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아니면 집 못산다” 고금리 기조에서도 영끌로 아파트 매수하는 30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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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3분기 전국에서 아파트 가장 많이 매입한 연령층은 다름 아닌 30대
전문가들 "30대들이 다시금 '영끌'하는 건 부동산 경기 부양책에서 비롯됐다"
20·30세대 중심으로 가계 대출 폭증하고 있는 가운데 연체율도 눈에 띄게 늘어

30대들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에 다시금 불씨가 지펴지는 모습이다. 그간 전국에서 아파트를 가장 많이 매입한 연령층은 40대로 집계됐으나, 올 1~3분기 들어선 30대가 아파트 최다 매수의 연령층에 올라선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30대 연령층의 아파트 매수세가 잠시 잦아들었던 지난해와는 사뭇 상반된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은 올해 초부터 정부의 부동산 관련 규제가 완화된 데다, 최근엔 집값까지 오르면서 30대들 사이에서 ‘지금 아니면 안 된다’는 심리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한편 이에 따라 가계 부채도 폭증하면서 업계 안팎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30대들의 아직 끝나지 않은 ‘영끌’?

12일 국내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1~9월)의 전국 아파트 거래량 총 31만6,603건의 매매 거래 가운데 30대가 사들인 건수는 총 8만5,701건으로 전체의 27.1%를 기록했다. 이는 40대의 매입 비중 25.9%(8만2,077건)를 웃돈다.

전국 아파트 1~9월 거래에서 30대 거래 비중이 40대를 넘어선 건 정부가 연령대별 아파트 거래 현황 통계를 공개한 2019년 1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1~9월 전국 아파트 거래 비중은 30대가 22.4%, 40대가 24%로 40대가 더 컸다. 연간 거래량으로 봐도 2019년 이후 올해 들어 처음 30대가 역전할 가능성이 커진 상태다. 지난해 30대의 전국 아파트 매입 비중은 22.4%, 40대는 24.1%였다.

다만 최근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에 나서고 고금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상대적으로 주택 매수 자금이 부족해 영끌로 집을 사는 30대 연령층의 최근 아파트 매수세도 결국 사그라들 가능성이 높다는 게 건설 업계의 중론이다.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상단은 이미 7%를 넘어선 데다 부동산 대출 상품도 축소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 9월 말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대출은 시중 판매가 중단됐다.

지난해와는 사뭇 상반된 모습

이는 지난해의 추세와는 사뭇 상반된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량 29만8,581건 가운데 매입자가 20·30세대인 경우는 8만4,835건으로 전체의 28.4%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2021년) 대비 2.6% 포인트 감소한 수준이다. 앞서 20·30세대 아파트 매입 비율은 2019년 28.3%에서 2020년은 29.2%, 2021년에는 31.5로 높아진 바 있다. 2020~2021년 당시만 해도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 등으로 MZ세대의 주택 매수는 적극적이었으나, 지난해부터 시작된 고강도 긴축으로 인한 금리 상승과 대출 규제 강화에 따라 매수세가 한풀 꺾이면서 30% 밑으로까지 떨어졌다.

그런데 올해 들어 이처럼 30대 중심으로 다시금 영끌 추세에 불씨가 지펴지고 있는 건, 올해 초부터 시작된 정부의 부동산 부양 정책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게 금융 업계의 중론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청년층의 내 집 마련을 돕고, 금리인상기에 취약 차주의 월 상환액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취지로 ’50년 주담대’ 상품 도입을 추진한 바 있다. 그러나 50년 주담대가 당초 ‘상생 금융’ 취지와 달리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우회의 수단이 되면서, 일각에선 50년 주담대가 가계 대출을 끌어올리는 원흉이 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인건비와 자잿값 인상으로 아파트 분양가가 치솟은 데다 신축 아파트 공급 부족 우려까지 확산하면서 결국 30대 중심으로 내 집 마련 수요자들이 일제히 구매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는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누적 기준 12.4%가량 오르며 지난해 하락분(-22.2%)의 과반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 가운데, 대출 규제가 완화된 지금이 아니면 집을 사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30대들이 일제히 레버리지를 끌어 집을 매수한 것이다.

‘고금리에도 영끌’, 가계 대출 심화로 이어져

이렇다 보니 가계 대출 규모는 이미 우려스러운 수준으로 접어드는 상태다. 지난 10월 금감원이 발표한 ‘2022년 6월~2023년 7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 및 6대 증권사(한국투자, 미래에셋, 삼성, NH투자, 키움, 메리츠)의 취급핵 현황’에 따르면, 지난 1년여간 담보 및 신용대출과 주식 융자 신규취급액은 476조938억원에 달했다.

특히 주택 구매를 위한 대출이 대폭 늘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주담대는 2022년 하반기에 60조7,759억원, 2023년 7월 101조694억원으로 1년 사이 40조2,935억원이나 불어났다. 여기에 21조2,230억원의 신용대출도 더해졌다.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까지 영끌에 61조5,165억원이 동원된 것이다.

신규 부채도 작년 대비 올해 1.5배 가량 늘었다. 대출과 주식 신규취급액은 2022년 하반기 186조3,494억원에서 2023년 상반기(7월 포함)는 289조7,444억원으로 무려 103조원 이상 뛰었다. 동 기간 주담대는 60조7,759억원에서 101조649억원으로 증가했다.

한편 전체 부채의 약 28%는 청년층인 20·30세대가 낸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하반기 53조6,066억원, 2023년 상반기 80조2,027억원으로 지난 1년간 청년이 낸 빚은 113조8,093억원에 달했다. 앞서 언급했듯 이들은 집을 사는 데 가장 많은 빚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1년 동안 청년층은 75조4,604억원의 주담대, 8조4,888억원의 신용대출을 받았다.

문제는 신규대출액이 늘면서 연체액도 크게 증가했다는 점이다. 2022년 하반기 1조1,764억원이었던 연체 잔액은 2023년 7월 1조7,474억원으로 5,710억원 늘었다. 이 중 주담대에서 4,069억원으로 가장 큰 규모의 연체가 발생했고, 주식 신용 융자에서 779억원이 증가했다. 특히 20·30세대의 연체액은 지난해 3,524억원에서 올해 7월 4,940억원으로 1,416억원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