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BYD ‘파우치형 배터리’ 생산 중단, 폼팩터 다각화 추세에 편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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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D 하이브리드차에 탑재되는 배터리, 각형으로 전면 교체
사용 비중 가장 높은 폼팩터는 각형, 최근엔 원통형도 주목
SK온·삼성SDI·폭스바겐 등 배터리 포트폴리오 다양화에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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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기차 기업 비야디(BYD)가 자사 하이브리드차에 탑재되는 파우치형 배터리 생산을 중단하고 각형 배터리로 전면 교체한다. 파우치형 배터리에서 전해액이 누출될 가능성이 제기된 데 따른 조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내구성 문제는 명분일 뿐 사실상 배터리 포트폴리오 다각화 추세에 발맞춘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25년까지 파우치형 배터리 사용 ‘완전 중단’할 계획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BYD는 지난달 산시성·저장성 2개 공장의 파우치형 배터리 생산라인을 각형 배터리 생산라인으로 전환했다. 지난해 전 세계 매출의 거의 절반을 차지한 하이브리드차 생산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칭하이성의 제3공장은 파우치형 배터리를 계속 생산하고 있으나 2025년 초에는 파우치형 배터리 사용을 완전히 중단할 계획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생산 중단으로 인한 BYD의 손실은 아직 밝혀진 바 없으나, BYD의 중국 하이브리드카 시장 점유율이 80%인 것을 고려할 때 단기간에 영업비용이 급증할 것으로 분석된다.

BYD의 이번 결정은 파우치형 배터리가 위험하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BYD는 지난 2022년 파우치형 배터리가 들어간 하이브리드카 Tang DM-i 차량 6만 대를 리콜한 바 있다. 당시 중국 규제당국에선 파우치형 배터리의 ‘열 폭주’ 가능성을 지적했다. 관련 업계나 중국 규제당국이 보고한 BYD 차량의 실제 배터리 누출 사례는 현재까지 보고되지 않았으나, 일부 전문가들은 파우치형 배터리가 전해액 누출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다.

앞서 일부 완성차 OEM 기업들도 파우치형 배터리의 위험성을 강조한 바 있다. 폭스바겐은 지난 2021년 파우치형 배터리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는 배터리 온도가 급등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지적하며 파우치형 배터리 사용을 피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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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배터리 타입별 장단점

현재 전기차에 사용되는 배터리 셀의 폼팩터는 각형, 파우치형, 원통형 등 3가지 타입으로 구분된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용기에 배터리 4대 소재인 양극, 음극, 분리막, 전해액을 채워 만드는데 용기가 각기둥 형태이면 각형, 파우치 형태면 파우치형, 원통 형태면 원통형으로 분류한다.

먼저 각형은 파우치형과 모양은 비슷하지만, 직육면체 형태에 더 가깝다. 내구성이 뛰어나 다른 배터리에 비해 높은 안정성을 자랑하며, 공정 단계가 파우치형보다 적어 대량 생산에도 더 유리하다. 다만 알루미늄 캔을 사용하기에는 무게가 무거워 다른 배터리에 비해 주행거리가 짧으며, 열 방출이 어려워 별도의 냉각장치가 필요한 탓에 생산 비용도 비교적 높다. 주요 제조사로는 삼성SDI와 중국의 CATL이 자리하고 있으며, 각형 배터리를 사용하는 자동차 브랜드는 BMW, 아우디, 포드, 포르쉐, 페라리, 폭스바겐 등이 있다.

파우치형은 소재를 층층이 쌓아 올린 형태로 배터리를 둘러싼 외관이 얇아 가볍고, 다양한 형태로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장시간 주행이 가능할 정도로 높은 에너지 밀도를 자랑하지만 대량 생산이 어렵고 공정 난이도가 높아 생산 단가가 비싸다. 또한 알루미늄 적층 필름으로 외부를 감싸는 방식 탓에 충격에 취약하며 전해액이 누출될 가능성도 크다.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국내 기업 대부분 파우치형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으며, 현대기아차, 포드, GM, 볼보 등이 파우치형 배터리를 사용한다.

마지막으로 원통형은 동그랗고 기다란 형태의 실린더형 배터리로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건전지와 유사한 형태를 띈다. 표준화된 크기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만큼 안정적인 수급이 가능하다. 아울러 내부 압력을 견디는 힘도 뛰어나 안전성이 높으며, 가격 경쟁력 면에서도 우위에 있다. 다만 다른 배터리에 비해 부피 당 에너지 밀도가 낮고 수명이 짧은 데다, 전기차 공간 내부에 유휴 공간을 많이 만들어 내는 형태의 특성상 공간 활용에는 불리하다. 또 충·방전을 자주 할 경우 다른 형태 배터리에 비해 성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주요 제조사로는 LG에너지솔루션과 파나소닉 등이 있으며, 테슬라가 원통형 배터리를 고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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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 전기차용 각형 배터리/사진=삼성SDI

국내 배터리 3사, 각형 배터리에 이어 원통형까지 다양화에 속도

세 가지 형태 중 사용 비중이 가장 높은 폼팩터는 각형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각형 배터리 비중은 지난해 65%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파우치형 20%, 원통형 14% 순이다. 파우치형과 원통형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각각 7%, 5%로 점유율이 떨어졌지만 각형은 12%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올해를 기점으로 각형과 원통형의 점유율 증가세가 더욱 가파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BYD가 전해액 누출 위험을 명분으로 시장의 폼팩터 다각화 트렌드에 편승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국내 배터리 업체를 비롯해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배터리 포트폴리오 다양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먼저 SK온은 지난해 각형 배터리 기술개발을 완료한 데 이어 원통형 개발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양한 고객사의 각기 다른 요구를 충족시켜 경쟁력 우위를 지켜가겠다는 복안이다. 원통형 배터리가 전기차용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건 차세대 제품인 4680 배터리 개발이 추진되면서부터다. 4680 배터리는 기존 2,170(지름 21㎜, 높이 70㎜) 배터리보다 에너지 용량은 5배, 출력은 6배 개선될 전망이다. 테슬라 등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기존 원통형의 단점을 보완한 4680 원통형 배터리를 채용할 계획이다. 

그간 SK온은 단일 폼팩터인 파우치형 배터리만 양산해 왔다. 이 때문에 포트폴리오의 다양성 부족이 취약점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이미 4680 배터리 양산 계획을 세운 상태다. SK온은 원통형 배터리까지 개발에 성공할 경우 세 가지 폼팩터를 모두 구축하게 된다. 특히 SK온이 자랑하는 급속 충전 기술로 18분 동안 80% 이상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삼성SDI는 기존 상단 터미널 방식을 채택해 왔던 각형 폼팩터의 다양성을 늘리고 있다. 터미널은 배터리 전력을 외부와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는 단자를 일컫는 말로, 삼성SDI는 상단으로만 적용했던 터미널을 측면으로 변경하는 방식을 고려 중이다. 이 경우 팩 상하부에 냉각 시스템을 추가할 수 있으며 셀 내부 전류 경로도 최소화할 수 있다. 또 무게중심도 낮아져 차량 안전성, 주행감 개선 등에 기여할 것으로 관측된다.

폭스바겐은 2030년까지 자사 전기차 배터리의 80%를 각형으로 바꾸겠다는 ‘배터리 로드맵’을 내놨다. 스웨덴 배터리 기업 노스볼트와 손잡고 유럽에 6개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이다. 폭스바겐에 따르면 배터리 공장 규모는 무려 240GWh로 LG에너지솔루션 전체 생산량의 두 배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