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지친 소비자, 저렴한 ‘직수입’ 상품으로 잡는다?
유통 단계 줄여 가격 낮춘 '직수입 상품', 시장서 속속 등장 "가격 오른 귤 대신 오렌지 드세요" 이마트의 '대체재 마케팅' 소비자 이목 끌어모은 CU 반값 우유, 직수입으로 경쟁력 확보
장바구니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국내 유통 업계가 줄줄이 해외 직수입 상품 확대에 나섰다. 유통 구조를 최대한 단순화해 상품 가격을 인하, 고물가로 지친 소비자 수요를 흡수하는 전략이다. 소비자들은 현지에서만 구매할 수 있었던 식품을 국내에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사실에 환영의 뜻을 드러내고 있다.
‘금귤’ 대신 오렌지, 이마트의 직수입 전략
최근 ‘직수입 상품’은 유통 업계 곳곳에서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마트는 오는 26일부터 사흘간 미국산 네이블오렌지를 개당 1,280~1,580원으로 기존 대비 20% 저렴하게 판매할 예정이다. 중간 수입 업체를 건너뛰고 미국 현지 농장 직수입 비중을 늘리며 가격을 대폭 인하한 것이다. 이마트는 차후 이스라엘산 레드자몽, 미국산 멜로골드자몽 등을 유사한 방식으로 직수입해 저렴하게 판매할 예정이다.
오렌지를 비롯한 이마트의 ‘과일 직수입’은 최근 국내 시장의 과일값 상승 상황을 고려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이어진 기상 재해로 과일 전반의 생산량이 감소한 가운데, 과일 가격대는 천정부지로 상승하고 있다. 특히 귤 가격은 감귤 도매가격 조사가 시작된 199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제주감귤출하연합회에 따르면 이달 제주 노지감귤 5㎏당 도매가격은 평균 1만4,000원대에 형성돼 있다. 지난해 1월 귤 도매가격이 8,000원∼1만원 수준이었다. 1년 만에 가격이 50%가량 치솟은 것이다.
‘금귤’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귤값이 치솟자, 소비자들은 귤 구매를 꺼리기 시작했다. 겨울철 대표 과일인 귤을 좀처럼 마음 놓고 사 먹을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이마트는 이 같은 귤의 ‘빈자리’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귤의 대체재 성격으로 유사한 맛을 내는 오렌지를 대량 직수입,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 앞에 내놓으며 직수입 상품의 이점을 홍보한 것이다.
밀크플레이션 빈틈 노린 CU의 ‘반값 우유’
25일 판매를 시작한 편의점 CU의 ‘반값 우유’ 역시 소비자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반값 우유의 정체는 폴란드에서 직수입한 ‘믈레코비타 멸균 우유’로, 가격이 일반 흰우유 대비 46% 저렴한 2,100원에 불과하다(1L 기준). CU 운영사인 BGF리테일은 해외 제조사, 수출 전문 회사, 국내 수입원, 유통판매원 등에 걸친 복잡한 수입 과정을 대부분 생략, 제조사에서 직접 상품을 공수하며 가격대를 대폭 낮췄다. CU의 반값 우유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소비자 수요를 흡수했고, 판매 첫날 일반 우유의 두 배(4만 개)에 달하는 발주량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CU 역시 국산 우유의 가격이 치솟는 ‘빈틈’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우유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18.13으로 전년 대비 9.9% 올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지난 2009년(19.1%) 이후 14년 만에 최고치이자, 지난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3.6%) 대비 2.8배 수준이다. 지난해 원유 가격 인상을 기점으로 흰 우유와 유제품 가격이 줄줄이 상승한 결과다. CU의 반값 우유는 이 같은 ‘밀크플레이션(우유(Milk)와 인플레이션의 합성어)’에 지친 소비자의 새로운 선택지로 급부상하며 이목을 끄는 데 성공했다.
최근 들어 유통 업계의 ‘직수입 상품’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CU의 해외 직수입 상품 매출은 △2020년 12.6% △2021년 18.4% △2022년 20.6% △2023년 28.7% 등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이마트도 지난해 일부 해외 직수입 상품 매출이 전년 대비 30%가량 급증했다. 이어지는 고물가 상황 속 가장 큰 경쟁력은 다름 아닌 ‘가격’이라는 사실이 다시 한번 입증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