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현물 ETF 시대’ 개막에 개당 ‘2억설’까지, 달라지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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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에 시장선 환영의 목소리
승인 발표 나온 직후 비트코인 가격 3%가량 급등
높은 가격 변동성, 범죄 가능성 등은 여전히 우려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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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올해 가상자산 시장 최대 화두로 꼽히는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이 결정됐다. 이로써 가상자산 대장주인 비트코인이 일정 부분 자산 가치를 인정받는 동시에 전 세계 기관 자금이 유입될 수 있는 합법적 통로가 마련됐다. 지난 1년 이상 ‘크립토 윈터(가상화폐 침체기)’를 보내온 가상화폐 업계는 일제히 환호하는 분위기다. 다만 가상자산 특유의 변동성 리스크까지 사라진 게 아닌 만큼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가상자산 비트코인, 제도권 진입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10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그레이스케일 인베스트먼트·비트와이즈 등이 신청한 11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개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성명에서 연방항소법원이 SEC가 그레이스케일 측이 제안한 ETF를 승인하지 않은 것에 대해 적절한 설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사례를 언급하며 “가장 지속 가능한 경로는 비트코인 현물 ETF의 상장 및 거래를 승인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했다는 것은 비트코인을 주식이나 석유, 금과 같은 공인 자산으로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빗썸, 바이낸스 등 가상자산 전문 거래소를 통해서만 매매가 가능했던 비트코인을 이제 다른 자산들과 동일한 선상에서 거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승인 근거는 지난해 8월 그레이스케일과의 소송 패소다. 앞서 SEC는 지난 2018년부터 2023년 3월까지 그레이스케일 신청 건을 포함해 현물 비트코인 상장지수상품(ETP)과 관련된 신청을 20여 건 이상 반려했으나, 법원이 상장 거부 사유가 충분치 않다고 판단하면서 역전됐다. 겐슬러 위원장은 “위원회는 투자자와 공익을 보호하게 설계됐는지, 증권거래법과 이하 규정에 부합하는지 평가할 것”이라며 “이번 승인에는 투자자들을 위한 특정 보호 조치가 포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에 상장 승인된 11개 ETF 중 6개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 상장될 예정이다. 3개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2개는 나스닥에서 거래된다. CNBC는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트러스트가 첫 타자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블랙록 자산운용과 피델리티 등 역시 경쟁 상품을 내놓을 전망이다.

상장승인된 비트코인 현물ETF_파이낸셜_20240112

130조원 유입 전망, 개당 2억원 도달 예측도

이번 승인으로 가장 기대되는 변화는 신규 자금의 대거 유입이다. 특히 금융기관의 경우 기존 금융 인프라를 활용해 원자재 ETF처럼 접근할 수 있다. 이는 그간 세무, 회계, 수탁 등 여러 면에서 발생하는 불편으로 인해 비트코인 매입을 꺼려온 기관투자자들에게 희소식인 셈이다. 그런 만큼 규제 불확실성으로 비트코인 투자를 주저했던 기관 투자자의 자금 유입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전통 금융사들이 점치는 유입 자금 규모는 130조원이 넘는다. 실제로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를 조만간 승인할 것이란 전망이 고조되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해 10월 이후 현재까지 무려 70%가량 급등한 상황이다. 영국 대형은행 스탠다드차타드(SC)는 지난 8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되면 올해만 최대 1,000억 달러(약 131조원)가 유입될 것”이라며 “현물 ETF 승인은 기관 투자자의 비트코인 투자를 일반화하는 계기”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승인 소식에 시장도 즉시 들썩였다. 비트코인은 전날부터 기대감을 재료로 오르기 시작하다 승인 발표가 나온 직후 3% 가까이 급등했다. 이날 오전 7시 빗썸 기준 비트코인은 전날 대비 2.88% 오른 6,228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가격 상승을 유발하는 자금 유입에 따라 추가 상승도 점쳐지고 있다. 특히 이번 승인으로 비트코인이 개당 1억원을 넘어 2억원까지 도달할 것이란 전망이 앞다퉈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100일 앞으로 다가온 반감기가 이를 견인할 것이란 분석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번스타인은 지난 4일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은 올해 신고점을 경신하고 2025년에는 최대 15만 달러(약 1억9,815만원)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전통시장에서 가상자산으로 자본이 대거 유입되는 전례 없는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특히 비트코인 반감기와 ETF 마케팅 등 강세 재료는 여전히 풍부히 남아있다”고 진단했다. 단순히 가격 면에서의 호재를 넘어 현물 ETF 승인이 비트코인의 쓰임새가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현재 비트코인은 가치 저장 수단으로써 수용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데, 현물 ETF 승인으로 이 같은 사용 사례의 저변이 전통 금융권까지 확대될 것이란 예측이다.

“비트코인은 여전히 투기적이고 변동성 큰 자산” 

이렇듯 시장에선 일제히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으나, 그렇다고 SEC를 비롯한 주요국 금융당국이 가상자산에 우호적으로 돌아섰다고 보기는 어렵다. 겐슬러 위원장은 10일 성명문을 통해 ETP 승인과 별개로 “비트코인을 승인하거나 지지하지 않는다”며 가상자산에 대한 기존 입장을 공고히 했다. SEC가 ETF 대신 ETP(상장지수상품·Exchange Traded Products)라는 명칭을 사용한 건 향후 비트코인 ETF를 비롯한 다른 여러 파생상품에 대한 관할권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으로 풀이된다. ETP는 ETF를 포함하는 상위 개념으로, ETF는 물론 ETN(상장지수증권·Exchange Traded Notes), ETC(상장지수원자재·Exchange Traded Commodities)까지 포괄한다.

SEC는 비트코인 현물 ETF가 부실한 투자자보호, 높은 가격 변동성, 범죄 가능성 등으로 투자자에게 큰 손실을 입힐 수 있다는 점도 경고했다. 앞서 승인을 거부해 왔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겐슬러 위원장은 ”비트코인은 주로 랜섬웨어, 돈세탁, 제재 회피, 테러 자금 조달을 포함한 불법 활동에도 사용되는 투기적이고 변동성이 큰 자산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싶다”면서 “우리는 비트코인을 승인하거나 지지하지는 않는다. 투자자들은 비트코인 ​​및 암호화폐와 가치가 연결된 상품과 관련된 수많은 위험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적인 이유로 승인하긴 했지만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 리스크는 여전히 크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고위험-고수익 상품인 ETF의 잠재적 리스크 역시 간과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기관투자자 전반의 수요는 즉각적이지 않을 수 있다”며 “현물형 비트코인 ETF에 대한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수요는 상품의 적합성, 넓은 시장의 채택률에 따라 달라진다”고 경고했다. 이어 “투자자는 현물 비트코인을 소유하지 않은 채로 ETF 매니저의 운용 전략 능력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며 “ETF의 거래 시간도 암호화폐 거래소의 24시간 365일 거래와 달리 시간제한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에서 해외 비트코인 현물 ETF 매수는 당장 불가능하다. 국내 증권사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중개하는 것은 가상자산에 대한 기존 정부 입장 및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금융당국이 유권해석을 내렸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상 비트코인은 기초자산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현물 ETF의 상장은 물론 거래 또한 불법이라는 결론이다. 이에 골드만삭스 같은 외국계 증권사를 통할 순 있으나 개인투자자가 접근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법개정에 대한 여지는 열려있는 상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가상자산에 대한 국내 규율이 마련되고 있고, 해외 사례도 있는 만큼 추가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