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만기 ‘국고채 금리’ 연중 최고치 근접, 덩달아 오른 은행채 금리에 주담대 등 ‘차주 부담’ 가중 우려도
‘채권시장 수급 이슈’ 등 장기물 금리가 중단기 금리 상승에 영향 대출 자산 부실 우려로 일부 저축은행 신용등급은 ‘하향’ 조정 가계대출로 연결된 ‘은행채 금리’도 상승, 부동산 경기 및 내수 침체 우려 급증
국내 중단기 국고채 금리가 연중 최고치에 근접했다. 미국 장기물 금리 상승에 따른 동조화로 국내 장기물이 상승하면서 채권시장 전반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가계 변동 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금리까지 상승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대출 등의 차주 부담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일각에선 하반기 저축은행 자산 건전성이 크게 저하될 거란 분석과 함께 내수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개월째 변동 없던 ‘단기금리’도 덩달아 상승
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채 시장 금리가 연중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이날 만기별 현재 금리와 연중 최고금리는 3년물이 3.833%·3.878%, 10년물이 3.909%·3.986%, 30년물이 3.762%·3.852%를 기록했다.
특히 3년물 금리는 지난 3월 인플레이션 우려가 가속하면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 연준(Fed)이 기준금리 인상 폭을 기존보다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전망에 더해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미국 채권시장이 크게 흔들리자 3월 중순까지 3% 후반대 금리가 이어졌다. 이후 금융불안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연준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지난 5월에는 3% 초반까지 금리가 떨어졌지만, 지난달부터는 3% 후반대로 재상승했다.
기업어음(CP 91일물) 등 단기금리도 최근 들어 상승하고 있다. 14일 기준 CP 91일물 금리는 4.01%로 지난 두달 간 변동이 없었으나 이달 들어 4%로 올라섰다. 양도성예금증서(CD·AAA급 시중은행 발행 91일물 기준) 금리도 전날에 비해 1bp 상승한 3.76%를 기록하며 변화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장기물 금리 상승이 중단기 금리를 끌어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의 미진한 회복과 함께 불거진 9월 위기설과 최근 90달러까지 급등한 유가에 따라 채권시장 금리가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면서 “특히 은행채 발행이 늘면서 국내 채권시장에 발생한 수급 문제가 중단기 금리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저축은행’ 자산 건전성 불안감도 재차 고조되는 분위기
채권시장 금리가 상승하자 2금융권 건전성에 대한 불안감도 재차 고조되고 있다. 특히 올해 상반기 적자가 심각한 저축은행들이 부동산 PF 부실 위기에 직면할 거란 우려까지 겹치면서 이들의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추세다.
지난 10일 나이스신용평가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달 페퍼저축은행과 더케이저축은행의 장기 신용등급 전망은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됐다. 이번에 조정된 신용등급은 BBB-로 통상 이 등급의 바로 밑인 BB+부터는 신용위험이 높은 ‘투기 등’으로 분류된다. 이미 지난 7월에는 키움저축은행(A-), OK저축은행(BBB+), 웰컴저축은행(BBB+), 바로저축은행(BBB+) 등 대다수 저축은행의 신용등급 전망이 하향 조정됐다.
나이스신용평가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은 보유자산 대부분을 채권으로 갖고 있기 때문에 시장금리 상승 시 그 손해가 집중적으로 발생한다”면서 “일부 저축은행은 올해 들어 적자로 전환한 데 이어 지난 6월 기준으로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위험 수준인 7%를 넘으며 자산건전성 하방 위험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은행채 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부채 상승 및 내수 침체 우려까지
은행채 금리까지 올해 최고 수준에 근접하면서 가계 및 기업대출에 나선 차주들도 가슴을 졸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은행채 1년물(AAA, 무보증, 평가사 5사 평균) 금리는 전일 기준 연 3.994%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1월 초 연중 최고치와 동일한 수준이다.
은행채 단기물은 주요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리다. 은행채가 연중 최고치에 근접했다는 것은 주담대나 전세대출 등의 차주가 부담해야 하는 이자도 그만큼 높아진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달 들어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은 차주가 크게 늘어났다는 사실이다. 14일 기준 은행채는 9월에만 3조1,900억원, 지난 8월에는 3조7,749억원 순발행됐다. 올해 5월을 제외하고 순상환을 이어오던 흐름이 뒤바뀐 셈이다. 특히 발행된 은행채는 대부분 가계대출로 연결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가계대출 잔액은 5개월 연속 증가한 1,075조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증가폭도 6조9,000억원으로 연중 최대치였다.
이렇다 보니 부동산 시장 침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KB부동산연구원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저축은행 전체 연체율은 지난해 3.41%에서 5.33%로 급등했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부동산 PF 관련 대출 부실 문제가 본격화하면서 저축은행 손실이 더욱 불어날 우려가 있다”면서 “여기에 고금리 기조의 장기화에 따라 비수도권 부동산 시장 상황이 크게 악화되고 있어 앞으로도 이 추세가 지속된다면 전국적으로 침체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에 더해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내수 침체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14일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2023 상반기 창업기업동향’에 따르면 이미 올해 상반기 창업기업은 전년 동기 대비 6.5% 감소했다. 특히 부동산 경기 둔화 여파로 부동산업 신규 창업은 전년 대비 절반 가까이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