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진행형인 롯데家 형제의 난과 잡음 없이 마무리되는 효성家 형제 상속
(주)효성, 장남과 3남이 분할 상속하는 절차 빠르게 진행 중 롯데는 2015년 경영권 분쟁 이후에도 여전히 불씨 남아있어 해결의 열쇠인 호텔롯데 상장도 당분간 어려울 전망
지난 23일, 롯데알미늄은 정기 주주총회에서 양극박 및 일반박 사업 부문과 캔, 연포장, PET병 등의 생활용품 사업 부문 물적분할을 통과시켰다. 대기업 자회사 중 비상장사인 롯데알미늄의 물적분할이 주목을 받은 것은 지난 2015년에 롯데그룹 형제간 경영권 분쟁에서 패배했던 신동주 일본 롯데홀딩스 전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이 물적분할에 따른 주주가치 훼손 우려를 내세워 반대 입장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롯데알미늄은 실질적인 지주회사로 알려진 L투자회사와 호델롯데가 각각 35%, 4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신동주 전 부회장이 보유한 지분은 일본 (주)광윤사를 통한 22.84%에 지나지 않는다. 이번 주총에서도 77%의 찬성률로 물적분할이 가결됐다. L투자회사가 신동빈 현 롯데그룹 회장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롯데 형제의 난,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지난 2015년 창업주인 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이 신동빈 현 롯데그룹 회장을 해임했다가 다시 신격호 총괄회장 및 신동주 전 부회장이 해임되는 ‘부자·형제의 난’을 겪었으나, 이후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 주주들이 신동빈 회장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여전히 신동주 전 부회장이 롯데그룹의 일본 지주사인 (주)광윤사의 51%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이고, (주)광윤사는 국내 주요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이번에 논란이 된 롯데알미늄의 경우도 (주)광윤사가 22.8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주총에서 77%의 찬성이 나온 것은 (주)광윤사에서 반대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국내 재계에서는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 대부분의 주주구성이 일본의 비상장사들로 이뤄져 있는데다, (주)광윤사, L투자회사 등의 지분 구조가 명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신동빈 회장의 경영권 분쟁 승리를 선언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국내 주요 계열사들을 총괄하는 롯데지주의 경우 신동빈 회장이 직접 보유한 지분은 13.04%에 불과하고, 그 호텔롯데, 롯데알미늄, 롯데홀딩스 등의 주요 계열사가 18%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주요 계열사들 지분이 대부분 일본의 소유주를 명확하게 알 수 없는 일본의 비상장사들인 상황인만큼, 신동빈 회장에 대한 우호 지분이 신동주 전 부회장 측으로 선택지를 바꿀 경우 ‘제 2의 형제의 난’이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효성그룹, 3대째 잡음 없이 형제 상속 진행 중
같은 날, 효성그룹 지주회사인 ㈜효성은 이사회에서 효성첨단소재를 중심으로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HIS), 효성토요타 등 6개사에 대한 출자 부문을 인적분할해 가칭 ‘㈜효성신설지주’라는 신규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분할 계획을 결의했다.
오는 6월 임시 주총에서 회사 분할이 승인되면 7월 1일자로 효성그룹은 존속회사인 효성과 신설법인 효성신설지주라는 2개 지주회사 체재를 갖춘다. 지주회사 재편이 완성되면 현재 효성그룹 경영을 이끄는 맏형 조현준 효성 회장은 섬유와 중공업, 건설 등을, 동생인 조현상 부회장은 첨단소재 부문을 각각 전담하며 책임 경영을 수행하게 된다.
재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미 지난 2017년부터 단계적으로 조현준 효성 회장과 조현상 효성신설지주 회장 간에 경영 분리가 구체적으로 진행됐고, 이번 결정은 그간 준비해왔던 계열 분리를 이사회에서 확정하는 단계에 불과했다는 설명이다. 두 형제가 (주)효성 지분의 21.94%, 21.42% 씩 보유하고 있어 형제 분쟁의 가능성도 지적됐으나, 고(故) 조홍제 창업주가 기존 효성을 조석래 회장에게, 한국타이어를 조양래 회장에게 상속하던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자녀들에게 재산이 배분되는 절차가 마무리 도리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 2013년 초 2남 조현문 전 부사장이 경영권 승계 구도에서 밀려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하며 (주)효성 지분 전략을 일반 기관투자가에게 매각하면서 오너 일가의 각종 사생활을 폭로한 탓에 한 때 ‘형제의 난’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으나, 오는 7월 계열 분리를 전후해 장남 조현준 효성 회장과 3남 조현상 신설지주 회장 간의 지분도 잡음 없이 정리될 것으로 관측된다.
롯데, 지배구조 마지막 퍼즐인 호텔롯데 상장 지연에 상속 분쟁 장기화 전망도
재계 관계자들은 롯데그룹의 경우 일본 비상장사들에 의해 경영 승계가 좌우되는 현재 상황이 타파되기 위해서는 국내 계열사들의 실질적인 지주회사인 호텔롯데가 상장을 통해 국내 주주들을 대규모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설명한다. 현재는 (주)광운사과 L투자회사들의 실질 소유주가 한국 내 롯데 그룹의 경영권을 좌우할 수 있는 상황인데, 상장을 통해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을 희석시키고, 국내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쌓을 수 있다면 일본 지주사들의 경영권 참여를 차단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호텔롯데를 상장할 수 있는 경영환경이 갖춰지지 않고 있어 당분간 상장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2015년 경영권 분쟁이후 롯데그룹은 지속적으로 호텔롯데 상장을 타진해왔으나, 2016년 경영비리 수사, 2017년 중국 사드 보복, 2020년 코로나19 여파로 실적이 하락했던데다, 2023년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도 꾸준히 감소추세다. 2022년 3분기까지 4조7천억에 달했던 매출액은 2023년 3분기에 3조4천억으로 크게 감소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영업손실이 지속된데다, 매출액마저 감소하고 있어 경영 위기 상황인만큼 상장을 논할 단계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IB업계 관계자들도 코로나 부진을 딛고 영업적자를 탈피했으나, 상장 심사를 받을 수 있는 단계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면세점, 호텔 등 관광업계 업황 개선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호텔롯데 상장 검토 시점을 확정할 순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들어 쿠팡, 네이버 등의 온라인 유통 서비스들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오프라인 유통업계 실적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점도 호텔롯데 상장이 당분간 가시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주)효성처럼 계열 분리를 통한 해법은 없었나?
이처럼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계속 남아있는 것이 한국 내 롯데그룹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호텔롯데 상장이 당분간 어려워진 만큼, 지난 2018년에 신동주 전 부회장에 내놨던 합의안이 다시 주목을 받는 이유다. 당시 신 전 부회장이 내놓은 자필 편지에는 한국과 일본의 롯데그룹을 분리해서 경영하고, 서로 어려움이 있을 때 돕자는 뜻이 담겨있다. 신 전 부회장에 따르면 같은 내용의 편지를 당시 구속 수감 중이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2018년 중 총 4차례나 보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효성의 형제간 분할 상속 사례와 마찬가지로 일본 롯데와 한국 롯데를 분리해 더 이상 경영권 분쟁이 없도록 하자는 신 전 부회장의 제안은 지난 2008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다만 당시 신격호 총괄회장이 구상했던 계열분리는 ‘장남-일본’, ‘차남-한국’과 같은 구조가 아니라, 형제간 계열분리를 목표로 삼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플랜 두 2008(PLAN DO 2008)’로 알려진 당시 계열분리 안은 롯데홀딩스를 주축으로 하는 지주사 체제와 롯데전략투자회사를 중심으로 하는 비주력 계열사와 호텔롯데에 대한 경영권으로 롯데그룹을 사실상 분리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알려진대로 2015년에 경영권 분쟁을 통해 (주)광윤사 등을 비롯한 일본 내 비주력 계열사들에 대한 경영권만 신동주 전 부회장에게 넘겨졌을 뿐, 대부분의 롯데 계열사 경영권은 주주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한 신동빈 현 롯데그룹 회장에게 넘어간 상태다. 재계 관계자들은 두 형제 모두 달리 묘안이 없는 상태에서 알려지지 않은 일본 내의 대주주들의 입김이 강하게 작동하는 가운데 롯데 그룹 경영권의 향방이 당분간 불안한 상태로 흘러갈 것으로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