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된 유럽 투자시장, 메가펀드가 자금조달 주도
유럽 PEF 신벤, 145억 달러 규모의 메가펀드 결성 PE시장 침체에 대형 투자사 메가펀드로 자금 몰려 한국 시장 고금리 여파 여전해, 낙관론은 시기상조
지난 11일(현지시간) 영국 사모펀드(PE) 운용사 신벤(Cinven)이 145억 달러(약 19조791억원) 규모의 ‘신벤 제8호 펀드’를 마감했다. 이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결성된 메가펀드로, 업계에서는 올해 메가펀드가 PE 시장의 자금 조달을 주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PE 거래액은 증가, 거래 건수는 감소
글로벌 투자 전문 연구기관 피치북이 발표한 ‘2023년 글로벌 PE 퍼스트 룩’에 따르면 지난해 PE는 전 세계적으로 약 5,660억 달러(약 756조940억원)를 유치해 2022년의 총액을 넘어섰다. 하지만 펀드 결성 건수는 2012년 이후 가장 낮은 593건에 불과했다. 지난해 PE 시장의 침체로 인해 새로운 펀드에 투자하려는 LP(출자자)들의 수요가 감소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규모가 작거나 경험이 적은 펀드 운용사들은 LP와 확실한 관계를 갖고 있는 대형 투자회사에 비해 투자금 확보에 불리해지면서 규모가 큰 메가펀드를 중심으로 자금을 조달한 것이다.
실제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50억 달러(약 6조4,000억원) 이상 규모의 메가펀드가 유치한 투자금은 전체 PE 거래액의 47.2%로 집계됐다. 세계 최대 PE 운용사 블랙스톤(Blackstone)과 스웨덴 발렌베리그룹 계열 PE 운용사인 EQT 파트너스(EQT Partners)는 이미 170억 달러(약 24조원)를 넘어서는 규모의 메가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마감한 ‘신벤 펀드 제8호’는 회사 설립 이래 최대 규모로 하드캡(출자총액제한)을 달성했다. 이는 유럽에서 10번째로 큰 규모의 바이아웃 펀드며 세계 29위 수준이다. 또한 최근 12개월 동안 100억 달러(약 13조3,000억원) 이상을 조달한 10번째 바이아웃 펀드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신벤의 스튜어트 맥알파인(Stuart McAlpine) 매니징 파트너는 “이번 8호 펀드의 결성총액은 지난 2019년에 마감한 7호 펀드 대비 30%가량 증가했다”며 “신규 투자자뿐만 아니라 오랜 기간 신뢰를 쌓아온 글로벌 LP들로부터 상당한 규모의 투자를 이끌어냈다”고 밝혔다. 이어 “8호 펀드는 수익지표를 갖춘 성장 단계 기업을 주요 인수 대상으로 한다”며 “현재 회복세를 보이는 부문에 성장 가능성이 높고 유동성 확보가 가능한 기업에 투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럽 시장, CVC 등 메가펀드 800억 달러 조성
신벤이 메가펀드 결성에 성공한 데에는 유럽 시장의 특성도 한몫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대를 이어 운영하는 가족경영회사들이 매물로 나오고 있는 데다 디지털 전환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트렌드의 영향으로 전략적 파트너나 조력자를 찾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피치북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유럽에서 결성된 PEF는 106건으로 총 결성액은 1,159억 달러(약 152조1,800억원)에 이른다. 이는 전년 대비 36%가량 증가한 규모다.
메가펀드도 속속 탄생했다. 최근 1년간 유럽에서 결성된 메가펀드 10건의 결성총액은 800억달러(약 105조800억원)에 이른다. 특히 룩셈부르크에 본사를 둔 CVC 캐피탈(CVC Capital Partners)의 제9호 펀드는 286억 달러(약 37조6,200억원)를 유치했고 영국 기반의 사모투자조합 퍼미라(Permira)의 제8호 펀드는 178억 달러(약 23조4,000억원)를 모으는 데 성공했다.
한국 시장, 금리 낮아질 때까지 침체 이어질 듯
유럽을 비롯한 글로벌 PE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며 메가펀드 결성에 성공하고 있는 반면, 한국 시장은 여전히 분위기 반전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19로 인한 유동성 특혜를 입었던 PE들은 고금리의 압박으로 인해 결성총액이 전년 대비 60% 수준으로 감소했다. 특히 금리 인상으로 투자 시장이 위축되면서 인수합병(M&A) 시장이 타격을 입은 만큼 올해도 호실적을 기대하는 것은 시기상조란 평가다.
인수금융 시장도 M&A 기근의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국내 주요 투자회사들은 3분기까지 별다른 실적을 올리지 못했지만, 그나마 4분기 들어 금리가 안정되면서 부진을 만회했다. 업계에 따르면 4분기 결성총액은 투자시장이 위축되기 직전인 지난해 2분기 수준으로 회복됐다. 금리가 점차 떨어지면서 리파이낸싱(차환) 거래도 분기별 3~4건에서 4분기 11건으로 증가했다. 한 투자금융 업계 관계자는 “2022년 말에서 2023년 초 사이 8~9% 금리에 자금을 빌린 투자자의 경우 리파이낸싱 수요가 크다”고 설명했다.
다만 올해 완전한 회복세로 돌아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요 투자사들의 인수금융 결성총액은 약 30조7,688억원으로 2022년 28조6,670억원보다 7.3%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거래 건수는 97건에서 67건으로 30.1% 감소했다. 연기금, 공제회 등 LP들의 수요가 경험 있는 대형 GP(위탁운용사)들에 쏠렸고 기존 포트폴리오에 대한 관리 부담도 커졌다. 여기에 원활한 엑시트(투자금회수)를 모색하면서 재투자까지 이끌어 내야 하는 등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다. 일각에서는 금리가 충분히 낮아질 때까지 투자시장의 위축이 이러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영어 원문 기사는 Cinven raises $14.5B in 2024’s first mega-fund close | PitchBook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