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산업으로 사업 방향 좁히기 위해 제약 사업부 100% 매각한 ‘SK케미칼’

SK케미칼, ‘돈’ 안 되는 제약 사업부 매각 다만, 백신 사업부는 그대로 가져가 친환경 사업 집중 위해 유동성 챙겼다는 분석이 지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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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케미칼이 사모펀드 운용사 글랜우드 프라이빗에쿼티(PE)에 제약 사업부를 매각한다. SK케미칼은 지난 2018년 글로벌 백신 산업에 진출하겠다는 포부 아래 백신 사업에 대한 별도 법인을 수립한 바 있다. 즉 이번 매각은 백신 사업 부문이 아닌 제약 부문 산업에 한정됐다는 분석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SK케미칼이 미래 친환경 산업에 집중하기 위해 비주력 산업인 제약 산업을 매각하고 유동성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SK케미칼, 글랜우드PE에 자사 제약 사업부 매각

21일 업계에 따르면 SK케미칼이 국내 사모펀드 글랜우드PE와 자사 제약 사업부를 매각하는 내용이 담은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제약 사업부를 분할한 뒤 글랜우드PE가 해당 지분의 100%를 인수할 예정이다. 매각가는 약 6,000억원 수준이며, 연내 계약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케미칼 제약 사업부는 관절염 치료제 ‘조인스’, ‘트라스트’ 및 혈액순환 개선제 ‘기넥신’ 등을 주력 제품으로 하고 있다.

제약 부문의 새로운 주인이 되는 글랜우드PE는 대기업 사업부를 인수해 기업가치를 키우는 데 강점이 있는 운용사다. 이번 인수를 통해 글랜우드PE는 헬스케어 부문 사업을 키울 것으로 분석된다. 2021년 9,000억원 규모 2호 블라인드펀드를 결성한 이후 올리브영 지분 투자를 끝으로 잠시 숨고르기를 했던 글랜우드PE는 올 초 LG화학 사업부를 비롯해 SKC 자회사 SK피유코어 인수도 추진하면서 업계에 존재감을 재각인시킨 바 있다.

백신 사업과 분리 후, 제약 부문 사업’만’ 매각

SK케미칼은 지난 2017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통해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뉜 바 있다. 1969년 회사 설립 이후, 48년 만에 지주회사로 전환한 것이다. 해당 인적 분할을 통해 SK케미칼의 기존 존속법인은 지주회사(SK케미칼홀딩스)로 전환됐고, 사업회사는 SK케미칼 사업회사로 설립됐다. SK케미칼 사업회사는 또다시 그린케미칼(화학), 라이프사이언스(제약)으로 나뉜다.

이후 2018년 SK케미칼 사업회사는 백신 사업의 전문화, 고도화, 가속화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제약 사업 내에서 백신 사업부 분사를 추진했다. 2017년 당시 전체 매출 1조1,914억원에서 제약 부문은 3,210억원인 27%를 차지했는데, 이 중 전체 제약 사업의 약 40% 격인 백신 사업을 분리한 것이다. 백신 사업이 제약 사업부와 분리해도 될 만큼 자생력을 갖췄다는 판단 아래, 글로벌 프리미엄 백신 회사로 도약하기 위해 별도 법인으로 분리 후 적극적으로 SI(전략적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다.

이런 와중 SK케미칼은 글랜우드PE와의 이번 거래를 통해 백신 사업부와 분리된 제약 부문 매각에 나선 것이다. 제약 부문은 지난해 기준 총 매출의 약 17%를 차지하는데, 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익기여도가 낮아 최근 잠재 매물로 거론된 바 있다. 특히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은 5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40% 가까이 줄었다.

전광현 SK케미칼 사장이 지난해 12월 친환경 산업 중심으로 사업 방향을 좁히겠다는 ‘에코트랜지션(Eco Transition)’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사진=SK케미칼

친환경 사업 집중하겠다는 게 SK케미칼의 의도

전문가들은 SK케미칼의 이번 매각 건에는 비주력 사업인 제약 부문을 정리함으로써 유동성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신사업인 친환경 소재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SK케미칼의 친환경 소재 사업에 대한 수익성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SK케미칼의 매출은 1조8,292억원, 영업이익은 2,305억원으로, 2021년 대비 각각 13%, 59% 줄어들었다. 그러나 코폴리에스터 사업은 지난해 영업이익보다 22% 증가한 258억원을 보여줬다. 즉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소재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응하고자 미래 먹거리 산업을 관련 산업으로 좁히겠다는 게 이번 매각의 근본적인 이유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SK케미칼은 현재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친환경 소재인 코폴리에스터의 생산 인프라를 확대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해 4월부터 SK케미칼은 오는 2024년 가동을 목표로 코폴리에스터 생산의 핵심원료인 CHDM(사이클로헥산디메탄올) 생산능력을 25% 확대키로 결정하고 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동시에 화학적 재활용 글로벌 인프라 구축을 위한 해외 생산 거점 확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SK케미칼은 전 세계적으로 재활용 플라스틱 시장 수요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해당 수요에 대응해 2030년 리사이클 플라스틱 판매 비중 100%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아울러 그린소재의 새로운 먹거리로 화이트 바이오 사업의 밸류체인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최근 화이트 바이오 사업이 기존 석유 유래 플라스틱 시장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화이트 바이오란 식물 등 재생 가능한 자원 및 미생물·효소를 활용해 기존 화학·에너지 산업 소재를 친환경 바이오 기반으로 대체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SK케미칼은 지난해 가동을 시작한 바이오 폴리올 에코트리온(Ecotrion) 생산을 시작으로 고유연 생분해 소재, 바이오 탄성소재 등 새로운 바이오 소재 사업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