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대표 매파 월러 이사 “현 통화정책 인플레 목표치로 낮추기에 적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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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러 연준 이사 “현재 금리 수준 충분히 제약적”
다만,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선 전혀 언급 없어
시장에선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높아지며 위험자산 선호 현상↑
월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대표 매파(통화긴축 선호)로 분류되는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가 현 통화정책이 인플레이션 낮추기에 적절하다고 발언했다. 앞서 “물가 안정을 위해선 경제 성장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며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언급 등 긴축적인 발언을 이어왔던 그가 완화적인 태도로 돌아서자 금융시장은 일제히 환호했다. 달러화는 3개월래 최저치로 떨어졌고, 미 국채 금리도 지난 9월 FOMC 회의 직후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미국 채권 금리와 연동하는 국내 채권시장에도 훈풍이 불며 투자 심리가 호전된 가운데 국내 채권 전문가들 사이에선 당분간 국채 금리가 박스권 움직임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의외의 비둘기파적 발언 이어져

28일(현지 시간) 월러 이사는 미국기업연구소(AEI) 주최로 열린 행사에서 현재 연준의 통화정책이 충분히 제약적일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날 연설문을 통해 “현재 금리 수준은 인플레이션을 목표치인 2%로 되돌리기에 적절하다는 확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발언했다. 실제로 10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은 3.2%를 기록하며 지난해 6월(9.1%)에 비해 대폭 안정됐다.

월러 이사는 최근 미국 경제활동이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도 지적하며 연준이 더 이상 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최근 몇 주간 연준이 입수한 경제 지표를 살펴보면 소매 매출부터 노동시장, 제조업 현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경기 둔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융시장에서 확산되고 있는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또한 다음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전까지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와 고용보고서 등 주요 지표를 확인해야 한다면서 향후 정책에 대한 입장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4분기 경제 전망이 둔화의 초기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선 고무적이지만, 앞으로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지 여부를 말하기엔 아직 너무 이르다”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의 기준 금리는 연 5.25%~5.5%이다. 올해 마지막 FOMC가 내달 12월 12~13일로 예정된 가운데 시장에선 연준이 이번에도 금리 동결을 택할 거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연준 금리인하 전망 확산에 달러화, 국채 금리 큰 폭 하락

이날 월러 이사의 발언은 곧바로 금융시장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를 높였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시장 참가자들은 연준이 내년 5월 기준금리 인상을 개시해 연말까지 총 4차례 금리를 내릴 가능성을 가장 높게 보고 있다.

외환 시장에서도 달러화가 3개월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화 지수는 장중 102.89까지 내려앉으며 지난 8월 31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장의 전망치를 큰 폭 하회했던 CPI 지표가 발표된 11월에는 월초부터 3.6% 가까이 떨어지며 1년 만에 최악의 월간 실적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채권 금리 역시 하락했다. 정책 금리에 민감한 2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연 4.75%까지 떨어져 8월 10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으며, 글로벌 채권 벤치마크인 10년물 금리도 0.04%포인트 하락한 연 4.35%로 마감했다. 고금리 장기화 전망이 강화하며 수익률이 폭등했던 지난 9월 FOMC 회의 직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달러화 및 국채 금리 하락이 의미하는 것처럼 시장 설문조사에서도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하 전망이 확산되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날 JP모건이 지난 1991년부터 매주 실시해 온 고객 설문조사에 따르면 채권 현물시장에서 단기 투자 성향이 강한 적극적 투자자들이 어느 때보다 낙관적인 시장 전망을 내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적극적 투자자의 순매수 포지션은 78%로 늘어나며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고, 조사에 참여한 40∼60대 전체 투자자들의 순매수 포지션도 2010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CPI-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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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리 연동하는 국내 채권시장도 강세, 당분간 보합세 전망

국내 채권시장도 월러 이사의 발언 영향으로 강세를 보였다. 국고채 3년물과 5년물은 전날보다 각각 4.1bp, 5.2bp 하락한 3.648%, 3.670%를 기록했다. 10년물도 전날보다 4.1bp 하락한 3.726%를 기록했으며, CD(91일물)금리는 전날과 동일한 3.84%로 마감했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협회는 최근 들어 국내 채권시장 심리가 전월 대비 호전됐다고 보고 있다. 금투협이 28일 발표한 ‘2023년 12월 채권시장지표(BMSI)’에 따르면 종합 BMSI는 106.5를 기록하며 전월(99.9)보다 6.6p 상승했다. BMSI가 100 이상인 경우 채권금리가 하락할 것으로 기대하며 채권시장 심리가 양호하다는 뜻이며, 100 이하일 경우 반대로 시장 심리가 위축돼 있음을 의미한다.

국내 채권 전문가들 사이에선 당분간 국채 금리가 박스권 움직임을 보일 거란 전망이 우세했다. 금투협이 지난 17일부터 22일까지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다음 달 국내 채권시장의 금리 방향을 두고 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 응답자 비율은 전월보다 20% 포인트 증가한 57%로 집계됐다. 국내 금융투자 업계 채권 운용역은 “이번 주 국채 시장 움직임은 매크로 지표와 금통위 예상 등을 감안하면 미국 금리 연동하는 박스권 장으로 예상된다”며 “뚜렷한 국내 재료가 없는 가운데 특정 범위 안에서 금리가 등락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둔화로 통화정책 기조 전환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 기준금리 동결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금투협에 따르면 앞선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96%가 11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직전 달(90%)보다는 6% 포인트 늘어난 결과로, 한국과 미국의 물가상승률 역전 및 국내 가계부채 급등 등의 우려로 기준금리 동결 전망이 공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