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시계 멈춘 HMM, 매각 작업도 ‘산 넘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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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 사고로 사법 리스크 늪에 빠진 폴라리스쉬핑 
HMM 최대주주 산업은행 “FI 참여 최종 철회할 것”
매각 본계약 앞두고 변수 발생, 암초에 난파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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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HMM

매각 본계약을 앞두고 있는 HMM의 투자 시계가 멈췄다. 폴라리스쉬핑 인수를 위한 펀드에 주요 출자자(LP)로 나설 예정이었으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의 반대로 무산되면서다. HMM은 지난해 말과 올해 초로 예정된 대부분의 투자를 철회하거나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해운동맹 지각변동 및 노조 파업 등의 변수로 인해 하림그룹과의 매각 작업에도 암초가 드리웠다.

HMM, 폴라리스쉬핑 투자 철회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HMM은 우리프라이빗에퀴티자산운용(우리PE)가 폴라리스쉬핑 인수를 위해 결성한 프로젝트 펀드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우리PE는 지난해 9월 국내 중견벌크선사인 폴라리스쉬핑 인수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같은 해 10월 폴라리스쉬핑 지분 100%를 인수하기 위한 6,000억원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바 있다. HMM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해당 프로젝트 펀드에 각각 600억원, 400억원을 분담하기로 했다.

하지만 HMM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매각 과정에서 유보금을 사용하는 투자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보이면서 투자 계획을 철회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HMM의 주인이 바뀌는 와중에 보유 현금을 산업은행이 쓰겠다고 결정을 내리는 것도 적잖이 부담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출자 진행 여부 아직 결정하지 못했으나 내부에선 부정적인 기류가 흐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철회 결정에는 폴라리스쉬핑의 불안한 경영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 현재 폴라리스쉬핑의 주요 경영진과 임직원은 지난 2017년 발생한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고로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달엔 업무상과실치사와 업무상과실선박매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완중 폴라리스쉬핑 대표가 금고 5년형을 구형받기도 했다. 폴라리스쉬핑은 해당 사고와 관련해 해양 심판도 받고 있다. 특별 행정심판인 해양 심판은 선박사고 원인을 직권 조사하고, 선사나 해기사 등의 과실이 확인되면 시정명령·자격정지 등의 처분을 내린다. 해운 업계 관계자는 “경영진 재판과 해양심판 결과에 따라 폴라리스쉬핑은 영업정지 처분까지 받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벌크선대 확대 발판 삼을 것”, HMM의 큰 그림도 무산

당초 HMM은 폴라리스쉬핑 프로젝트 펀드 투자를 통해 벌크선대를 확대하는 발판으로 삼겠다는 계획이었다. 이에 업계에서는 앞서 현대LNG해운 인수전에 참여했던 HMM이 국내 중견 벌크선사 인수전에는 비용 부담 등을 고려해 재무적투자자(FI)로만 참여하고, 민영화 이후에 새로운 주인의 결정에 따라 폴라리스쉬핑 지분 확대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폴라리스쉬핑은 현대LNG해운과 함께 HMM이 컨테이너선사가 아닌 종합해운선사로 거듭나기 위한 퍼즐로 언급돼 왔다. 또한 HMM은 단순 FI가 아닌 향후 펀드 엑시트(투자금회수) 과정에서 폴라리스쉬핑을 완전히 인수하는 전략적투자자(SI)로 지위가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프로젝트 펀드에 다른 투자자들을 끌어오는 강력한 유인책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실제로 IB 업계에선 HMM의 FI 참여를 두고 향후 폴라리스쉬핑을 인수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HMM의 중장기 전략에 따르면 HMM은 2026년까지 기존 82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한 개 분량)인 컨테이너 선복량을 120만TEU로 확대하는 동시에 현재 29척 수준인 벌크선대를 55척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약 30여 척의 벌크선이 추가로 필요한데, 국내 조선3사(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의 수주는 2027년까지 꽉 차 있는 데다 신조선가도 지속 상승하고 있어 신규선박으로만 이를 충당하기는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HMM이 벌크선 약 40척을 운용하는 폴라리스쉬핑을 인수할 경우 단번에 중장기 계획을 초과 달성할 수 있게 된다. 특히 폴라리스쉬핑이 각종 재무 문제로 인해 시장예상가보다 저렴하게 매물로 나왔다는 점, 매물로 나오기 전 공격적인 선복 확대 추진을 통해 평균 선박 연령이 낮아졌다는 점이 가장 큰 메리트로 작동했다는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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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HMM노동조합

해운동맹 재편에 노조파업까지, 매각 변수도 첩첩산중

이번 폴라리스쉬핑 투자 철회와 더불어 매각 본계약 체결에서 가격 조건이 변수로 떠오르면서 HMM을 둘러싼 영업환경 변화가 매각 작업에 미칠 영향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18일 팬오션(하림그룹)·JKL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이후 본계약 체결까지 두 달여간 HMM을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변수는 해운동맹 재편이다. 세계 2위 선사인 덴마크의 머스크와 5위 독일의 하파그로이드가 내년 2월부터 ‘제미나이 협력’이라는 새로운 해운동맹을 창설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HMM이 소속돼 있는 해운동맹 ‘디얼라이언스’는 하파그로이드가 제외되면 아시아권 선사만 남게 되는데, 문제는 하파그로이드 탈퇴 시 선복량이 급감해 경쟁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해운분석업체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25일 기준 디얼라이언스의 글로벌 선복량 점유율은 18.4%로, 이 가운데 하파그로이드(6.9%)를 제외하면 점유율은 11.5%로 줄어든다. 또한 일종의 카르텔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고운임 구조가 해체될 경우 과거 출혈 경쟁 시대로 회귀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산업은행과 하림그룹이 매각 이후 경영 주도권과 자금조달 계획 등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하림 측은 매각 이후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과도한 경영 개입을 하면 안 된다는 입장인 반면, 산업은행 측은 매각 이후에도 경영을 일정 부분 감시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하림의 자금 조달 능력이 취약하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앞서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HMM 지분 57.9%에 대한 인수 희망가로 6조4,000억원을 제시한 하림은 인수 가격 대부분을 차입금과 팬오션 유상증자, 영구채 발행, 인수금융 등으로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두고 HMM 노조를 비롯해 소액주주들, 해운 업계 등에선 ‘사실상 무자본 인수’,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졸속매각’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까지 HMM 인수 의사를 드러낸 원매자들은 최소 5조~8조원에 달하는 매각가를 소화할 만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즉 HMM을 인수하더라도 자금을 메워줄 FI들의 도움이 필요하단 의미다. 하지만 전체 인수 자금 가운데 FI 비중이 커질 경우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구조적으로 FI 비중이 높아지면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에서 FI로 손바뀜이 이뤄지는 세컨더리 거래로 비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HMM 사상 첫 노동조합 파업도 매각에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주요 사안이다. HMM해원연합노동조합(해원노조)은 사측과의 단체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에 따라 쟁의행위에 돌입했다. 또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HMM지부(육상노조)는 하림으로의 매각 저지 단체 행동에 나설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수금융을 사용하는 조건에 대해 노조와 매각 측의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영업조건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여기에 HMM의 실적이 올해 예상보다 부진할 것이란 전망은 매각에 대한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