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적자만 113년’ 아르헨티나, 화폐가치 54% 평가절하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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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즉위 후 첫 경제정책은 '페소화 평가절하'
경제 발목 붙잡는 재정 적자 끊어내고 수출 강화하겠다는 취지
막심한 인플레이션 시달리는 아르헨티나, 상황 악화 각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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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폭탄급’ 경제 정책을 선보였다. 아르헨티나 페소화를 50% 이상 평가절하하고 보조금을 대폭 삭감하는 개혁안을 내놓은 것이다. 정부가 아르헨티나 경제를 압박하던 만성 재정 적자를 떨쳐내기 위한 ‘초강수’를 둔 가운데, 시장에서는 차후 수입 물가를 중심으로 한 인플레이션 심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만성 적자 끊어내자’ 밀레이 정부의 초강수

루이스 카푸토 아르헨티나 경제부장관은 12일(현지시간) 달러·페소 환율을 365페소에서 800페소(약 1만8,700원)로 조정한다고 발표했다. 공식 페소 환율과 암시장 거래 환율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페소화 가치를 약 54% 평가절하한 것이다. 밀레이 대통령 취임 이전 아르헨티나 공식 환율과 암시장 환율(1,000페소 이상)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이 있었다. 중앙은행이 재정 지출 충당을 위해 페소화를 대거 발행하며 페소 가치가 하락하는 가운데, 정부가 공식 환율을 변동 없이 묶어두며 차이가 벌어진 것이다.

밀레이 정부는 페소를 평가절하해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고, 만성 적자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밀레이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식에서 “재정·수출 쌍둥이 흑자를 자랑하던 전 정부는 오늘날 우리에게 국내총생산(GDP)의 17%에 달하는 쌍둥이 적자를 남겼다”며 “폐허처럼 변한 사랑하는 조국을 다시 일으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123년의 역사 중 113년 동안 재정 적자를 겪고 있다. 

카푸토 장관은 에너지·교통 보조금 삭감, 공공사업 계획 축소 등 공공 개혁 정책도 발표했다. 밀레이 정부는 에너지 보조금 삭감으로 연간 GDP의 0.5%, 교통 보조금 삭감으로 0.2%를 절감할 수 있다고 추산하고 있다. 이 같은 재정 정책을 통해 GDP의 총 2.9%에 해당하는 지출을 삭감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밀레이 대통령은 선거 유세 중 직접 전기톱을 들고 보조금을 삭감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물가상승률 140%’ 인플레이션 심화 위험

밀레이 정부의 과감한 페소 평가절하는 아르헨티나의 만성적인 인플레이션을 악화,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강력한 조정 조치의 영향으로 수입품 가격이 급락하는 한편, 페소화 구매력은 눈에 띄게 위축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카푸토 장관 역시 “(페소 환율 조정 이후) 몇 달 동안은 특히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아르헨티나의 지난 10월 기준 물가상승률은 전년 대비 142.7%에 달한다. 미국 JP모건은 아르헨티나의 올해 연말 물가상승률이 190%로 기존(150%) 대비 40%p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이는 1년 만에 물가가 거의 3배가량 뛴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가 문제로 장기간 고통받아 온 아르헨티나는 1956년 국제통화기금(IMF) 가입 이래 구제금융을 22차례 받았으며, 현재도 440억 달러(약 58조원) 규모의 구제 금융 지원을 받아 내년 9월부터 이를 상환해야 하는 처지다.

아르헨티나 정부의 발표에 대해 줄리 코자크 IMF 대변인은 성명에서 “과감한 시행으로 무엇보다 경제를 안정시키고 더 지속 가능한 민간 주도의 성장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고 환영의 뜻을 드러낸 바 있다. 미래의 안정을 위해 막대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극단적인 상황 속, 아르헨티나는 113년에 걸쳐 쌓아온 만성적인 재정 적자를 벗어던지고 정상화에 성공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