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열 족쇄에 LG화학과 손 잡은 삼성, ‘NCF 최신화·D램 MUF 적용’이 탈출구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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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F 공급망 이원화 나선 삼성, '발열 취약' 약점 개선하나
SK하이닉스의 성공 비결은 'MUF'? 삼성은 '휨' 이슈 해결 못해
D램 MFU 적용 시사, 업계 경쟁력 강화 노리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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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HBM3 아이스볼트/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수직 적층할 때 쓰는 접합소재 ‘비전도성접착필름(NCF)’ 공급망을 이원화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일본에서 전량 수입하던 NCF를 국산화하고 공급 업체를 추가함으로써 공급 충격을 예방하고 가격 협상력을 제고하겠단 취지다. 차세대 NCF 개발은 LG화학과 함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LG화학, 발열 최소화 NCF 개발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와 LG화학은 HBM 발열을 최소화하고 기존보다 얇은 NCF를 개발하고 있다. NCF는 D램을 여러 단 쌓는 HBM에 쓰이는 소재로, D램에 초미세 구멍을 뚫는 실리콘관통전극(TSV) 공정 후 위·아래로 접합할 때 사용한다. 삼성전자는 열압착(TC) 방식으로 NCF를 붙이고 있다. 마이크론도 NCF 방식이다.

이전까지는 NCF 전량을 일본 소재 업체 레조낙(옛 쇼와덴코)으로부터 수입해 사용했기에 소재 의존도가 높다는 문제가 있었다. 그런 만큼 삼성전자가 직접 NCF 개발에 나선 건 소재 국산화를 통해 공급 충격을 최소화하겠단 취지로 풀이된다. 다만 NCF 개발에 LG화학을 끌어들일 수밖에 없었단 점은 삼성의 한계로 평가된다. 당초 지난해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까지만 해도 삼성은 “회사가 독자 개발한 NCF 기술은 범프 사이를 빈틈없이 채우는 기술”이라며 NCF의 ‘독자 개발’을 강조했다.

삼성의 발목을 잡은 건 발열 문제였다. 그동안 삼성전자 HBM은 경쟁사 대비 발열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지난해 10월엔 엔비디아 측에 HBM3 납품 계약을 요청했으나 제품 품질이 기준을 넘지 못했단 이유로 사실상 퇴짜를 맞은 바도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엔비디아 측은 “삼성전자의 HBM3 제품은 아직 수율이나 발열 부분에서 퀄리티를 맞추지 못했다”며 “샘플 제품이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만큼 납품을 받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나마 일정 시점까지 HBM3을 개선해 내면 정식 계약을 맺겠다 약속했으나, HBM3로 실적 개선을 노렸던 삼성전자 입장에선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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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F로 앞서 나간 SK하이닉스, 삼성도 시도했지만

반면 SK하이닉스는 3세대 HBM 제품부터 매스 리플로우 몰디드 언더필(MR-MUF) 기술을 도입하면서 발열 이슈에서 다소 자유로워졌다. MR-MUF는 여러 칩을 대형 오븐과 같은 장비에서 한 번에 납땜하고 난 뒤 칩과 칩 사이 회로를 보호하기 위해 액체 형태의 보호재를 공간 사이에 주입해 굳히는 방식이다. 기존 TC-NCF 방식 대비 적층에 필요한 압력을 낮출 수 있고 범프를 용해한 뒤 원하는 위치에서 굳히는 게 가능하단 장점이 있는 데다, 칩 하나하나에 압력을 줘야 하는 TC-NCF와 달리 한 번에 많은 칩을 만들 수 있어 대량생산에도 유리하다.

삼성전자 또한 SK하이닉스의 기술력을 목표점으로 잡고 MUF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HBM과 D램 3DS 적층에 MUF 공정을 적용하는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그 결과 NCF 대비 쓰루풋은 대폭 개선됐으나 물성은 하락했다. 이에 대해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테스트 결과 HBM에는 쓰기 어렵고 3DS RDIMM에는 적합하단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안다”며 “지난해 삼성 DS 고위 관계자가 MUF 도입을 지시한 바 있는 만큼 삼성전자 내 MUF의 시계는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했다. 3DS RDIMM은 실리콘관통전극(TSV)을 활용해 만든 서버용 D램 모듈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TSV 공정이 필요한 3DS RDIMM의 경우 TC-NCF 공정을 통해 양산하고 있다. 

결국 삼성전자 입장에서 HBM 자체에 MUF 공정을 적용하는 건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MUF 공정 과정에서의 휨(Warpage) 이슈를, 현시점의 삼성전자 기술력으론 해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이미 HBM 양산에 MUF 소재를 적용해 적잖은 이익을 창출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뼈아픈 지점이지만, 차후 D램 모듈에의 MUF 공정 적용, NCF 국산화 성공 등 각종 과제를 빠른 시일 내 해결할 수 있다면 삼성전자 또한 비견될 만한 경쟁력을 얻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