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 운용사 IPO 예고, 침체된 IPO 시장 활기 되찾나
제너럴 애틀랜틱 SEC에 신청서 제출, 내년 초 상장 추진 자금 조달 어려운 시기 IPO 통해 주식시장 유동성 공급 PE 운용사 IPO 실적 다소 복합적이나 장기적으론 성과
지난 11일 미국의 PE(사모펀드) 기업 제너럴 애틀랜틱(General Atlantic)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기업공개(IPO)를 위한 신청서를 제출했다. 제너럴 애틀랜틱은 시장 상황에 따라 이르면 내년 초에 상장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년간 불황으로 CVC, 아르디앙 등 IPO 지연
지난 2년간 IPO 시장이 위축되면서 소수의 투자회사들만이 IPO를 추진해 왔다. 이 중에는 제너럴 애틀랜틱 외에도 1,610억 유로(약 229조원)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는 유럽의 PE 기업 CVC캐피털 파트너스(CVC Capital Partners), 프랑스의 자산운용사 아르디앙(Ardian), LVMH그룹 계열의 PE 엘 카터튼(L Catterton)와 같은 대형 투자 회사들도 포함됐다.
다만 내년부터 IPO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더라도 이들 기업이 상장을 실현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파이낸셜 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CVC캐피털 파트너스는 당초 올해 안에 암스테르담증권거래소 상장 계획을 공식화할 예정이었지만 경기 침체로 인해 IPO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상장을 내년으로 미루기로 했다. 아르디앙과 엘 카터튼의 IPO 관련해서는 현재까지 새로운 소식이 전해지지 않고 있다.
주식시장의 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IPO는 더 많은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불러들임으로써 유동성 개선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매력적인 선택지다. 그러나 리스크도 존재한다. IPO 이후에는 상장 기업에 대한 높은 수준의 규제와 감독, 책임과 투명성을 이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에는 PE 운용사들의 IPO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단, 자금 조달이 어려운 시기에는 적절한 IPO 시점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기업들의 IPO 성사 시기에 대해서는 관망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블랙스톤 등 PE 운용사 상장
그간 PE 운용사들이 받아 든 IPO 성적표는 복합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앞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일부 대형 투자회사들을 중심으로 IPO가 추진돼 왔다. 지난 2007년 6월 블랙스톤(Blackstone)은 금융 위기 이후 최대 규모의 IPO를 성사시켰고 이어 2010년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의 IPO도 무난한 성적을 기록했다. 이듬해인 2011년에는 아폴로 글로벌(Apollo Global)이, 2012년에는 칼라일 그룹(Carlyle Group)이 IPO를 진행했는데 당시 두 기업은 각각 5억6,400만 달러(약 7,370억원), 6억7,200만 달러(약 8,781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아폴로 글로벌과 칼라일 그룹은 IPO 이후 5년간 두 회사의 주가는 S&P500을 넘어서지 못했으며 주가 흐름도 다소 불안정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상장에 성공한 투자회사에 대한 주식시장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더 많은 PE 운용사들이 IPO를 추진했다. 지난 2017년 유럽의 대형 자산운용사 티케하우 캐피탈(Tikehau Capital)은 유럽 기업으로는 최초로 파리 증권거래소에 상장했고, 2019년에는 스웨덴 발렌베리 그룹 계열사이자 유럽 최대의 PE 운용사인 EQT파트너스(EQT Partners)가 대형 IPO를 성사시켰다. 당시 EQT의 기업가치는 70억 유로(9조4,000억원)에 달했다.
2021년 유럽에서는 영국의 투자회사 브릿지포인트 그룹(Bridgepoint Group)과 프랑스의 자산운용사 앤틴 인프라스트럭쳐 파트너스(Antin Infrastructure Partners)가 각각 런던과 파리 증권거래소에 상장됐으며 미국에서는 블루 아울 캐피탈(Blue Owl Capital)이 뉴욕 증권거래소 상장에 성공했다. 최근 미국 IPO 시장에서 마지막으로 상장한 PE 운용사는 2022년 1월 상장한 TPG 캐피탈(TPG Capital)이다. 당시 TPG는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며 상장과 동시에 100억 달러(약 13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기록했다. 거래 첫날 주가도 15% 상승했다.
불확실성 어느 정도 해소, 투자회사 IPO 연이을 듯
영국의 글로벌 회계법인 언스트 앤 영(Ernst & Young, EY)에 따르면 2022년을 기점으로 전 세계적으로 IPO 건수가 연속 하락했다. IPO가 연기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시장의 불안정성 때문이다. 일례로 CVC캐피털 파트너스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으로 인해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악화되면서 당초 계획된 이집트 증권거래소 상장 계획을 연기했다. 다만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미 상장한 투자회사들은 장기적으로 더 나은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글로벌 투자 전문 연구기관 피치북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미국에 상장된 대표적인 자산운용사 상위 7곳의 PE 수익률이 두 자릿수로 돌아섰고 총 수익률의 중위수(median)가 11.5%를 기록했다.
PE 시장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IPO의 가장 큰 이점은 필수적인 유동성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더욱이 많은 기업들이 대체투자를 통해 지역이나 종목, 산업군 등 투자를 다양화하면서 새로운 전략을 모색하는 상황인 만큼 새로운 자본의 유입은 매우 중요하다. 실제 대형 투자회사들은 새로운 지역을 발굴해 지리적으로 투자 대상을 확장함으로써 더 많은 자본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고금리와 시장 변동성으로 인해 침체됐던 IPO 시장이 내년부터는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서서히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제너럴 애틀랜틱을 비롯한 대형 PE 운용사들이 그동안 미뤄뒀던 IPO를 내년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자산가치가 높고 자본이 풍부한 대형 자산운용사로 자금이 이동하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IPO의 이점을 활용하고자 하는 자본시장의 흐름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