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빼면 내년 경제성장률 1.7%” 이창용 총재의 비관적 전망, 경기 침체 ‘먹구름’ 여전
이어지는 고금리·고물가 혹한기, 내년도 경제 성장 전망 '비관적'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IT 제외 분야 경제 성장 편차 있을 것" 미국도 일본도 '불확실성'의 늪 갇혀, 주요국 회복 더뎌지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물가안정 목표 설명회 기자간담회에서 IT(정보기술) 부문을 제외하면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7%에 그칠 것이라고 발언했다. IT 외 일부 분야가 차후 경기 회복 국면에서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고물가와 고금리로 세계 경제 전반이 가라앉은 가운데, 우리나라를 포함한 각국의 내년도 경제 전망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타깃 부양책 필요하다” 이창용 총재의 예측
당초 한은이 내놓은 우리나라의 내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2.1% 수준이었다. 지난 8월 대비 0.1%p 하향 조정된 수치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아시아개발은행(ADB),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전망치를 2.2%로 제시했으며, 한국금융연구원은 한은과 동일한 2.1%로 전망하고 있다.
대다수 기관이 2% 이상의 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하는 가운데, 이창용 한은 총재는 IT 부문을 제외한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이 1.7%에 그칠 것이라 언급했다. 현재 한은의 예상치(2.1%)에는 IT 수출 회복 기대가 반영돼 있으며, 사실상 IT 분야를 제외하고는 경기 회복이 더딜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업계에서는 내년 반도체로 대표되는 IT 산업이 무너질 경우 오히려 올해보다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이 총재는 “경제성장률 전체로 봐서는 잠재성장률에 가깝기 때문에 부양이 필요 없는 수준”이라면서도 “부분적으로는 고통을 당하는 부문이 많고, 취약 계층이 있기 때문에 타깃을 정해서 하는 부양책은 필요할 수도 있다”고 발언했다. 사실상 내년에는 산업 분야마다 체감 성장이 상이할 수 있으며, 이를 고려해 보다 세밀한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일본·미국 등 주요국, 내년도 전망 ‘안갯속’
내년 성장 전망이 불투명한 것은 각 주요국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달 말 일본은행은 올해 일본의 경제성장률을 2.0%로 예상하는 한편, 2024년과 2025년 경제성장률은 1.0%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IMF 역시 지난 10월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2.0% 수준이었던 일본 경제 성장이 내년 1.0%로 꺾일 것이라 예측했다. 고물가로 인해 일본 GDP의 70%를 차지하는 개인 소비와 설비 투자가 나란히 부진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내년 경기 전반이 가라앉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경제 전망에도 먹구름이 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내년에 경착륙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성장 침체를 피해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미국 CNBC 방송은 글로벌 자산운용사 인베스코의 크리스티나 후퍼 글로벌마켓 수석 전략가가 내년 미 경제의 ‘평탄치 않은 착륙(bumpy landing)’을 예상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후퍼 전략가는 “얼마만큼, 얼마나 빨리 기준금리가 올랐는가를 고려하면 일부 피해를 보지 않기가 어렵다”고 짚었다. 기업 파산 급증 등 부정적인 흐름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어 후퍼는 내년에 소규모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금리 기조 영향으로 실업률 역시 소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연준이 내년에 금리를 인하할 경우 경제와 증시 모두 호조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전 세계적으로 금리가 하락하며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고, 경기 침체 가능성이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