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전기차 생산 방식 2026년부터 테슬라 기준으로 변경

도요타, 전기차 생산 설비에 테슬라의 기가캐스팅 공법 도입 발표 2026년까지 내부 점검 및 공장 설비 개선, 컨베이어 벨트 대신 로봇 도입할 것 전고체 배터리, LFP 배터리 등으로 전기차 배터리 기술력 도전 선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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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대 자동차 기업인 도요타가 2026년부터 테슬라 방식으로 전기차 생산 라인을 바꾸기로 했다. 차세대 배터리로 알려진 전고체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고 중국이 중심이 된 보급형 배터리 시장을 빼앗아 오겠다는 구상이다.

전동화 전환 추세가 글로벌 자동차 업계를 강타하고 있음에도 그간 하이브리드에 집중해 온 도요타는 지난 6월 전기차 생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발표는 지난 5월에 신설된 배터리 전기차 공장의 기술력을 홍보하려는 목적과 함께 오는 2026년까지 전기차 생산력을 글로벌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선언도 포함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도요타, 전고체배터리로 후발주자 약점 벗어나겠다

18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도요타는 일본 아이치현 공장에서 배터리 기술 개발과 생산 시스템 현황을 공유했다. 아이치현에는 현재 3개의 공장이 배터리 및 전기차 기술과 관련된 설비를 구축하고 있는 중으로, 3개 공장 중 배터리 생산을 담당하는 테이호 공장이 그중 하나다. 테이호 공장은 전기차 업계에서 ‘꿈의 배터리’라고 불리는 전고체배터리 및 양극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개발하는 곳이다.

전기차 업계에는 석유 차를 근본적으로 대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배터리 성능 향상을 추진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각종 개선 시도 중 최근 가장 주목받는 전고체배터리는 기존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높고, 수명이 길다. 여기에 음극-양극 사이에 리튬 이온이 이동할 수 있는 매개체인 전해질이 액체가 아닌 고체기 때문에 온도 변화에 따른 증발이나 외부 충격에 따른 누액 위험이 없어서 기존 배터리보다 훨씬 안전하다. 다만 전고체배터리는 연구가 까다로운 데다 양산 난도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능 측면에서도 기존 배터리를 압도한다. 충전 시간이 3분의 1로 줄고, 주행거리는 두 배로 늘어난다. 그러나 연구 및 양산 난이도가 높은 데다, 주요 원자재 중 하나인 황화리튬 가격이 저렴하지 않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업계에서는 일본이 이미 전고체배터리 관련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황화리튬을 확보하기만 하면 전고체배터리 대중화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본다.

보급형 제품으로 양극 LFP 배터리도 추가

가격 경쟁력이 걸림돌이 되자, 도요타는 단가를 낮출 수 있는 보급형 제품으로 양극 LFP 배터리도 개발 중이다. 양극 LFP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이 하나의 집전체에 들어간 배터리다. 집전체는 전자를 활성물질에 전달하는 얇은 막으로, 일반적인 건전지를 분해해도 유사한 집전체를 확인할 수 있다. LFP 배터리의 경우 집전체 하나에 양극, 음극이 모두 들어가기 때문에 각각 들어가야 하는 기존 배터리보다 용량을 압축할 수 있다. 도요타에서는 생산비용 40% 감소, 주행거리 20% 증가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8일 발표에서 도요타 기술자들이 양극 LFP 배터리에서 양극과 음극을 만드는 데 필요한 전해질을 균일하게 도포하는 방법을 찾는 데 진전이 있었다는 설명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량 생산을 위해서는 여러 배터리를 쌓는 과정에서 손상이 발생하지 않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도요타는 이날 아이치현 제3공장인 묘치 공장에서 차체를 한 번에 찍어내는 ‘기가캐스팅’ 기술도 함께 선보였다. 압축기가 4,000t 무게로 알루미늄 합금판을 누르면 차량 섀시 부품이 붕어빵처럼 찍혀 나오는 것으로, 기존 부품 조립형과 달리 작업 속도가 매우 크게 개선될 수 있다. 해당 기술은 기존 테슬라의 전기차 제조 기술 중 핵심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수십 개 금속 패널을 용접해 하나의 차체를 완성했다면, 테슬라는 하나의 금속판을 주물에 넣고 찍어내는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기가캐스팅 공정으로 생산비용을 최대 40%까지 절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도요타, 과거 방식 버리고 테슬라 방법으로 생산한다?

업계에서는 장인 정신을 강조했던 도요타가 기가캐스팅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놀랍다는 반응이다. 전직 현대자동차 연구원인 H씨는 과거 현대자동차가 일본 기업들과 엔진 기술 협력을 위해 논의하던 경험을 토대로, 일본 기업들이 하나하나 부품을 재단사 용접하듯이 붙여 넣는 과거 기술을 포기하고 기계가 양복을 찍어내는 기성복 형태의 기술을 도입하면서 내부적으로 많은 불만이 있었을 것이라는 평을 내놨다. 과거 일본의 장인정신이 도요타가 미국에서 불량률이 가장 낮은 차량이라는 이미지를 확보하는 데 큰 역할을 했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테슬라 방식의 신뢰도가 낮은 상태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도요타는 이번 발표에서 향후 2~3년간 기가캐스팅 기술의 안전성과 불량률을 확인한 후 2026년부터 출시되는 전기차부터 기가캐스팅을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묘치 공장 소식이 이미 알려진 모토마치 공장의 기술자들도 컨베이어벨트 대신 거푸집 형태로 찍어낸 차체로 작업하게 될 것이라는 계획을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모토마치 공장은 도요타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공장으로 혁신이 가장 늦게 받아들여질 것이란 예상이 있었으나, 이미 기가캐스팅 도입을 위해 공장 설비에 관한 논의가 내부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요타에 따르면 모토마치 공장의 설비를 컨베이어벨트 대신 물류 로봇이 차량과 부품을 옮기는 방식으로 개선해 산재 위험 및 매연 문제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