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악스러운’ 美 국채 10년물 금리,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 기록

멈출 줄 모르는 美 장기채 금리 급등세 모기지론 금리 상승으로도 이어져 미국채 가격 상승에 베팅한 한국 투자자들 대부분 손실 구간 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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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장기채 금리가 멈출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이는 이번 공개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회의록에서 다소 매파적인 발언들이 쏟아져 양적 긴축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새롭게 생긴 데다, 미 정부가 재정적자를 메꾸기 위해 국채 발행량을 크게 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채권 공급량이 크게 늘 것이란 예상이 채권 시장에 반영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모든 자산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만큼, 30년 모기지 금리도 치솟는 분위기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더 이상 ‘3% 저금리 모기지 시대’는 끝났다고 보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아울러 연초 미국채 가격 상승에 베팅했던 서학개미들의 손실도 현재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치솟고 있는 미국채 10년 금리 상승세

글로벌 채권시장의 기준인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16일(현지 시간) 15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이날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4.28%에 장을 마감하며 종가 기준으로 2008년 6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월가에선 이날 공개된 7월 FOMC 의사록에서 제롬 파월 의장을 비롯한 연방준비제도(Fed) 이사진들의 “긴축 통화정책을 당분간 유지할 것”이라는 논조의 발언이 미국채 10년물 금리를 대폭 끌어올렸다는 분석을 내놨다. 기준 금리 인상은 투자자 관점에서 모든 자산의 수익률을 올리게 되고, 이는 국채 금리도 마찬가지로 끌어올리게 된다. 여기에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더 오를 예정이며 향후 10년간 평균 4.75%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하며 미국채 투자 심리를 억눌렀다.

게다가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미 정부가 공격적으로 국채 발행량을 올리고 있는 점도 채권 금리 상승으로 이어졌다. 31조3,810억 달러(약 4경2,000조원)의 재정적자에 직면한 미 재무부는 최근 장기채 발행 규모를 960억 달러(약 126조원)에서 1,030억 달러(약 135조원)으로 확대키로 공언했다. 아울러 자국채에 매력을 느낀 외국 ‘큰손’ 투자자들이 미국채를 대거 투매하고 돌아선 것도 미국채 공급량을 늘린 것으로 분석된다. 공급량이 늘면 채권의 가격은 줄고 채권 금리는 올라가게 된다.

대형 기관 플레이어들이 주를 이루는 채권 시장에서 장기채 금리는 기관들의 미래 경제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에 대한 기대치를 반영한다. 기관의 경우 개인보다 정보 면에서 우위에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채권 시장은 여타 금융 시장보다 효율적이라는 게 금융 업계의 중론이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주식처럼 거품이 끼는 일이 그리 많지 않고, 보다 적정 가치에 수렴해 있다는 얘기다. 예컨대 채권 시장의 장기채 금리는 미래 경기 향방을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개인 투자자들에게 제공해 준다.

미래 경제에 대한 전망이 낙관적이라면 기존 채권 투자자들은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주식, 회사채 등의 금융 자산으로 옮겨가게 된다. 이 경우 기존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었던 채권의 수요는 줄고, 가격 또한 자연스럽게 하락하게 된다. 다만 액면가(Face Value)와 이표율(Coupon Rate)로 구성되는 채권의 미래 현금흐름은 항상 동일하기 때문에 채권 가격 하락에 따라 할인율에 해당하는 채권의 수익률 또는 금리(Yield to Maturity)는 올라가게 된다.

반면 미래 경제 전망이 회의적이라면 비교적 경기 침체 국면에도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보장해 주는 채권 시장으로 더 많은 투자자들이 몰려들고, 이에 따라 수요가 높아진 기존 채권의 가격은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이때도 마찬가지로 액면가와 이표율은 항상 고정돼 있기 때문에 채권의 금리는 하락하게 된다. 이런 맥락에서 채권 금리와 채권 가격은 반비례 관계에 있다는 설명이다.

모기지론 덩달아 상승, 미국 서민들 부담 가중될 것으로 예상돼

전문가들은 미국채 금리 급등이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 상승으로 전이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국채 10년 금리는 모든 자산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데, 그중에서도 대다수 서민이 대출받고 있는 모기지론은 미국채 상승으로 인해 여타 자산보다 많은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경제침체로 인해 가뜩이나 힘든 서민들이 미국채 금리 상승으로 인해 더 높아진 주택담보대출 이자율을 감당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16일(현지 시간) 30년 고정 모기지 평균 이자율은 7.26%로, 1년 전 연 5%보다 2.26% 급등했다. 이는 2001년 이후 22년래 최고치에 해당한다. 심지어 전문가들은 이 금리가 연 8%까지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로렌스 윤 전미부동산협회(NAR)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금처럼 30년 고정 모기지 평균 금리가 7.26%, 10년물 금리가 4.2%로 높게 유지된다면 모기지 금리는 더 치솟을 것이고, 모기지 금리가 연 8%까지 도달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고 밝혔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그간 낮은 저금리를 유지했던 저금리 30년 고정 모기지론 시대는 끝났다고 보는 입장이다. 그간 30년 고정 모기지가 3%대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2020년 7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이어진 팬데믹에 따라 경제에 과도한 유동성이 뿌려진 이례적인 현상 때문이었다는 설명이다.

사진=techcrunch

미국 장기채 투자한 서학개미들도 마찬가지

이처럼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관련 금융자산에 투자한 서학개미들도 적잖은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증시에 투자한 서학개미들의 올해 미국 장기채 ETF 순매수액 규모는 약 12억7,000만 달러(약 1조6,000억원) 규모로, 연초 이후 해당 ETF에 투자했다면 이번 미국 장기채 급등세로 인한 평가 손실을 피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6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탈에 따르면 연초부터 이달 4일까지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해외 주식 종목은 ‘디렉시온 데일리 20+ 이어 트레저리 불 3X 셰어스 ETF(TMF·DIREXION DAILY 20+ YEAR TREASURY BULL 3X SHS ETF)’로, 순매수 결제액이 약 7억7,000만원에 달한다. TMF는 만기가 20년 이상 남은 미국채 30년물에 투자하며, 장기물 금리가 내려 채권 가격이 오르면 그에 해당하는 차익의 3배를 추종하는 일종의 레버리지 상품이다. 이외에도 미국 장기채 가격 상승에 베팅하기 위해 옵션을 활용해 수익구조를 만들어 내는 ‘TLTW’ ETF, 앞서 살펴본 TMF의 정방향 1배 상품인 ‘TLT’ ETF도 각각 순매수 상위 3위, 6위에 올랐다.

채권 금리가 연이어 연고점을 기록하자 TMF, TLTW, TLT 등 장기채 ETF들은 지난 3일 연저점을 기록했다. 특히 3배 레버리지 ETF인 TMF는 연초 대비 하락률이 20%를 웃돌면서 서학개미들의 상당한 손실이 우려된다. 윤재홍 미래에셋 연구원은 “투자자들은 연초 채권 금리가 고점을 달성했다는 예측에 채권 가격 저점을 잡자는 인식에 뭉칫돈을 대거 베팅한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피치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 및 미국채 발행 계획이 시장에 퍼지면서 채권 가격은 급격하게 하락했고, 아마 투자자들 대부분이 손실 구간에 진입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