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매매 물건 쌓여가는데, 전셋값 평균은 평당 2,300만원 넘어
지난해 11월 5만3,167건→올해 7만7,386건 증가 거래량 줄고 매물 쌓이자, 아파트 가격도 내림세 ‘대출 규제, 월세 상승’ 등으로 전세가 오름세는 지속
서울 아파트 매매 시장이 빠르게 식고 있다. 지속된 고금리 기조 속 대내외 경제 여건이 악화하면서 집값의 추가 하락 기대가 대두됨에 따라 매수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선 영향이다. 매매 시장이 위축되자 수요는 전세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여기에 특례보금자리론 축소 등 대출 규제 강화와 월세 상승 등의 여파로 전세 시장의 오름세가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구매 시기를 내년 이후로 늦추는 실수요자가 늘 경우 전세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서울 아파트 매물, 지난달 8만 건 돌파한 이후 비슷한 수준 지속
12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는 지난 8일 기준 7만7,386건으로, 지난 10월 1일(7만2,154건)보다 7.25% 늘어났다. 1년 전(5만3,167건)과 비교하면 무려 31.29% 증가한 수치다.
서울 아파트 매물은 올해 1월 4,974건까지 줄며 바닥을 찍었다가 3월 말 6만22건(3월 24일 기준)으로 급등했다. 이후 8월 말 7만406건(8월 26일 기준)까지 증가세가 가팔라지더니 지난달 초 2020년 9월 집계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8만 건을 돌파했다.
매물이 쌓이는 현상은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6일 기준 전국 17개 시·도 아파트 매물은 53만4,706건으로, 지난해 말(38만9,233건)보다 37.4%(14만5,473건)나 증가했다. 한 달 전(10월 6일 기준)과 비교해도 5.7%(2만8,998건) 늘어난 가운데 서울, 경기도, 지방 등의 지역 구분 없이 매물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
매물이 누적되자 거래량도 급감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는 1,454건으로 올해 1월(1,412건) 이후 10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727건)과 12월(835건) 저조했던 거래량은 올해 1월(1,412건)부터 4월(3,191건)까지 꾸준히 증가한 뒤 이후 5~9월에는 3,000여 건을 지속 유지했다. 그러나 지난 10월 2,294건으로 줄어든 이후 11월에는 736건으로 쪼그라들며 처음으로 2,000건을 크게 하회했다.
매매 시장은 하락세인 반면, 전세 값은 계속 올라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격도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4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 주 전보다 0.01% 하락하며 지난 5월 셋째 주(-0.01%) 이후 29주 만에 하락세로 전환했다. 강북구(-0.06%), 금천구(-0.06%), 구로구(-0.04%), 관악구(-0.04%) 등 외곽 중저가 지역은 물론 강남구(-0.05%), 서초구(-0.01%) 등 핵심지에서도 하락세가 나타났다.
이를 두고 부동산 업계는 현재 시장에서 고금리로 인한 자금조달 어려움에 더해 매수자와 매도자 간 힘겨루기가 팽팽하게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현재 서울 등 주요 부동산 시장에선 거래가 끊기고 매물 적체가 강해지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실거래가 기준으로 집값이 크게 하락하자 시장에 대거 뛰어들었던 매수 대기자들이 집값이 고점에 이르렀단 인식이 확산되면서 적극적인 거래를 재차 보류한 영향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전세 시장은 매매 시장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10일 KB부동산의 주택가격 통계에 따르면 올해 11월 서울 아파트의 3.3㎡당 전세 평균 가격은 2,308만5천원으로 집계됐다. 10월(2,288만 3천원)보다 0.88% 오른 수치로, 서울 아파트의 평당 전세 평균 가격이 2,300만원을 넘은 것은 올해 2월 이후 9개월 만이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올해 1월 평당 2,398만3천원에서 7월 2,245만1천원까지 지속 하락했으나 8월부터 상승세를 보였다. 지역별로 강서(1.48%), 영등포(1.45%), 강동(1.18%), 송파(1.13%) 등이 서울에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강북 권역에선 용산이 전월보다 2.98% 올라 서울 전체 지역 가운데 가장 상승폭이 컸고, 성북(2.13%)도 2%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국 기준 아파트 전셋값도 평당 1,181만9천원으로 집계되며 전월 대비 0.64% 올랐다. 수도권 상승률은 0.85%, 5개 광역시는 평균 0.16% 올랐다. 지역별로는 인천의 상승률이 0.36%로 전국 평균보다 낮았지만 경기가 0.95% 상승했다. 대전(1.06%)과 광주(0.52%)는 10월보다 상승했고, 부산(-0.07%)과 대구(-0.18%), 울산(-0.20%)은 하락했다.
집값 추가 하락에 따른 시장 관망세, 전세 시장 전망은?
전세 시장 상승세의 원인으론 정부 정책 효과, 매매 시장의 둔화, 월세 상승 등이 꼽힌다. 정부는 역전세로 인한 세입자들의 피해 확대를 우려해 지난 7월 말부터 전세보증금 반환용 대출에 한해 기존 총원리금부채상환비율(DSR) 40% 규제의 예외로 두고 총부채상환비율(DTI) 60% 적용을 허용했다. 전세 대출 규제가 완화되면서 전셋값 하방 압력이 줄어든 셈이다.
주택 매매 수요가 집값 추가 하락을 기대하며 관망세로 돌아선 것도 전세 시장의 과열이 식지 않는 원인이다. 여기에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전망되는 점도 수급불균형의 배경으로 꼽힌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실제 내년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1만921가구로,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0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초강세를 보이는 월세 시장도 전세 시장의 상승세에 영향을 주고 있다. 11일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신고된 아파트 월세(전세보증금은 제외) 계약을 분석한 결과,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거래된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액은 102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21년 평균 90만원보다 12만원(13.3%), 지난해 98만원보다는 4만원 늘어난 수준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전세 가격 오름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지난달 2일 ‘2024년 건설·부동산 경기 전망 세미나‘에서 내년 전국 주택매매가격은 2.0% 내릴 것으로 예상했으나, 전국 전셋값은 2.0%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김성환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하락하고 있고, 매매 수요 축소로 인한 수요 유입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입주 물량이 소폭 감소해 전셋값은 상승할 것”이라며 “전세보증금 반환 이슈가 이어지고 있지만 전체 시장 가격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부동산R114 관계자도 “실수요자들이 아파트 매매가격 하락을 점쳐 집 구매 시기를 내년 이후로 늦추는 것이 가장 큰 아파트 가격 하락 요인으로 보인다”며 “이 밖에도 복합적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어 전세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