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금융위원장 ‘공매도 제도’ 개선 추진 언급, 전면금지 반대하던 과거 태도와 달라진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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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현 의원 "당국, 글로벌 IB의 불법 공매도 의혹 해명 등 적극적 행동 필요"
최근 금감원 내부서 "일시적으로 공매도 중단하고 제도 개선 필요하다"는 주장 제기돼
'공매도 제도' 개선에 관한 일부 개정법률안 발의되기도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이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당국 종합 국정감사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에게 질의하고 있다/사진=국회방송 캡처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공매도 제도와 관련해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면금지 필요성을 제기해 온 개인투자자들과 충돌해 왔던 과거 금융당국의 태도와는 상반된 입장이다. 2주 전 글로벌 투자은행(IB) 두 곳이 560억원 규모의 불법 공매도를 해왔다는 사실이 적발되면서 금감원 내부적으로 분위기가 바뀐 것과 함께 여당까지 나서 가시적인 제도 개선을 요구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국회에선 공매도 제도 개선에 관한 일부 개정법률안이 발의됐지만, 법률이 통과되고 적용되는 시점까진 개인투자자들의 원성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장, “외국계 IB 편을 들고 있는 것처럼 비춰 보여 유감”

김 금융위원장은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당국 종합 국정감사에서 공매도 제도 개선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의 필요성을 묻는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대해 “국내 최고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가장 투명하고 합리적 절차를 통해 모든 제도 개선을 추진해 보겠다”고 답했다. 윤 의원에 따르면 당국은 일부 개인투자자들로부터 공매도 제도와 관련해 당국이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편을 들어주고 있다는 오해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의원은 “공매도 제도가 장기적으로는 잘못된 것은 아닐지라도 단기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높은 진입장벽, 기울어진 운동장, 불법 공매도에 대해 계속 지적이 나왔다”면서 “3~6개월 정도 공매도를 중단하고 차별 최소화, 공정성 및 신뢰성에 의문이 가지 않는 정책으로 정비해야 하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당국이) 외국계 IB 편을 들고 있는 것처럼 비춰 보여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최근 금감원이 발표한 글로벌 IB의 불법 공매도 의혹 등을 보면 개인 투자자들이 우리 주식시장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 매도한 뒤 실제로 주가가 내려가면 싼값에 사들여 차익을 얻는 투자 기법이다. 예를 들어 10만원인 A회사 주식을 공매도 하려는 투자자가 있다. 이 투자자는 A회사 주식을 기관 또는 증권사로부터 10주를 빌려 매도함과 동시에 100만원의 이익을 얻었다. 며칠 후 A회사 주가가 9만원으로 하락하자 이 투자자는 A회사 주식 10주를 90만원에 매수해 빌린 기관이나 증권사에 갚아 10만원의 시세 차익을 얻었다.

‘여당’ 필두로 정치권까지 나선 제도 개선 압박에 입장 바꾼 당국

국내에서 공매도 제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19 사태 당시 일시적으로 전면금지됐다. 이후 당국은 2021년 5월부터 코스피200과 코스피150 지수 구성 종목에만 공매도를 허용했지만, 전면재개까지는 허용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발언은 그간 개인투자자들로부터 ‘주가 하락의 주범’으로 꼽혀온 공매도 제도에 긍정적인 입장을 고수해 왔던 당국의 태도가 달라졌음을 시사한다. 당국은 세계 어느 나라도 공매도를 전면금지하는 국가가 없다는 점과 ‘가격발견’이라는 순기능으로 주식시장의 효율성 높이는 점을 꼽으며 공매도 제도의 필요성을 피력해 왔다. 또한 국내 주식시장의 공매도 금지 조치가 내려지면 모건스탠리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도 누차 강조했다.

그러나 15일 글로벌 IB 두 곳이 지난 2년간 560억원 규모의 불법 공매도를 해왔다는 사실을 적발되면서 금감원 내부적으로 공매도에 대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금감원 내부에서 일시적으로 공매도를 중단하고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면서 “여기에 여당을 필두로 정치권까지 나서 이전과 다른 제도 개선을 요구하자 당국의 태도가 바뀐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출처=전국투자자교육협의회

국회,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발의

이날 국회에선 공매도 제도 개선에 관한 일부 개정법률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은 차입공매도 상환기간과 담보비율을 투자자들에게 동일하게 적용토록 하고, 공매도 거래를 전산화해 무차입공매도 거래가 불가능하도록 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강 의원이 지난 11일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기관투자자 상당수가 공매도 목적으로 90일 이상 장기대차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 의원은 “금융당국 보고의무자의 85%에 달하는 72개 기관투자자가 공매도가 허용된 350개 전 종목에 걸쳐 90일 이상 주식을 대차했다”면서 “90일마다 상환기간을 연장해야 하는 개인투자자와 달리 기관투자자가 실질적으로 공매도 장기 포지션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금융위원장이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차입공매도를 위한 대차·대주거래가 별도의 시스템 없이 수기로 입력됨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도 제기됐다. 강 의원은 “국정감사 기간 중 공매도 개선에 대한 국민청원이 성립되면서 국회에서 청원심사를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공매도 제도개선에 관한 법 개정안이 이미 다수 상정돼 있는 만큼, 이번 개정안 발의를 기회로 본격적인 개정 논의가 촉발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개정안이 통과되고 시행령이 갖춰지는 등 실제 법안이 효력을 발휘할 때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개인투자자들의 불만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16일 개인투자자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은 금융위를 상대로 공매도 관련 정책 과실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정부가 국민에게 불법 공매도 적발 시스템에 대해 약속했던 기한이 4년 이상 지났는데도 어떠한 진척이 없다”면서 “공매도 금지 과정에서 금융위의 늑장 대응과 공매도 금지 보도자료 배포 시 과실로 인해 금전적 피해, 투자자보호 의무 소홀로 정신적·육체적 피해를 봤다”고 소송 사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