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두 사태가 불러온 기술특례상장 제도 개선, 투자자 보호까지는 ‘여전히 먼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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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 규정 및 시행세칙’ 개정 예고
제2, 제3의 파두 사태 미연에 방지한다
매출액 등 주요 정보 검증 필요성 커져

최근 증권 시장을 강타한 파두 뻥튀기 상장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증권사 책임을 강화하는 등 기술특례상장 개정을 위해 나섰다. 해당 제도와 관련한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음에도 금융당국과 상장 주관사들은 ‘강 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데 따른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풋백 옵션 강화로 상장 주관사 책임 확대

19일 한국거래소는 풋백 옵션이라 불리는 환매청구권 의무 강화를 비롯한 ‘코스닥시장 규정 및 시행세칙’ 개정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상장 주관사는 최근 3년 내 상장한 기술특례상장 기업이 2년 내 부실화할 경우 추후 기술특례상장 주선에서 풋백 옵션을 적용받는다. 풋백 옵션이란 일반 투자자가 공모 청약을 통해 매입한 주식이 일정 가격 아래로 떨어질 경우 상장 주관사가 이를 재매입하는 제도다.

또 기술특례상장 제도의 체계화 및 합리화를 위해 ‘신청 트랙’과 ‘중점평가요소’를 일치시켜 기업의 특성에 맞는 상장심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개선한다. 시장평가 단계가 있는 첨단기술분야 기업 기술평가는 기존 2개에서 1개로 완화한다. 이와 함께 상장 전 실적 부풀리기를 방지해 영업실적을 비롯한 주요 정보의 신뢰성을 높여 합리적인 공모가 산정을 유도하기로 했다. 중견기업 등이 30% 이상 출자해 법률상 중소기업으로 인정되지 못한 기업도 △중소기업법 상 규모요건(매출액, 자산) 충족 △딥테크 등 첨단기술 분야 기업 △중견기업 투자 기간 3년 이상 △대기업 계열사 제외 △중견기업 출자 비율 50% 미만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기술특례상장 대상에 포함한다.

이들 개정 사항은 향후 각계 전문가 및 시장참여자 의견 청취, 금융위원회 승인 등을 거쳐 내년 1월 초부터 시행된다. 한국거래소는 제도 악용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함으로써 투자자 보호의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우수 기술기업에 대한 발굴 노력을 기울이는 동시에 부실기업에 대한 선별 기능을 강화해 투자자들이 기술특례상장 기업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술특례상장 기업 주가 하락 잇따라, “반토막이면 다행”

이같은 금융당국의 행보는 상장 주관사 및 감독 기관의 책임 범위를 확대해 제2, 제3의 파두 사태를 막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파두는 지난 17일 공모가(3만1,000원) 대비 42.2% 하락한 1만7,920원에 장을 마감했다. 앞서 9월 12일 기록한 최고가 4만7,100원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으로, 이같은 주가 급락은 이달 8일 파두의 3분기 실적 발표 직후 이어진 결과다. 파두는 지난 8월 IPO(기업공개)를 위해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2023년 매출 추정치로 1,202억원을 제시했지만, 실제 매출은 2분기 5,900만원, 3분기 3억2,000만원에 그쳤다.

파두의 당초 매출 추정치와 실적이 과도하게 큰 차이를 보이자 시장에서는 매출을 조작해 회사의 몸값을 부풀리는 ‘뻥튀기 상장’이라는 논란이 불거졌다. 파두 측은 뒤늦게 실적 하향에 대한 원인을 설명하고 향후 예상 매출을 발표하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시장에서는 IPO 사상 첫 집단소송에 돌입하는 움직임까지 포착되고 있다. 최근 법무법인 한누리는 파두와 상장 주관사인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히며 피해주주 모집에 나섰다.

기술 검증만큼 중요한 정보 검증

전문가 사이에서는 기술특례상장 제도의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는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파두를 비롯한 기술특례상장 기업들이 IPO 추진 과정에서 자의적으로 향후 예상 매출을 크게 부풀렸음에도 이에 대한 검증 시스템이 턱없이 부족한 탓에 일반 투자자들의 피해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파두 외에도 세포치료제 개발 업체 에스바이오메딕스를 비롯해 의료장비 기업 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 첨단 회로소자 기업 아이씨에이치 등이 실적 부풀리기 의혹에 휩싸였으며, 이들 기업의 주가는 최근 52주 내 최고가와 비교해 31%~52% 수준에 머물고 있다.

매출액 부풀리기는 IPO 시장에서는 물론 「공정거래법」, 「가맹사업법」 등 다수의 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위법행위다. 실제로 지난해 6월에는 가맹점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예상매출액 환산표를 허위·과장한 혐의를 받은 유명 액세서리 업체가 가맹점주들의 영업손실을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고, 이후 같은 해 11월에는 한 방문학습지 기업이 가맹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예상 매출을 35% 부풀렸다는 혐의가 인정돼 5,200만원의 과징금을 물기도 했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기업이 자의적으로 예상 매출액 범위를 산정해 사실과 다르거나 부풀린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명백한 위법 행위”라고 강조하며 “기업이 이해관계자에 핵심적인 정보를 제공할 때 법 규정을 준수했는지 철저히 검증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