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락 된 역전세 폭탄돌리기, 지방은 아직 회복세 더뎌

하반기 지배하던 역전세 우려 완화 서울 전세값 0.02% 상승, 전국 평균 3주째 오름세 지방은 아직 ‘마이너스’ 회복에 시간 필요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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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1년 2개월 만에 0.02% 상승폭을 나타냈다. 8월 1주 기준 매매가는 0.09%의 상승폭을 유지하고 있다. 급락하던 부동산 가격이 다시 소폭 상승곡선을 그리며 올해 초 팽배했던 역전세(주택가격이 내려가면서 전세 시세가 계약 당시보다 하락해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워진 상황) 우려가 어느정도 해소됐단 평가도 나왔다. 다만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과 지방은 여전히 회복세가 더딘 것으로 나타나 당분간 지켜볼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정세를 되찾은 서울 전세 시장

지난 2020년 8월 임대차3법이 시행되면서 전세 공급이 급감하자 전셋값은 급등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고덕그라시움 전용면적 84㎡는 2021년 7월 전셋값이 10억원까지 치솟았다가 올해 2월 전세 대출 금리가 인하되며 다시 40%가량 급락했다. 이같은 변화에 집주인들은 순식간에 벌어진 보증금 차액 4억원을 어떻게 구하느냐며 발을 굴렀지만, 5월 이후 전셋값은 다시 소폭 상승하기 시작했다.

13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5월 22일(0.01%) 이후 7월 5주(0.11%)까지 12주 연속 상승 중이다. 수도권은 6주째, 전국 평균은 3주째 상승세다. 실제로 송파구 헬리오시티 84㎡는 신규 계약 기준으로 올 상반기 7억원대까지 전셋값이 하락했지만, 8월 1주 기준 10억원대에 거래가 성사됐다. 강남‧서초‧마포 등 서울 25개 자치구 중 9곳은 7월 5주 대비 2배가량 전셋값이 상승했다.

부동산 전문가 대다수가 임대차3법으로 인해 급등한 전셋값이 올해 하반기 급락하며 역전세 대란을 불러올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시장은 반대로 응답하고 있는 셈이다. 전세 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균형점을 찾았으며, 정부가 ‘퇴거 자금 대출 규제 완화 정책’, ‘전세보증금 반환 정책’ 등을 시행해 소비자들의 숨통을 터준 시도가 효과적으로 나타난 이유에서다.

실제로 금리 인상에 월세를 찾는 사람들이 몰리며 월세가 치솟자 다시 전세로 수요가 회귀한 바 있다. 한국부동산원 집계로 5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 전환율은 전년 동기 4.2%보다 0.6%P 오른 4.8%에 달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주택 시장이 가장 우려하던 하반기의 역전세 리스크가 정부의 정책 효과에 힘입어 연착륙으로 돌아서는 분위기”라며 “아직 산재한 문제는 있지만 상반기처럼 사회 문제로 발전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밝혔다.

서울 부동산 가격, 완만히 상승중

이와 더불어 서울 아파트 거래량 역시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1일 기준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서울시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총 2만136건으로, 전년 전체 거래량인 1만1,958건보다 약 68%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어 한국부동산원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와 같이 0.09% 상승했다고 밝혔다. 특히 강북 14개 구 중 행당‧옥수·금호동 주요 단지가 속한 성동구는 0.22% 상승했으며, 마포구‧동대문구‧용산구도 상승곡선을 그렸다. 강남 11개 구 중에서는 송파구가 신천·잠실동 주요 단지를 위주로 0.23%의 상승세를 보였다. 압구정과 역삼동을 포함한 강남구도 0.11% 올랐다. 이에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도 23주째 상승했다. 지난 7일 기준 8월 1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8.5로 전주보다 0.2p 상승했다. 다만 여전히 집을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인 기준선 100 아래에 머물러 있다.

금호동3가1번지 일대
금호동3가1번지 일대/사진=내 손안에 서울

부동산 회복도 수도권 쏠림, 지방은 아직

서울을 중심으로 역전세 우려가 완화되고 있는 반면 지방의 회복세는 대체로 암울하다. 지방의 경우 5대 광역시의 전셋값은 7월 5주 대비 0.03% 하락했으며, 8개도 역시 0.01% 하락했다. 특히 전라북도는 전주 대비 0.02% 하락해 -0.04%로 하락폭이 확대됐다. 유일하게 상승 거래를 보이는 세종도 7월 5주 0.22% 대비 0.10% 하락해 상승폭이 축소됐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세종처럼 확실한 일자리가 있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지방은 인구가 감소하는 데다 미분양 아파트가 쌓여 있어 부동산 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지방 미분양 주택은 7,407채로 지난해 말 6,226채에 비해 약 20% 상승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 역시 “부동산 시장이 좋아지는 건 사실이지만 지방은 여전히 좋지 않은 편”이라고 전했다. 올해 말 분양 예정 단지가 있지만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농후하다고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