꺾이지 않는 테마주 유행, 국내 증시의 위험천만 ‘폭탄 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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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경고종목 지정 전년 대비 2배 급증, 테마주 열풍 영향
초전도체부터 반도체·정치까지, 테마주 '이상과열' 어쩌나 
정부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따라 요동치는 저 PBR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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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한국거래소의 ‘투자경고종목’ 지정 건수가 폭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증시를 휩쓴 ‘테마주 열풍’이 줄줄이 시장 과열을 야기한 결과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코스피·코스닥·코넥스 시장에서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된 건수는 총 36건이었다. 이는 전년 동기(17건) 대비 두 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이 꾸준히 테마주 투자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음에도 불구, 유행에 의존한 단기 투자 수요는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 양상이다.

테마주 중심으로 투자경고종목 급증

한국거래소는 불공정거래 가능성이 있는 종목,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급등한 종목 등의 ‘이상과열(Irrational Exuberance)’을 막기 위해 시장경보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투자경고종목’은 시장경보제도 중 2단계에 해당하는 조치로, 지정 시 위탁증거금을 100% 납부해야 해 주식을 외상으로 매입하는 ‘미수거래’가 제한된다. 신용융자를 활용한 매수도 불가능해진다. 투자경고종목 지정 이후 2일 동안 주가가 40% 급등할 경우 3단계인 투자위험종목으로 지정, 매매가 정지된다.

한국거래소가 비정상적 가격 급등을 경계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초단타 수익’을 노린 개인 투자자가 몰리며 이상과열이 발생할 경우, 주가가 순식간에 치솟았다가 급락하며 막대한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최근 증시를 달군 초전도체 테마주다. 한국거래소는 이달 파워로직스, 신성델타테크, 씨씨에스 등 다수의 초전도체 테마주를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한 바 있다. 이 중 전날 거래가 정지된 씨씨에스는 초전도체를 연구한 것으로 알려진 권영완 교수를 영입하며 초전도체 테마주로 분류됐고, 이후 주가 급등락을 이어가며 엄청난 변동성을 보였다. 이달 들어선 주가가 1,109원에서 4,630원으로 4배 이상 치솟기도 했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 테마주 역시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한국거래소는 디티앤씨알오, 대상홀딩스우, 와이더플래닛 등 이른바 ‘한동훈 테마주’를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했다. 해당 종목들은 회사의 경영진 또는 사외이사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개인적인 인연이 있다는 이유로 한동훈 테마주로 분류됐다. 이달부터 금융감독원이 투자위험이 높은 정치 테마주 흐름을 주시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단기 투자 수요는 좀처럼 식지 않는 양상이다.

어제오늘도 ‘경고’ 쏟아졌다, 아슬아슬한 증시

최근 수일 사이에도 다수 종목에 대한 투자경고종목 지정 예고 소식이 전해졌다. 14일 한국거래소는 장 마감 후 ‘초전도체 테마주’로 꼽혔던 파워로직스의 투자경고종목 지정을 예고했다. 지난 13일 종가가 15일 전날 주가 대비 100% 이상 치솟으며 이상과열이 감지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삼성전자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 매출로 인한 호실적이 ‘초전도체’ 테마 기업을 주시하던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모은 것으로 보인다.

15일에는 반도체 테스트 분야 부품 및 장비 제조기업 티에프이가 투자경고종목 지정 예고를 받았다. 지난 14일 종가가 1년 전의 종가 대비 200% 이상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IBK투자증권 측은 “반도체 업황 회복이 티에프이 패키지 테스트 부품의 수요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판단된다”며 티에프이의 미래 매출 성장을 점친 바 있다. 이 같은 긍정적 분석을 바탕으로 투자자 사이 새로운 ‘유행’이 발생, 매수 수요가 쏠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 종목은 차후 투자경고 지정 예고일로부터 10거래일 내에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본격적으로 ‘투자경고종목’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눈에 띄는 부분은 이들 종목 역시 초전도체, 반도체 등 특정 ‘테마’에 묶여 있다는 점이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며 시장 유동성이 줄어든 가운데, 기업의 복합적인 성장 가능성이 아닌 단편적인 이슈·테마만을 따라가는 단기 투자 유행이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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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저 PBR’주다? 끝나지 않는 악순환

연초 증시를 달궜던 초전도체 테마주가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지만, 개인 투자자 사이 테마주 열풍은 좀처럼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종목, 소위 ‘저 PBR’주가 새로운 유행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정부의 밸류업(Value Up, 기업가치 제고)의 윤곽이 드러난 가운데, 수혜가 예상되는 저 PBR 종목에 무분별한 매수 수요가 쏠리는 모습이다.

저 PBR 종목의 과열 양상은 국내 증시 내 변동성 완화 장치(Volatility Interruption, VI) 발동 횟수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코스피·코스닥시장 내 정적·동적 VI 발동 횟수는 총 4,988회에 육박했다(지난 2일 기준). 이는 전년 동기(3,260회) 대비 53% 급증한 수준이다. VI는 개별 종목의 체결 가격이 일정 범위를 벗어날 경우, 2분간 단일가 매매로 전환해 비정상적인 과열 현상을 완화하는 일종의 가격 안정화 조치다.

문제는 최근 한 달간 VI 발동이 은행·보험과 지주 종목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은행·보험과 지주 종목은 대표적인 저PBR주로,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소식이 전해진 이후 줄줄이 신고가를 경신하며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저 PBR주 투자 역시 일종의 ‘테마주 유행’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의 가치 제고 여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저 PBR’ 테마에 맞춰 무작정 투자를 단행할 경우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위험천만한 테마주 ‘폭탄 돌리기’는 유사한 형태로 반복되며 오늘도 국내 증시를 좀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