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 확정’ 태영건설 회사채, 개미 수요 흡수하는 이유는
태영68에 자금 쏟아붓는 개미들, 워크아웃 후 차익 노렸나 채권 열풍에 가격 하락세까지, '매력적인 듯한' 투자 여건 실상은 리스크 가득한 도박, 자칫하면 원금도 못 건진다
본격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에 착수한 태영건설의 공모 회사채 거래량이 폭증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번 주 ‘태영건설68’ 채권의 장내 거래량은 일평균 15억3,189만원으로 집계됐다. 태영건설68은 현재 장내에서 거래되는 태영건설의 유일한 공모채로, 워크아웃 신청 이후 꾸준히 가격이 미끄러지고 있다. 차후 경영 상황 개선을 노린 개인의 채권 투자 수요가 몰리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투자 시 리스크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경고가 흘러나온다.
워크아웃 후 미끄러진 가격, 개인 투자 몰렸다
태영건설68은 2021년 발행된 3년물로 오는 7월 19일 만기를 앞두고 있었으나, 현재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한 상태다. EOD는 채권자가 채무자의 신용 위험이 커졌다고 판단할 경우, 대출 만기 이전에라도 남은 채무를 일시에 회수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는 해당 채권의 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CCC로 10단계 강등한 상태다.
워크아웃 신청 직전인 지난달, 태영건설68의 일평균 거래량은 약 6,100만원에 그쳤다. 하지만 워크아웃 움직임이 가시화하며 본격적으로 개인 투자자 수요가 몰리기 시작했다. 워크아웃 신청 당일인 지난달 28일 태영68의 일일 거래량은 자그마치 39억6,300만원어치에 달했으며, 이번 주에는 일일 평균 거래액이 지난달 대비 무려 25배가량 급증했다. 채권 가격이 눈에 띄는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차후 워크아웃을 통한 차익 실현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태영건설68 가격은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지난달 28일 6,124원으로 급락한 바 있다. 이달 초 개인 투자자의 매수 수요가 몰리며 일시적으로 6,300원대까지 상승하기도 했으나, 이후 재차 다시 약세를 보이며 가격이 꾸준히 미끄러지는 상황이다. 12일 오후 3시 기준 태영건설86의 거래가는 6,150원대에 형성돼 있다. 단 지난 10일 약 31억원, 11일 약 11억8,900억원에 달하던 일일 거래량은 4억6,900만원 수준으로 꺾였다.
‘채권 열풍’ 따라 무작정 투자하면 큰코 다친다
개인 투자자 사이 ‘채권 열풍’ 역시 태영건설 투자 열풍에 바람을 불어넣은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1월~11월) 개인 투자자 채권 순매수 규모는 34조5,941억원에 달한다. 이는 2022년 연간 순매수 규모(20조6,113억원) 대비 약 68% 증가한 수준이다. 올해 금리 인하 국면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며 매매차익을 노린 투자 수요가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태영건설68 투자는 일반적인 채권 투자와 조금 다르다고 지적한다. 워크아웃 개시가 확정됐다고 해도 막대한 투자 리스크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워크아웃은 ‘만능’이 아니다. 차후 채무 재조정, 출자전환 등 워크아웃 과정을 거치며 원금 회수가 어려워질 위험이 있다. 워크아웃 개시 후 진행되는 사채권자 집회에서 개인 투자자가 목소리를 내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 태영68 채권 물량 중 88%를 기관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태영68의 주요 투자사로는 키움투자자산운용(500억원), 멀티에셋자산운용(200억원), 삼성증권(20억원), 삼성자산운용(100억원), 산업은행(80억원), 하이투자증권(20억원) 등이 꼽힌다.
실사 과정에서 부실이 발견되면 워크아웃이 중단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로 작용하고 있다. 태영건설 채권단이 “실사 과정에서 태영그룹이 약속한 자구 계획이 지켜지지 않거나, 대규모 추가 부실이 발견될 경우 워크아웃 절차를 중단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워크아웃이 중단될 경우 채권자들의 손실 위험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게 된다. 결국 태영건설68 투자는 기대만큼 리스크도 큰 일종의 ‘도박’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