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영업이익 ‘반토막’, “트럼프 재선 리스크 등 장기 전망도 부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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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3,382억원, 직전 분기보다 3,900억원가량 감소
트럼프 재선 시 IRA 대응 위해 진행했던 현지 대규모 투자도 타격 ‘불가피’
캐나다 정부와의 계약 통해 시장 다변화 및 지배력 높이기 위한 대응에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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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3분기보다 53% 가까이 하락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둔화에 따라 자동차 전지와 소형전지 부문 수익성이 악화한 영향이다. 여기에 올해 미국 대선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 등을 공약으로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그간 대규모 투자를 통해 IRA 대응에 나섰던 LG엔솔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단기 실적 불확실성 높아진 LG엔솔

26일 LG엔솔 실적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6.3% 감소한 8조14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382억원으로 전년 대비 42.5% 증가했는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전분기 영업이익(7,312억원)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이마저도 미국 IRA에 따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2,501억원이 반영된 결과다. 이를 제외할 경우 영업이익은 881억원으로 급감한다.

LG엔솔은 지난해 매출 33조7,455억원과 영업이익 2조1,632억원을 기록하며 2020년 12월 출범 이후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바 있다. 세계적으로 전기차 판매가 증가하면서 배터리 공급이 늘어난 결과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 전기차 판매 둔화가 가시화되면서 성장세가 꺾였다. 완성차 업체들이 생산 물량을 낮추자, 공장 가동률이 저하된 데다 고정비 부담이 늘면서 매출과 수익성이 악화된 것이다.

이렇다 보니 증권가에선 올해 1분기 실적 역시 부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 1분기 실적은 매출 6조3,000억원, 영업이익 296억원으로 추정된다”며 “소형 전지 부문의 경우 메탈 가격 하락에 따른 판가 하락폭이 클 것으로 보이며, 자동차 전지 부문에선 출하 감소와 판가 하락으로 인해 매출 감소와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점쳤다. 그러면서 “당분간 주가수익비율(P/E) 밸류에이션 시 적정 시가총액 95조원을 중심으로 한 트레이딩 접근을 권고한다”고 덧붙였다.

“지속 성장 가능한가” 장기 실적 전망도 먹구름

장기 실적 전망에 관해서도 부정적인 관측이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2024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바이든 정부의 기존 친환경차 지원 정책을 뒤집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IRA가 개편 또는 폐지될 경우 그간 대규모 투자를 통해 IRA 대응에 나섰던 LG엔솔을 비롯한 국내 배터리 업계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LG엔솔은 북미 시장에서 보조금 혜택을 받기 위해 현지 합작법인 및 공장 등에 막대한 재원을 투자해 온 대표적인 기업이다. 현재 미시간 독자 공장 및 오하이오 GM 합작 1공장을 운영 중이며, 테네시 GM 2공장 및 미시간 GM 3공장, 오하이오 혼다와의 합작 배터리 생산 공장도 건설 중에 있다. 또 최근에는 애리조나주 퀸크릭(Queen Creek)에 총 7조2,000억원을 투자해 신규 원통형 및 ESS(에너지저장장치) LFP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현지 업체와의 공급망 협력 불확실성 등에 따라 그간의 투자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 공약으로 발표한 ‘아젠다 47’에는 그간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해 온 자동차 연비 규제 및 전기차 의무판매 비중을 없애는 계획과 함께 IRA를 통해 중국 배터리 회사가 보조금을 받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전 대통령 선거 캠프 고위 관계자 중 한 고문은 “IRA에 따른 보조금과 세금감면에 들어가는 세금이 과소평가된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그런 지출의 많은 부분을 삭감할 것”이라며 사실상 법안 폐지를 시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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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스텔란티스 합작법인 ‘넥스트스타에너지’의 온타리오주 윈저 공장 건설현장/사진=넥스트스타에너지

시장 점유율 확대 위해 주요 고객사 확보에 집중

이에 LG엔솔은 장기 실적 전망을 끌어올리기 위해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지난해 7월 LG엔솔과 스텔란티스와의 합작법인인 넥스트스타에너지(Nextstar Energy)가 캐나다 정부와 배터리 생산 보조금 지급 조건에 최종 합의한 것이 대표적이다. 현재 알려진 총보조금 규모는 150억 캐나다 달러(약 15조원) 수준인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합의에 따라 지난해 5월부로 중단됐던 캐나다 온타리오주 윈저시 내 배터리 모듈 공장 건설이 즉각 재개됐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가동 예정인 이 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은 45GWh에 달하며, 여기서 생산된 배터리는 크라이슬러, 지프 등 스텔란티스 산하 브랜드의 차세대 전기차에 탑재될 예정이다.

지난해 10월에는 도요타와도 대규모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이로서 글로벌 완성차 10위권 제조사 중 9곳을 고객사로 두게 됐다. 도요타에 공급하는 배터리는 LG엔솔의 북미 단독 생산 법인인 미시간 홀랜드 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했으며, 이를 위해 미시간 홀랜드 공장의 도요타 전용 배터리 생산 라인을 건설하기로 했다.

추가 계약 등을 계기로 LG엔솔의 북미 시장 지배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현재 LG엔솔은 북미에서만 2개의 단독 공장과 7개 정도의 합작공장을 가동하거나 건설 중”이라며 “향후 가동이 예상되는 공장들의 생산능력까지 고려할 경우 2026년 이후 LG엔솔의 북미 생산능력은 총 342GWh로, 전기차 약 427만 대 분량의 배터리 생산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