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피하고 연착륙하나” 올 3분기 성장률 전망치 높아지는 美, 中도 예상외 경제 성장률 기록
견조한 고용 흐름, 소매 판매에 美 경제 성장률 전망 올려잡은 월가 부동산 리스크에 흔들리던 中도 '선방', 올해 경제 성장률 5% 기대돼 美·中 갈등 완화되면 中 경제 반등 물론, 원자재 공급망도 안정화될 듯
연초만 해도 미 연준의 매파적인 통화 정책의 파급으로 경기 침체가 높게 점쳐졌던 미국이 최근 불황의 늪을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견조한 고용 흐름 및 내수 소비를 확인한 월가가 올해 3분기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일제히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이 4분기 및 향후에 경제 연착륙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편 중국도 대내외적 경제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올해 3분기 예상외 개선된 경제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르면 오는 11월 있을 미-중 정상회담에서 각국 정상이 관계 개선과 관련해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한다면, 미국의 대중 규제들이 상당 부분 풀리면서 한동안 주춤했던 중국 경제도 전환점을 맞이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경제, 경기 불황 우려 씻어내나
23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오는 26일 미국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발표를 앞두고 전망치를 기존 3.7%에서 4.0%로 올렸다. 경제컨설팅사 하이프리퀀시이코노믹스도 역시 3분기 전망치를 기존 4.4%에서 4.6%로, 4분기 전망치는 1.0%에서 1.2%로 상향했다. 블룸버그 통신이 집계한 미국 3분기 성장률 전망치는 4.3%로 예측됐다. 미국의 1·2분기 경제성장률인 각각 2.2%, 2.1%와 비교해도 성장률이 두드러지게 오른 수치다.
이는 미 연준(Fed)의 누적된 통화 긴축, 장기화하는 러·우 전쟁,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등 여러 우려에도 미국의 소비지출을 비롯한 주요 경제지표가 탄탄한 수준을 이어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이와 관련해 WSJ은 “지금쯤 미 경제는 둔화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되레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며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다시 올려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는 사이에 애널리스트들은 경제 전망을 상향하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도 “성장이 정체된 유럽 및 중국과 달리, 미국은 올 3분기 GDP 발표를 통해 여전히 경제 강국임을 입증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실제 미국의 노동시장은 올 3분기 더욱 강세를 보인 모습이다. 9월 한 달간 증가한 일자리수는 33만6,000개로, 7월 23만6,000개, 8월 22만7,000개 대비 큰 폭으로 늘었다. 이처럼 강력한 노동시장은 실물경제에서의 소비 지출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 소매 및 식품서비스 판매는 고작 0.2% 늘어나는 데 그쳤으나, 이후 7~9월부턴 각각 0.6%, 0.8%, 0.7% 증가했다.
WSJ에 따르면 현재 향후 경제에 대한 이코노미스트들의 전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뉘고 있다. 먼저 누적된 긴축의 시차 등을 고려하면 현재 경제 추진력이 오래가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두 번째는 경제 지표가 계속 뜨거운 수준을 나타내면서, 인플레이션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 경우 미 연준이 추가로 금리를 인상하게 되고, 경기 침체 위험은 다시 커질 수 있다. 마지막은 미국 경제가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이상적인 경제 상황인 ‘골디락스’로 이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성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은 잡히는, 이른바 연착륙 시나리오다.
다만 골디락스 시나리오에 대해선 월가 애널리스트 대부분이 고개를 내젓고 있다. 벤 허즌 S&P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노동시장이 경색된 것은 아니다”라며 “연준이 물가 안정목표치 2%를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기준 금리의 추가 인상 가능성도 높다”고 밝혔다. 헤지펀드계 거물인 빌 에크먼 퍼싱스퀘어 캐피털 회장도 이날 엑스(옛 트위터)에 올린 게시글을 통해 “미국 실물 경제의 균열은 가시적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채권왕’으로 유명한 빌 그로스 역시 엑스를 통해 “미국 장기채 금리 급등으로 인한 중소형 은행들의 줄도산 가능성, 높아지고 있는 가계 대출 연체율 등을 미뤄 봤을 때 4분기 경기 침체를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중국도 올 3분기 경제 성장률 예상외 선방
이같은 미국의 경제 회복 기대감과 더불어 중국도 경제 성장률이 예상외 호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 19일 중국의 올해 3분기 GDP 성장률이 지난해 동기간 대비 4.9%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2분기 경제성장률 6.3%에 비해서는 둔화한 수치지만 1분기 4.5%에 비해선 나아진 수준으로, 시장 컨센서스를 웃돈 모습이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글로벌 경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를 수행한 결과 중국의 3분기 GDP 성장률 전망치가 4.4%로 집계됐다고 전한 바 있다.
3분기 중국 경제가 시장 컨센서스를 뛰어넘는 성장을 거두자, 월가 투자은행(IB)들을 비롯한 글로벌 금융기관들도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인 5% 달성을 긍정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시티그룹은 중국의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5%에서 5.3%로 상향했고, JP모건과 모건스탠리도 각각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5%에서 5.2%로, 4.8~4.9%에서 5.1%로 상향 조정했다. 스위스 최대 IB인 UBS도 기존 전망치인 4.8%보다 0.4%포인트 높인 5.2%를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한 경제 전문가는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회사 컨트리가든이 결국 디폴트 수순을 밟고 있는 데다, 청년 실업률은 기록적인 수치를 기록하고 있고, 미-중 갈등은 여전히 지정학적 리스크로 자리 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올해 3분기 경제 성장률은 나름 선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사실상 미-중 패권 전쟁의 승자로 자리 잡은 미국이 중국에 대한 인바운드, 아웃바운드 투자를 모조리 틀어막는 한편, 최근 미국채 대규모 발행 등을 통해 글로벌 유동성을 매섭게 빨아들이고 있는 만큼, 이로 인해 자금 확보에 차질을 빚고 있는 중국은 과거 WTO 가입 시절만큼의 폭발적인 경제성장률을 다시 보여주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중 갈등 개선되면 주춤하던 중국 경제 반환점 맞을 것
한편 전문가들은 이르면 오는 11월 성사될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과 중국의 갈등 구도가 새로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현재 미중 고위급 관계자들은 시진핑 중국 주석의 경제정책 최고 보좌관인 허리 펑 부총리의 워싱턴 방문을 논의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미국을 찾게 되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을 방문하는 첫 중국 초고위 관료가 되는 셈이다. 이는 그간 양국 정부가 관계를 안정시키기 위해 기울인 잠정적 노력의 결과 중 일부로 해석된다.
실제 수개월간 반도체 전쟁, 원자재 전쟁 등으로 인해 파국으로 치달았던 미-중 갈등 관계는 최근 급속도로 완화되는 모습이다. 앞서 살펴본 11월 미-중 정상회담 이외에도, 미-중 고위 관계자들은 지속적으로 물 밑에서 긴밀한 외교를 벌이고 있다. 중국 왕이 외교부장은 이번 주 미국을 방문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만날 예정이다. 앞서 왕 부장은 지난달 몰타 공화국에서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도 비밀리에 만난 바 있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달 말 중국 정부는 올 7월 북한에 구금됐던 미군 병사 트래비스 킹 이병의 이동을 도우면서 미국과 관계 개선을 도모했다.
이에 한 전직 IB 업계 관계자는 “11월 정상회담을 통해 유의미한 결과를 이끌어냄으로써 양국 관계가 개선된다면, 미국의 중국에 대한 압박이 한결 풀리면서 중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도 돌아오는 등 중국 경제의 숨통이 트이게 될 것”이라며 “나아가 미-중 갈등이 해결되면 중국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갈륨·게르마늄 수출 통제 등도 점차 풀리면서 원자재 공급망을 포함한 글로벌 벨류체인도 정상화되는 것은 물론, 인플레이션도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