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소’ 타는 韓-中 완성차 업계, 벌어지는 격차에 위기론 ‘급부상’
中 완성차 업계 수입 늘어나는데, 韓은 오히려 '감소 추세' 국내선 찾아보기 어려운 中 자동차, '반중 감정'이 원인 수출 다변화 이루는 中과 밀려나는 韓
한국 완성차 업계 내 중국의 입김이 거세지는 추세다. 중국 승용차 수입은 늘어나는 데 반해 국내 자동차 부품사의 중국 수출은 점차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 현지 업체에 대한 납품 감소와 중국 정부의 공급망 보호를 위한 정책 등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는 국내 반중 정서로 인해 중국 상품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높아 중국산 자동차 이용률이 그리 높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 국내에서도 중국산 자동차가 인기를 끌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만큼 국내 자동차의 경쟁력을 높일 만한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韓 완성차 업계 부진, 거세지는 中 입김
한국자동차연구원이 18일 발간한 ‘수출입 동향으로 본 자동차 산업 지형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승용차 수입 비중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1.2%에서 올해 3분기 4.3%까지 뜀박질했다. 중국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자동차 등 친환경차가 수입 비중 증가를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중국 수입 승용차 가운데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1.9%에서 올해 들어 18.8%까지 급증했다. 이에 대해 임현진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수입 승용차 중 중국 브랜드 비중은 아직 높지 않은 수준”이라면서도 “중국에서 생산된 테슬라 모델 Y, 폴스타2 등 전기차 판매 호조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국내 자동차 부품 업계의 대중국 수출은 줄어들고 있다. 2018년만 해도 22억7,000만 달러(약 2조9,510억원)에 달했던 중국 수출 규모는 지난해 11억1,100만 달러(약 1조4,450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이 기간 연평균 수출 감소율은 16.4%로 집계됐다. 이로 인해 올해 사상 처음으로 중국이 수출 5위권 국가에서 빠졌다. 임 선임연구원은 “중국에서의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생산량 대비 대중국 자동차 부품 수출의 비율이 하락 추세를 보이는 만큼 중국에서의 해외 완성차 업체에 대한 납품액이 감소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국의 자동차 산업 발전과 자국 공급망 보호를 위한 정책 등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선 완성차 업계와 부품 업계의 희비가 갈렸다. 올 3분기까지 완성차 수출은 504억7,800만 달러(약 65조6,214억원)로, 2019년 대비 84.2% 크게 뛰었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카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0.9%, 4% 증가한 게 주효했다. 반면 승용차 수입은 지난해보다 12%가량 감소했다. 자동차 부품 업계 수출은 올해 들어 3분기까지 148억6,400만 달러(약 19조3,232억원)로 2019년보다 4.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1.5% 감소한 수치다. 수출이 가장 많았던 국가는 미국(지난해 기준·309억9,000만 달러)이었다. 임 선임연구원은 “미국에서 현대차와 기아 외에 해외 완성차 업체 등에 납품하기 위한 자동차 부품 수출은 확대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전기차 배터리를 비롯한 미래차 품목의 무역 규모는 크게 확대되고 있었다. 올 3분기 전기차 배터리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8% 증가한 21억3,500만 달러(약 2조7,755억원)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대미 수출 비중은 64.7%를 차지했다. 수입은 51억5,100만 달러(약 6조6,963억원)로, 중국 비중이 96.4%로 절대적이었다. 임 선임연구원은 “향후 변화하는 산업 지형 및 공급망 구조 등을 보다 세밀하게 나타내기 위해서 전기차용 배터리 외에도 미래차 품목 관련 분류체계가 개선될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통해 향후 자동차 수출입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EU 핵심원자재법(CRMA) 등 자동차 수출입 영향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중 정서에 의존하는 韓, “경쟁력 제고 필요할 듯”
현재 우리나라에선 중국산 승용차를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양국의 정치적 갈등과 함께 반중 정서가 높아지면서 중국 상품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급상승한 영향이 크다. 다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중국의 부상과 한국의 퇴진이 투트랙으로 겹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은 이미 지난해 독일을 제치고 자동차 수출국 순위 2위에 올랐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2022년 중국의 자동차 수출은 전년 대비 54.4% 증가한 311만 대를 기록했다. 2021년 6위에서 단숨에 4계단을 뛰어오른 셈이다. 중국의 자동차 수출은 지난 5년간 100만 대 전후 수준에 머물렀으나 2021년 201만 대를 기록하며 100% 이상 급증한 뒤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중국 수출 자동차 가운데 친환경차(하이브리드 포함)가 약 68만 대로, 전년 대비 120% 증가했다.
중국산 자동차의 경우 수출 지역도 점차 다변화되는 추세다. 기존 중국의 자동차 수출은 1인당 소득이 낮거나 정치적으로 가까운 곳을 위주로 이뤄졌으나, 최근에는 친환경차를 내세워 유럽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2016년 수출국에는 이란·인도·베트남이 1∼3위에 이름을 올렸지만, 2022년에는 벨기에·칠레·호주·영국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중국 자동차의 평균 수출단가도 2018년 1만2,900달러 수준에 머물렀으나 지난해엔 1만6,400달러(약 2,132만원)로 약 30% 상승하며 고부가 가치화했다. 또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한국·일본·유럽 등 글로벌 제조사들의 빈자리를 중국 자동차(하발·지리·체리)가 메꾸면서 2022년 1~11월 기준으로 러시아 시장의 31%를 중국이 차지하기도 했다.
반면 국내 자동차 기업들은 중국 시장에서조차 밀려나고 있다. 실제 중국 현지에서 현대차와 기아에 차량용 강판을 공급하던 현대제철은 이미 현지 수요 부진으로 베이징과 충칭 법인 매각을 추진 중이며, 현대글로비스는 중국 법인인 글로비스 창주 중고차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현대차그룹도 중국 사업 재편 작업을 진행 중이다. 당초 현대차는 중국 현지에서 5개의 공장을 운영해 왔지만, 지난 2021년 베이징 제1공장을 매각했고 지난 9월엔 충칭 제5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하반기 중엔 제4공장 문도 닫을 계획이다. 기아 역시 3개 공장을 가동하고 있지만 2019년 장쑤성 제1공장을 중국 기업에 장기 임대한 상황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2016년만 해도 현대차의 중국 합산 점유율이 8.1% 선을 유지했지만, 지난해엔 1.9%에 불과했다”며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 내 반한 감정이 표출된 게 판매량 급감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업체와 국내 업체 사이의 격차가 점차 벌어지고 있는 만큼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이 이뤄질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