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신용대출 기관들, 우량 기업 모시기 전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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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신용 자산에 쏠림 현상, 대출기관 경쟁 가속화
우량 기업에 스프레드·OID 낮추고, 리스크 수용도 높여
중국 신용도 하락, 중국에서 빠져나가는 글로벌 자본

올 한 해 신규 대출 개시는 크게 부진했지만, 최근 3개월간 직접 대출 기관(direct lenders)의 거래 속도는 빨라지는 모양새다. 그러나 고신용 자산에 대한 거래 기회가 희소한 만큼, 시장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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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불붙은 사모신용대출 기관들

미들마켓(Middle-Market) 및 어퍼 미들마켓(Upper-Middle-Market)에 대한 직접 대출(Direct Lending) 부서를 보유하고 있는 맥쿼리 캐피탈(Macquarie Capital)의 주요 금융 책임자 빌 에크만(Bill Eckma)에 따르면 올해 초 시장 참여자들의 관망세로 자금 흐름은 둔화한 분위기였지만, 최근 사모신용대출(Private Credit) 기관들이 거래 시장으로 돌아오고 있는 추세다. 그는 “사람들은 이제 6개월 전보다 더 광범위한 거시경제에 대해 좀 더 확신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출 기관 간 경쟁이 가속화하자, 사모신용공여 시장에서는 대출 기관이 기업 차입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사실상 선지급 수수료 격으로 이용하는 스프레드와 최초발행할인(OID)을 3개월 전보다 하향해 더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에크만은 “지난 90일 동안 차주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서로 더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약관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며 “선순위 및 후순위 부채를 결합한 유니트랜치(혼합채권대출∙unitranche)에 대한 스프레드가 50 bps(베이시스 포인트)와 100 bps 사이로 압축됐는데, 특히 고신용 등급 자산의 거래는 많은 자금이 몰리면서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우량 회사에 발행된 유니트랜치의 가격은 SOFR(Secured Overnight Financing Rate, 미국 무위험지표금리)을 넘어선 OID 2~2.5포인트에 550~575 bps로 책정되는데, 이는 3개월 전 동일 거래의 예상 가격은 OID 3포인트에 650 bps로 평가되는 것과 대조적”이라고 분석했다.

고신용 등급 자산에 대한 리스크 수용 수준도 높아져

글로벌 투자기관인 오크트리 캐피탈(Oaktree Capital)의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신디케이트론(집단대출)과 사모 신용을 포함한 2분기 말 미국 레버리지 신용의 평균 Debt/EBITDA(부채 대비 감가상각전영업이익) 비율은 약 4배였던 데 반해 어퍼미들마켓에 속한 기업의 Net Debt/EBITDA(순부채 대비 EBITDA) 비율은 6.5~7.5배를 보였다. 이와 관련해 폴 해스팅스(Paul Hastings)의 ‘Alternative Lender and Private Credit Group’ 대표인 윌리엄 브래디(William Brady)는 “사모신용대출 기관들은 고신용 자산에 대해 더 높은 레버리지 비율을 기꺼이 수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신용 등급 자산이 유리한 조건을 받은 최근 사례 중 하나로, BC 파트너스(BC Partners)가 지원하는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모델을 갖춘 미국 리스크 관리 소프트웨어 기업 나벡스 글로벌(Navex Global)을 꼽을 수 있다. 글로벌 투자 전문 연구기관 피치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1월 동사는 회사의 배당금 재자본화를 지원하기 위해 12억 달러(약 1조5,800억원)의 선순위 신용 기금을 확보했으며, 이 거래의 마감 레버리지는 약 7.25 배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에크만은 “최상위의 고신용 등급 거래라면 어떻게든 성사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근거로는 고신용 등급 기업에 대한 투자 조건으로 EBITDA 기준 최소 5,000만 달러(약 660억원) 이상의 견고한 수익과 그만큼의 수익을 오랫동안 기록해 올 정도의 수익 지속성을 들었다. 대표적으로 소프트웨어 제공업체, 기술 기반 서비스 회사 또는 보험 중개 회사 같은 보험 서비스 전문 기업이 이러한 조건을 충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브래디 또한 “대출 기관과 사모펀드(PE) 투자자가 신뢰하는 탄탄한 관리팀의 존재도 고신용 등급 거래의 조건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한편 내년에도 올해처럼 차입자에 유리한 추세가 지속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다만 M&A 활동이 다시 활발해질 경우 사모 신용 대출 기관은 더 다양한 투자처를 확보할 수 있는 만큼 거래 경쟁 완화와 스프레드 재확대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 자본의 탈중국 영향, 줄어든 전체 PE 시장 규모

최근 사모신용펀드(Private Credit Fund·PCF) 및 사모신용공여 시장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전체 PE 시장은 줄어들고 있다. 주요 원인으로는 국제 자본이 중국 시장에서 빠져나오고 있다는 점이 거론된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연평균 1,000억 달러(약 130조원)에 달했던 미국 대형 PE들의 중국 투자 펀드 모집 규모가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43억5,000만 달러(약 5조6,000억원)로 줄었다. 이는 예년의 5% 수준으로 급감한 수치다. 또한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에 따르면 국제 자본의 중국 주식과 채권 투자도 올해 급격히 줄어들어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후 가장 큰 감소 폭을 보였다. 이에 따라 올해 10월 말까지 중국 주식과 채권에 대한 투자액은 310억 달러(약 40조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자본이 중국을 떠난 이유로는 지난 5일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중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점이 꼽힌다. 이는 최근 사모신용공여 시장에서 고신용 자산을 선호하는 분위기와 같은 맥락이다.

이에 더해 중국 경제 전망이 어둡다는 점도 자본의 탈중국화에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수출은 올해 5월부터 10월까지 감소세를 보이다 11월에 0.5%의 소폭 증가세를 보이긴 했지만, 일각에서는 코로나 기저효과 등에 비춰보면 아직 추세 전환으로 보기엔 이르다. 게다가 중국의 내수 수입도 지난해부터 쭉 감소해 오다 올해 10월 3% 잠깐 상승한 뒤 지난달 0.6%로 다시 줄었다.

이렇다 보니 중국의 내년 경제성장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은행은 내년 중국 성장률 전망치를 4.8%에서 4.4%로 하향 조정했고, S&P 글로벌도 내년 중국 성장률이 3%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세계은행과 S&P 글로벌 모두 내년 중국 성장률에 대한 부정적 전망치의 주요 원인으로 부동산 위기를 언급했다. 실제로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30%가량을 차지하는 부동산 위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특히 중국 부동산 위기의 시발점이 된 헝다그룹의 파산 결정이 다음 달 말 예정돼 있다. 비구이위안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도 여전하다. 이와 관련해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중국의 주택 과잉 공급 문제가 해소되려면 적어도 4~6년은 걸릴 것”이라고 진단하며 중국 부동산 위기의 장기화를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