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도 금통위도 금리 ‘동결’, 시장 ‘인하 기대감’에도 파월 “신중히 접근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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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물가 안정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시장선 '이른 금리 인하' 기대감도, "결국 부담감 있을 것"
부동산PF 뇌관 여전한 한국, "거시경제 리스크까지 확대되진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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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모습/사진=Fed 유튜브 갈무리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의장이 이른 시점의 금리 인하에 재차 경계감을 드러냈다. 5일(현지시간) 미국 국영 방송사 CBS와의 대담에 출연한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연 2%대 초반으로 진입하고 있는 상황을 확인할 수 있을 때까지는 금리 인하 시점을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매파적 시각을 드러냈다.

세계 각국의 금융 정책 담당자들의 입장도 대체로 일맥상통한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Кристалина Георгиева) 국제통화기금 총재는 “기준금리를 일찍 내리는 것보다 늦게 내리는 게 차라리 낫다”고 언급했으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6개월 이상 기준금리 인하는 어렵다”고 아예 못을 박아 놓기도 했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시장의 압박감이 높아짐은 명백한 사실이니만큼 시장에선 이른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솟아난다. 아직 시장 특유의 낙관론에 불과하긴 하나 거듭되는 압박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단 점은 고려할 만하단 평가가 나온다.

파월 “인플레 하락, 아직 확신 필요해”

파월 의장은 4일(현지 시각) 미국 CBS ’60분(60 Minutes)’과의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이 2%로 낮아지고 있단 확신을 더 갖고 싶다”며 “어제도 말씀을 드렸지만, 7주 뒤인 3월 정례회의까지 위원회가 그 정도의 자신감에 도달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Fed의 거의 모든 위원들은 올해 금리 인하를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금리 인하를 시작한다는 매우 중요한 단계를 밟기 전에 좀 더 확신을 갖고 싶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다는 건 아니다. 최근 6개월간의 데이터가 충분치 않다는 것”이라면서 “그 연장선에서 더 좋은 데이터를 보고 싶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Fed의 첫 금리 인하 시점은 3월이 아닌 5월 또는 6월, 인하 횟수는 당초보다 절반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커졌다. 이날 파월 의장은 “올해 첫 6개월간 인플레이션이 지속해 하락하는 것을 기본 시나리오로 삼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을 살펴보는 단위는 12개월 정도인데, 지난해 첫 5개월은 상당히 높은 수치였다”고 언급했다. 올해 중반까지 인플레 진정을 확인한 뒤 인하를 확정 짓겠단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이른 시점의 금리 인하에 거듭 경계의 목소리를 내보내기도 했다. 파월 의장은 “물가 안정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너무 빨리 움직이면 인플레이션이 우리의 목표치인 2%보다 훨씬 높은 곳에서 안정될 가능성이 더 높다. 경제가 강세이기에 결정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반대의 경우 경기 침체가 올 수 있다면서 “간단하고 분명한 길은 어디에도 없다”라고도 덧붙였다.

Fed, 기준금리 재차 ‘동결’

정책 담당자들의 입장은 대체로 확고하다. 인플레이션 리스크 하락이 확실해질 때까지 기다림으로써 전반적인 경제 구조를 안정화하겠단 것이다. 이에 따라 Fed는 지난달 31일 기준금리를 5.25~5.50%로 재차 동결했다. 지난해 9월, 11월, 12월에 이어 4번째 동결이다. 이에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당일 기자 브리핑에서 “중앙은행은 시장의 과도한 기대가 아닌 데이터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며 “지금 시점에선 통화정책이 조기에 완화할 위험이 있다”고 언급했다. “Fed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일찍 내리는 것보다 다소 늦게 내리는 게 낫다”라고도 했다.

Fed가 금리를 동결한 것을 긍정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후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너무 빨리 금리를 인하하면 물가가 안정될 것이라는 소비자나 투자자의 신뢰가 떨어지고, 지금까지 취해진 인플레이션 하락이 역전될 수 있다”며 “금리 인하가 약간 늦는 것보다 조기 완화로 인한 위험이 더 높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의 인터뷰와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다.

다만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브리핑 말미에 “높은 금리가 너무 오래 유지될 경우 미국 경제가 둔화하고 달러에 다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신흥 시장에 해를 끼칠 위험이 높다”라는 언급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시장에선 “결국 인플레이션을 관망하기만 하다 경제 침체가 가속할 경우 지게 될 막대한 책임에 압박감을 느끼는 것 아니겠나”라는 의견이 대두되면서 이르면 3월 금리가 인하할 가능성도 결코 적지 않다는 낙관론이 부상했다. Fed가 지난해 12월 FOMC 전례회의 직후 발표한 전망에서 올해 말 기준금리가 현재보다 0.65~0.90%p 낮은 4.6%에 이를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는 점도 시장의 기대에 불을 지폈다.

다만 게오르기에바 총재의 언급을 3월 금리 인하 가능성으로 곧바로 연결하는 건 지나친 비약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애초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해당 발언 이후 “지표를 보고 지표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게오르기에바 총재의 언급은 ‘지표상’ 긴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에 불과하단 의미다. 애초 파월 의장이 3월 금리 인하에 대해 “금리 인하를 보증할 수준의 확신을 얻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부정적 입장을 피력한 상태이니만큼 시장의 낙관론은 현실화하기 어려우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당분간 ‘안정감’을 강조하는 금융 기조에 변함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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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월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이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한은 “적어도 6개월은 금리 인하 어려울 것”

우리나라의 경우 “적어도 6개월 이상은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사실상 금리 동결을 못 박아둔 상태다. 실제 지난달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도 기준금리는 연 3.5% 선에서 동결됐다. 이로써 지난해 2·4·5·7·8·10·11월에 이어 올해 1월까지 8번 연속 금리가 고정됐다.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이 총재는 “기준 금리를 인하하려면 미국 물가 상승률 변화에 따른 Fed의 금리 결정, 유가가 계속 안정될지, 소비 등 경기 상황이 예상대로 갈지, 무엇보다도 물가 경로가 예상대로 갈지 등을 봐야 한다”면서 “개인적으로 6개월 내 금리 인하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섣부른 금리 인하는 가계부채를 늘릴 수 있다”며 “부동산 가격에 대한 예측도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데 역할을 한다. 고금리 기조를 장기적으로 가져가서 부동산 가격이 올라간다는 기대심리를 줄여주는 게 정책금리만큼이나 중요한 요소”라고 역설했다.

이 총재 또한 Fed와 비슷한 입장을 내보인 것으로, 리스크가 안정화되는 ‘최적의 시기’를 찾겠다는 게 이들 주장의 골자다. 문제는 이 같은 지나친 ‘안정 유지’ 의지가 오히려 시장에 독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미 경제 시스템 전반에 적잖은 압박감이 만연해 있음은 명백한 사실이며, 일각에선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같은 ‘특이점’이 다시 한번 도래할 것이란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부동산PF 부실의 뇌관이 여전히 시장 깊숙이 자리 잡은 상태다. 당장 부동산PF 문제가 거시경제 리스크로 확장될 가능성이 현저히 적긴 하나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을 이고 있다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 “사실상 막대 하나를 두고 어느 쪽이 먼저 쓰러질까 지켜보는 치킨 게임 아니냐”는 농담 반 진담 반의 우스갯소리가 괜히 나오는 건 아닌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