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의 온상지’ 새마을금고, ‘미워도 다시 한번’ 믿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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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에 '전문경영인체제' 도입 등 논의 시작
제왕적 지배구조 깬다?, "새마을금고의 '새출발'"
"진짜 문제는 몸통, 마을금고 체제부터 고쳐야"
10월 19일 열린 ‘제3차 새마을금고 경영혁신위원회’에서 새마을금고중앙회가 경영 혁신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사진=새마을금고중앙회

새마을금고가 전문경영인체제 도입을 비롯한 경영 혁신안을 발표했다. 올해 7월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가 일어난 데다 중앙회장 금품수수 혐의 등 임직원들의 비위 의혹이 연달아 터지며 위기를 자초한 새마을금고가 ‘변화’를 시사하고 나선 것이다. 사실상 금융기관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그동안 금융당국의 직접적 통제에서 벗어나 있던 새마을금고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감독 기능도 대폭 강화된다. 이에 ‘미워도 다시 한번’ 새마을금고를 믿어야 할지 시민들은 고민에 빠졌다.

새마을금고, ‘경영 혁신안’ 발표

14일 새마을금고 경영혁신자문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새마을금고 경영 혁신안을 내놨다. 이들은 우선 제왕적 권한을 누린다는 비판에 직면한 새마을금고 중앙회장과 이사장들의 권한을 축소하기로 했다. 중앙회 업무 전반을 총괄하는 경영대표이사를 신설해 전문경영진 체제로 전환하겠단 계획이다. 중앙회장은 대외적인 조직의 대표자로서 회원 권익 관련 활동과 이사회 의장 역할만 맡는다. 중앙회장이 본인의 연임을 위해 투표권을 가진 금고 이사장들에게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고 제대로 된 감독권한을 행사하지 않던 폐해를 막고자 회장 임기도 4년 단임제로 바꾸기로 했다. 아울러 중앙회장 소속의 금고감독위원회도 ‘중앙회’ 소속으로 바꿔 감독업무의 독립성을 강화한다.

금고 이사장들이 편법으로 종신 권력을 행사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이사장 중임제’도 도입한다. 현재 새마을금고법에선 이사장(임기 4년)은 2회까지 연임을 할 수 있어 최대 12년간 재임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실에선 중임 규정이 없는 점을 악용한 이사장들이 임기 만료 전 사직하고 재출마하는 식의 꼼수로 장기집권을 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에 김성렬 중앙회 경영혁신자문위원장은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견제와 균형의 지배구조, 책임경영을 확립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자구노력의 일환으로 최근 5년간 30% 오른 중앙회장의 보수를 비롯해 임원들 임금도 삭감한다. 중앙회장은 23%, 상근이사는 28% 각각 감액한다.

새마을금고 부실 논란 이후 전문성 문제가 제기된 감독권은 지금처럼 행정안전부가 갖는다. 대신 일부 건전성 검사에 국한됐던 금감원의 역할을 크게 확대한다. 이를 위해 행안부, 금감원, 예금보험공사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가 새롭게 구성된다. 이 협의체에서 검사계획 수립·이행 및 제재 처분 등 검사업무 전반에 대해 논의한다. 또 그동안 새마을금고에서 취사선택해서 제한적으로 감사자료 제공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검사 관련 자료 제공이 의무화된다. 검사계획 수립도 협의체를 통해서 정해지고, 금감원은 수시로 검사를 요청할 수 있게 된다. ‘동일업권-동일규제’ 원칙에 따라 새마을금고도 건전성과 리스크 관리 강화를 위해 대손충담금 적립을 강화하고, 유동성 비율과 예대율 기준도 여타 상호금융권과 동일한 수준으로 개선한다. 금융위원회 국장급이 주재하던 ‘상호금융정책협의회’는 차관급인 금융위 부위원장이 주재하도록 위상을 올렸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권한 분산안/출처=새마을금고중앙회

중앙 집권화 해체 나선 새마을금고

새마을금고의 개편안엔 전반적으로 중앙 집권화된 권한을 분산하겠단 의도가 깔려 있다. 제왕적인 지배구조를 개혁해 낙수효과를 일으키겠단 취지다. 다만 일각에선 이 같은 새마을금고의 방향성 설정에 의문을 제기한다. 애초 새마을금고의 가장 큰 문제는 중앙회가 아니라 마을금고의 독립적 운영에 따른 폐쇄성 강화, 감독의 어려움 등에 있다는 것이다. 새마을금고중앙회의 ‘2023년 1분기 새마을금고 경영지표평가 결과’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전체 새마을금고(1,294개) 중 자체 경영실태평가에서 3등급 이하를 받은 곳은 202개(전체 15.6%)에 달했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각 새마을금고의 경영 상황 등을 1~5등급으로 나눠 평가하는데, 등급이 낮을수록 경영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의미다. 특히 하위 4~5등급은 경영개선요구대상이다. 3등급도 자산 건전성 등 세부 지표에 따라 경영개선요구 대상이 될 수 있다. 새마을금고의 현주소다.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가 벌어지기 전 새마을금고는 다소 느긋한 태도를 유지했다. 지난 6월 새마을금고 측은 “실물 경기 부진과 지방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PF 문제로 연체율이 일시적으로 불가피하게 상승한 것은 맞다”면서도 “연체율 관리를 위해 여러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으니 하반기에는 다시 낮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마을금고 차원에서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이니 만큼 지나친 우려는 필요 없다는 식이었다. 그러나 새마을금고발 위기는 현실로 다가왔고, 이제는 ‘대수술’이 불가피한 상황에 놓였다. 이제 남은 건 새마을금고가 얼마나 체계적으로 변혁을 이루느냐다. 현 계획을 그대로 가져갈 경우 새마을금고의 대수술은 사실상 의료 사고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진정 바뀌어야 할 건 머리가 아닌 ‘줄기’다. 유례없는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선 새마을금고의 충실한 변혁 의지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