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 시중은행 전환 ‘초읽기’, 고착된 생태계 깨부술 ‘메기’ 될 수 있을까
지방은행 시중은행 전환 인가 방식 확정, "신규인가 아닌 '인가 내용 변경' 방식" 금융당국의 '생태계 부수기', 은행 간 경쟁 촉발이 선행 조건 대구은행은 '기틀 잡기'의 시작점, "단계적 금융 과제 해결 이뤄나갈 것"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에 속도가 붙었다. 금융당국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과정에서 논란이 될 수 있는 여러 쟁점을 정리하기로 하면서다. 불확실성이 해소됨에 따라 대구은행을 포함해 시중은행 전환을 시도하는 지방은행들이 가이드라인으로 삼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금융당국, 지방은행-시중은행 전환에 ‘힘 싣기’
금융위원회 및 금융감독원은 31일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시 인가 방식 및 절차’를 제2차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 보고했다. 이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DGB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불안정한 법적 해석을 걷어내겠단 방침을 세웠다. 우선 가장 중요한 인가 방식은 ‘신규인가’가 아닌 ‘인가 내용의 변경’을 통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현행법상 은행업을 수행하려면 금융위 인가가 필요하다. 이는즉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할 때 새 인가를 내주는 게 아니라 기존 인가를 변화시키겠다는 것이다. 다만 금융위는 인가 내용 변경 방식이어도 시중은행 전환 중요성이 큰 만큼 대주주와 사업계획의 타당성, 임원 등 모든 세부 심사 요건을 신규인가에 준해 심사하기로 했다. 특히 시중은행으로 전환되면 은행 영업 범위가 늘어나는 점을 감안해 사업계획과 내부통제, 임원의 자격 요건 등 경영 관련 세부심사요건은 보다 면밀히 심사할 예정이다.
예비인가는 생략할 수 있도록 했다. 통상 은행업 인가는 본인가 전 예비인가를 거치는데, 시중은행 전환에 대해선 이 과정을 건너뛸 수 있게 해주겠단 의미다. 신청인이 원하면 단 본인가를 신청하기 전에 생략 없이 진행할 수 있다. 이밖에 금융사고가 발생해 검사·조사가 진행 중인 지방은행의 경우 주가 아닌 ‘은행 또는 임직원의 위법행위’와 관련된 문제라면 제재 확정 전에도 시중은행 전환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단 금융사고와 관련해 임원 제재가 예상되면 신청인 계획을 제출받아 외부평가위원회를 통해 그 적정성을 심사한단 방침이다. 금융위는 “앞으로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기 위해 인가 내용 변경을 신청하면 해당 인가 방식 및 절차에 따라 진행하겠다”며 “추후 은행법을 개정해 전환 방식과 절차를 명시적으로 반영하는 것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추진력 얻은 대구은행, ‘은행권 경쟁 촉진’ 시발점 되나
금융당국의 본격적인 ‘뒷심 심기’ 덕에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이 대구은행에 이토록 힘을 실어주는 이유는 과점 체제에 들어선 종전의 시중은행 시장에 불만 여론이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위는 지난 9월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시도하는 이유에 대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개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기존 은행권의 과점 체제를 깨기 위함”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고착돼 있던 시중은행 생태계에 금을 냄으로써 △은행권 경쟁 촉진 및 구조 개선 △고정금리 확대 등 금리체계 개선 △손실흡수 능력 제고 △비이자이익 비중 확대 △성과보수 체계 개선 및 주주 환원정책 점검 △사회공헌 활동 활성화 등 금융 과제 해결을 위한 선순환 구조의 기틀을 마련하겠단 것이다.
대구은행 또한 스스로 시장의 ‘메기’가 되겠단 의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7월부터 TF 등을 통해 시중은행 전환을 준비해 온 만큼 빠른 시일 내에 인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전환이 이뤄지고 난 후엔 가격(금리) 및 서비스에 대한 실질적인 경쟁을 일으킴으로써 국민에 선택권 확대 등 금융 편익을 제고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룹과 은행 공동으로 시중은행 전환 TFT를 구성했고 이를 통해 지난 6달 동안 시중은행 전환 시 사업계획을 세밀히 세웠다”며 “본 사업계획서는 은행권 경쟁 촉진 및 금융소비자 혜택 증진 취지에 부응토록 면밀히 검토를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대구은행은 이제 벽 하나를 짚고 넘어선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번 기회로 응축된 추진력은 필시 앞으로의 여정에 속도감을 더해줄 것이다. ‘땅 짚고 헤엄치기’식 이자 장사로 세간의 빈축을 산 시중은행의 시대 아래 대구은행에 대한 기대감이 더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