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시장 과열에 ‘코너스톤 제도’ 도입 목소리↑, 시장 안정성 제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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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가 신뢰성 높이고 공모주 장기 투자 활성화 기대
국내서는 2018년 한국거래소 사업계획서 통해 처음 논의
제도 도입보단 운영이 관건, 특혜 논란 해소 장치 마련은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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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업공개(IPO) 시장의 과열이 심화되면서 기관 수요예측 정확도를 높이고 장기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코너스톤 투자자(초석 투자자)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는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홍콩 주식시장에 처음 등장해, IPO 기업의 안정적인 자금 조달과 합리적인 가격 책정을 돕고 있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이 시행 중이다.

코너스톤 제도 논의 재점화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IPO 시장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 2018년부터 논의돼 온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란 IPO 과정에서 증권신고서 제출 이전 발행사와 주관사가 투자자를 미리 유치해 공모주 일부를 배정하는 제도다. 대형 기관투자자는 공모 주식 판매 전에 공모가격을 모르는 상태에서 일정 금액을 장기투자(보호예수)하기로 약정하고, 그 대가로 공모주 배정을 확약받는다. 

제도의 가장 큰 장점은 앵커 투자자 역할을 하는 대형 기관투자자가 IPO 대상 기업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는 부분이다. 기관 투자자들이 코너스톤 투자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실사(Due deligence)를 통해 희망 공모가 밴드에 대한 적정성을 판단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시장에서 잘 알려진 코너스톤 투자자의 투자가 다른 시장참여자의 투자를 독려할 수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이를 통해 국내 주관사들의 글로벌 대비 낮은 수준의 기업 실사를 보완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8년 중국 가전업체 샤오미의 IPO에서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인 퀄컴의 대규모 코너스톤 투자가 일반 투자자들의 투자 판단을 도왔다. 상당수의 외국 투자자가 샤오미의 시장가치에 의문을 품던 가운데, 2011년부터 샤오미에 반도체를 납품해 온 퀄컴이 유일하게 대규모 코너스톤 투자를 감행하자 이를 판단 기준으로 삼은 시장 참여자들의 추가 투자가 이어졌다. 당시 퀄컴은 취득 지분을 최소 6개월 이상 보유하는 조건으로 샤오미에 총 1억 달러(약 1,300억원)를 투자했다. 

이 밖에도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를 도입하면 IPO 과정에서 기업이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시장 거래 안정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당 제도가 시행되면 기업은 본격적인 공모 전 주식을 판매해 일정량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시장에서는 공모 대상 주식 중 10~30%가량이 일정 기간 매도가 불가해 거래 변동성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018년 한국거래소가 처음 공식화

국내에서는 한국거래소 2018년 사업계획서에서 처음으로 IPO 공모가격 합리화를 목표로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 도입이 공식 언급된 바 있다. 한해 전인 2017년 10월 금융투자협회가 제안한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을 위한 IPO 관련 제도 방안’을 반영한 것이었다. 이후 2020년 금융위원회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금융정책 추진방향’ 발표를 통해 IPO시장 활성화를 위한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의 필요성을 논의했다. 

2022년 말에는 금융위원회가 IPO 수요예측 내실화의 일환으로 기관투자자 대상 사전 투자수요 조사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며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와의 연계 계획을 시사하기도 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4월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금융투자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2차 릴레이 세미나’에서도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를 조속히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밖에도 기관투자자 대상으로 사전 수요조사를 허용해 공모가 범위를 합리적으로 재평가하겠다는 입장이다.

공모량 배정 규모 및 권한 범위 등 과제

다만 현행 자본시장법은 신고 전 증권의 취득이나 매수의 청약을 금지하고 있어 관련 조항을 개정해야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 도입이 가능하다. 증권신고서가 제출되기 전 모집이나 매출을 행위를 할 경우 ‘사전 공모 행위’로 판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자본시장법 제119조의 변경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 2023년 4월 금융위원회와 김희곤 국회의원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기관 투자가에 대한 공모 물량 배정 규모와 권한 부여 범위 등의 결정은 숙제로 남아 있다.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가 일부 기관투자가들에게 상당량의 공모주 물량을 배정하는 만큼, 소수 기관투자가에 대한 특혜로 비칠 수 있어서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제도 도입 전 우선배정에 따른 형평성 문제를 고려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보호예수의무, 이해상충방지, 공시 강화 등에 관한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센터장은 “개인 투자자들이 많고 혁신 기업들을 많이 상장하는 코스닥 시장의 특성을 감안하면, 가격 발견 기능에 도움이 되는 코너스톤 제도 도입이 바람직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제도 도입보다 이후 운영을 어떻게 하는지가 제도 도입의 성패를 가르는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