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11억 달러 투자하는 알리익스프레스, 물류센터 확보해 경쟁력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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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그룹, 차후 3년간 국내에 대규모 투자 단행
한국 물류센터 확보 중심으로 사업 확대 전략 본격화
국내 공략에 속도 내는 알리익스프레스, 토종 이커머스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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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 알리익스프레스의 모기업 알리바바그룹이 한국 시장에 1조원(약 7억5,000만 달러) 이상의 투자를 단행한다. 통합 물류센터 구축 등을 통해 본격적으로 국내 사업을 고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알리바바그룹은 최근 한국 내 사업 확대를 위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사업 계획서를 한국 정부에 제출했다.

대규모 자본 투입해 국내 서비스 고도화

차후 알리바바그룹은 국내 사업 확장을 위해 3년간 11억 달러(약 1조4,500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다. 알리바바그룹 측이 정부에 제출한 계획서에는 우선 2억 달러를 투자해 올해 안에 국내에 18만㎡(약 5만4,450평) 규모의 통합 물류센터(풀필먼트)를 구축하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물류센터 확보를 통해 해외 업체 특유의 배송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국 셀러(판매자)의 글로벌 판매를 위해서는 1억 달러(약 1,300억원)를 투자한다. 우수한 한국 상품을 발굴하기 위한 소싱 센터를 신설하고, 수출 플랫폼 역할을 수행할 글로벌 판매 채널도 개설하겠다는 구상이다. 알리바바그룹은 차후 알리익스프레스 외 동남아시아, 스페인어권 등 각국에서 운영 중인 여러 이커머스 플랫폼에서도 한국 상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3년간 총 5만 개에 달하는 한국 중소기업의 글로벌 수출을 지원한다는 목표다.

소비자 보호 대책 수립에는 약 1,000억원이 투입된다. 우선 알리바바그룹은 300명의 전문 상담사가 있는 고객서비스센터를 공식 개설, 소비자 불만 사항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다. 직접구매(직구) 상품에 대해 구매 후 90일 내 ‘무조건 환불’ 서비스를 제공하고, 직구 상품이 가품으로 의심될 경우 구매 대금을 100% 반환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가품 의심 상품을 선별하고, 한국 브랜드의 지적재산권을 보호하는 데에는 100억원의 자금을 투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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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그룹의 물류망 구축 방향은?

유통업계는 알리익스프레스가 본격적으로 국내 물류망 확보에 나섰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이미 지난해 상품 배송 기간을 3∼5일까지 단축했으며, 무료배송·무료반품 서비스 역시 점차 확대해 나가는 중이다. 이처럼 알리바바그룹이 꾸준히 물류 체계 구축에 힘을 쏟는 것은 양질의 배송 서비스에 익숙한 국내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알리익스프레스의 차후 물류망 구축 방향에 대한 분석이 오가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가 손쉽고 저렴한 물류 체계 구축을 희망할 경우, 이미 완공된 국내 물류센터를 쇼핑하듯 골라 담을 수 있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착공한 물류센터들이 줄줄이 완공되며 공실률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상업용 부동산 종합 서비스 기업 알스퀘어에 따르면, 작년 하반기 수도권 물류센터 공실률은 10.3%를 기록했다. 올해에도 대규모 물류센터 공급이 줄줄이 예정돼 있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차후 물류센터 공실률이 상승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하지만 알리익스프레스가 주거지와 도심에 가까운 양질의 도심형 물류센터를 필요로 하는 경우 상황이 달라진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규 물류센터 공급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입지가 좋은 물류센터 매물은 찾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요즘과 같은 공급 과잉 상황에서도 ‘A급’ 물류센터는 늘 수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알리익스프레스가 입지가 우수한 물류센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쿠팡 등 토종 이커머스 기업과 일종의 경쟁을 펼쳐야 한다는 의미다.

탐색전은 끝났다, 국내 이커머스 업계 ‘긴장’

이 같은 난관을 뚫고 알리익스프레스가 국내에 자체 물류센터를 확보하게 되면 해외 이커머스 특유의 한계인 배송 기간 문제를 넘어서게 된다. 중국 이커머스가 여타 토종 이커머스 업체와 동등한 선에서 국내 시장 점유율 경쟁을 펼치게 된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막강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알리익스프레스가 배송의 한계를 뛰어넘을 경우 대다수 토종 이커머스 업체가 입지를 잃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알리바바그룹이 스마트 물류 기업인 자회사 차이냐오 네트워크(Cainiao Network, 이하 차이냐오)를 통해 국내 물류업계에 이미 녹아들어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22년 차이냐오는 알리익스프레스의 크로스보더(Cross Border,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것) 배송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한국 내 첫 유통센터와 트럭 수송선로를 확립했다. 지난해 3월에는 CJ대한통운과의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한층 견고한 국내 물류망을 확보하기도 했다. 알리익스프레스의 평균 배송 기간이 5일 수준까지 대폭 단축될 수 있었던 비결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알리바바그룹 측이 이미 국내 유통업계 전반에 대한 파악을 마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알리익스프레스가 수년간의 ‘탐색전’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국내 유통 시장 공략에 나설 경우, 시장 판도가 순식간에 뒤집힐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 주도권을 잃을 위기에 처한 토종 이커머스 업계에는 싸늘한 긴장감만이 맴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