(약 73억원)를 투입해 고속철도역을 지었지만 승객이 없어 한 번도 이용되지 않았다. 또한 지난해 기준 1인당 GDP가 7,200 달러가 채 안 되는 구이저우성에는 공항이 11개 있어 대부분 유휴 상태로 접어든 실정이다.

이처럼 중국의 암울한 미래 경제 전망이 점쳐지는 가운데, 일각에선 중국이 1990년대 부동산 버블 붕괴 이후 장기 침체에 빠진 일본의 전철을 그대로 밟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영국 리서치기관인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중국의 GDP 추세성장률(인플레이션을 제외한 생산성 향상을 통한 성장률)이 2019년 5%에서 3%로 하락했고 오는 2030년에는 약 2%대로 추락할 것이라 내다봤다.

현재 국제 정세를 정의하는 중요한 축, ‘미·중 갈등’이 중국 부동산 침체의 근본적인 원인

높게 점쳐지는 중국의 디플레이션의 근본적인 원인을 미·중 갈등의 문맥 속에서 파악해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2018년 트럼프 체제 하의 관세전쟁을 필두로 현재까지 중국과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미국이, 중국의 사정을 봐줬던 과거와는 달리 이번에는 ‘이기적인’ 통화 긴축 정책을 이어가면서 종국적으로는 중국의 경기 침체를 촉발했다는 분석이다.

과거 2015년을 살펴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 금리 인상 사이클에 진입할 당시 미 연준(Fed) 의장이었던 재닛 옐런은 잠시 금리 인상을 동결한 바 있다. 당시 연방공개위원회(FOMC)에서 연준이사회는 기축 통화인 달러의 유동성을 급격하게 흡수하면 글로벌 금융 불안정을 초래한다며 금리 인상 동결의 배경을 설명했으나, 시장에선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로 위안화 가치 절하 위기를 겪게 된 중국이 통화 정책을 재정비할 수 있도록 ‘휴식’을 마련했다고 보는 입장이 지배적이었다.

반면 지금은 상황이 180도 반전됐다는 설명이다. 연준은 지난해 3월 들어 공격적인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 나가고 있다. 심지어 지난 6월 20일엔 중국 인민은행이 LPR 대출우대금리를 0.1% 인하한 데다, 중국 부동산 개발 업체의 디폴트 리스크가 수면 위에 떠오르고 있고, 청년 실업률은 역대 최고치를 달성하고 있다. 이처럼 경기 침체의 그림자가 크게 드리우는데도 불구하고, 제롬 파월 현 미 연준 의장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7월 FOMC에서 근원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잡히지 않았다는 매파적인 발언을 쏟아내면서 기준 금리 인상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는 시장 컨센서스를 형성했다.

이렇게 미국이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유동성을 ‘무자비하게’ 빨아들이고 있는 과정에서, 중국의 인바운드 투자(해외자금이 자국으로 유입되는 것)가 빠져나간 가운데 기존 경기 침체 국면과 맞물린 중국 기업들은 유동성 부족으로 인력 채용에 차질을 빚게 돼 실업률은 더욱 치솟고 있는 형국이다. 또한 실업률이 치솟으면서 가계 소비량은 줄고, 가계에 있어 가장 큰 자산이자 투자, 대출의 원천인 부동산 시장도 결국 침체를 피할 수 없게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장/사진=한국은행

한국은행의 추후 통화 긴축 정책 향방은

부동산 시장 침체에 대응하는 중국 정부의 태도는 다소 소극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15일 7일물 역레포(역환매조건부채권) 금리를 0.1% 포인트를 인하했으며, 16일엔 7일물 역레포(역환매조건부채권) 계약을 통해 2,970억 위안(약 51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시장에 풀었다. 또한 앞서 인민은행은 달러-위안 기준 환율을 시장 컨센서스보다 783핍(1pip=0.0001) 더 가치를 높여 설정하며 위안화 가치 절하를 감수하고 달러를 자국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그러나 현재 중국의 GDP 대비 총부채 비율은 282%로, 현시점에도 금융 불균형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높은 만큼 무한정의 양적 완화 정책을 통해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긴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일각에선 중국 당국이 어느 정도 고통을 감수하고 디레버리징 정책을 통해 부동산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제 구조를 뜯어고칠 것이란 시각이 제기되기도 한다. 동일선상에서 현재 부동산 업계의 디폴트 리스크가 중국 정부의 계획하에 촉발된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부동산 시장의 거품을 꺼뜨리고 제대로 된 인프라 구축부터 다시 시작하겠단 중국 정부의 의도가 기저에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을 막기 위해 대출, 세금, 청약 등의 규제를 대폭 완화해 주택 수요를 끌어올렸다. 이에 따라 아파트 거래량 및 가격 상승, 전월세 낙폭 둔화 등 부동산 분위기는 살아나고 있으나, 가계부채 급증은 막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금리를 통해 디레버리징을 도모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7월 말 기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역대 최대 규모인 1,068조1,000억원을 경신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즉 부동산 시장을 끌어올리는 대가로 금융 불균형 리스크를 키운 셈이다.

이처럼 비대해져 가는 가계 대출 규모에 우리나라의 금융 시장의 잠재적 부실이 우려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시장에선 한국은행이 오는 24일에도 기준금리를 현 3.50%에서 동결할 것이란 예측이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배적이다. 중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우리나라 하반기 경기 회복이 불투명하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중국의 양적 완화 및 금리 인하에 따라 중국 위안화의 프록시 통화인 원화마저 가치절하되는 점을 고려하면 금리 인상 카드를 고려해야 할 유인은 충분하지만 그럼에도 한은이 소비, 투자 위축, PF 부실 등을 감수하면서까지 금리를 올리긴 어렵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