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하니 금리 뚝뚝”,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 3% 진입
KB국민·하나·농협·우리, 주담대 하단 3% 인터넷은행들의 연이은 금리 인하 영향 대출 갈아타기 경쟁이 가져온 효과
은행권 이달 취급하는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하단이 3%대에 진입했다. 대출 갈아타기 경쟁과 준거금리 하락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주담대 취급액 잔액이 1,100조원을 돌파한 데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관리라는 목표를 내놓고 있어 현 금리가 유지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변동형 주담대 상품 금리, 3% 수준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NH농협은행, 우리은행 등 주요 5대 은행들이 취급하는 변동형 주담대 상품 금리가 3% 후반~4% 초반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날 KB국민은행 홈페이지에 공시된 정보를 보면 신규 코픽스(6개월) 상품은 4.07~5.47%, 코픽스 12개월 상품은 3.99~5.39%대 금리로 분포됐다. 주요 취급 상품의 금리 하단이 3%대를 보였다.
우리은행이 취급하는 변동금리 주담대도 낮은 수준을 보였다. 우리아파트론(일반자금) 변동금리(5년)의 최저금리는 3.81%로 취급 상품 중 가장 낮은 편이다. 이 외에도 하나은행이 취급하는 ‘하나원큐주택담보대출(혼합)’ 상품의 금리는 3.649~4.049% 분포를 보였다. NH농협은행이 취급하는 신규 주담대 변동금리는 3.89~5.90%로 금리 하단이 3%대에 안착했다.
변동형 주담대 금리 하락은 변동금리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하락이 영향을 줬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를 말하며, 지수 하락은 은행이 자금을 조달한 금리가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달 은행권이 취급한 코픽스 금리 평균은 3.62%이며, 이는 전월(3.66%)보다 0.04%p 하락한 수치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지난해 11월(4.00%) 이후 3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이는 중이다.
다만 이처럼 낮은 수준의 금리가 이달 내내 이어질 것인지는 미지수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의지가 강한데다 높은 물가 지속으로 인해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미뤄지고 있어서다. 여기에 높은 물가가 유지되고 있는 점과 이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것도 부담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달 주담대 총 잔액이 1,100조원을 넘긴 상황”이라며 “전체 파이가 커진 만큼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가 쉽지 않게 됐고, 이에 금융 상품 문턱을 높여 대응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이 부추긴 금리 인하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 인하는 최근 공격적 영업에 나서고 있는 인터넷은행의 영향이 크다.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말부터 예·적금 금리를 낮췄다. 정기예금 금리를 만기에 따라 0.1~0.2%포인트, 자유적금 만기 12개월 이상 금리를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정기예금 만기 6개월 이상~36개월 미만 금리는 연 3.60%에서 3.50%로 낮아졌고, 자유적금 금리는 만기 6개월 이상~12개월 미만이 연 3.70%, 만기 12개월 이상~24개월 미만, 24개월 이상~36개월 미만은 연 3.90%로 조정됐다.
카카오뱅크의 정기예금(12개월) 금리는 두 달 만에 0.3%포인트 떨어졌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12월 말 수신금리를 낮춘 데 이어 올해 들어 전날까지 세 차례에 걸쳐 정기예금 금리를 내렸다. 이에 따라 카카오뱅크의 정기예금 금리는 주요 시중은행보다도 낮아졌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주요 정기예금 상품 최고금리는 연 3.55~3.61%로 집계됐다.
케이뱅크도 지난달 23일 정기예금 금리를 0.05%포인트 낮췄다. 이에 ‘코드K 정기예금’(1년) 금리는 연 3.70%에서 3.65%로 내렸다. 케이뱅크는 앞서 1월에도 세 차례에 걸쳐 예금금리를 0.15%포인트 하향 조정한 바 있다. 토스뱅크는 지난달 8일 ‘먼저 이자 받는 정기예금’의 금리를 0.2%포인트 내렸다. 이에 만기 3·6개월 금리가 연 3.40%에서 3.20%로 낮아졌다. 앞서 1월 말에도 연 3.50%에서 3.40%로 인하했다.
대환대출 정책 효과
정부 주도의 대환대출 정책도 금리를 끌어내리는 데 기여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개시된 전세대출 갈아타기 서비스에 3,869명이 몰렸다. 이들 차주의 신청액수는 6,788억원이다. 하루 평균 1천억원씩 금리가 낮은 대출상품으로 옮겨가는 셈이다. 특히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들은 주담대 갈아타기에 이어 전세대출 갈아타기 인프라에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 은행은 3% 초·중반대 금리를 제시하면서 흥행을 주도하고 있다.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해주고 있는 것도 메리트로 작용했다. 이에 시중은행들도 전세대출 변동금리 하단을 경쟁적으로 낮추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은 아파트 담보로 한정된 주담대 갈아타기 서비스를 실시간 시세 조회가 가능한 빌라나 오피스텔로도 확대하고, 전세대출 갈아타기 서비스 역시 계약기간의 절반이 넘지 않았더라도 가능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렇게 되면 향후 은행권 경쟁은 더 심화되고 대출 금리는 더 낮아질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달 7일 KBS 신년대담에서 “국민이 은행에 대출 조건 비교해 은행을 변경하도록 하면서 사실 금리가 많이 내렸다”며 “금리 갈아타기는 공정한 경쟁을 유도함으로써 금융 소비자들에게 혜택 돌아가도록 한 것”이라고 성과를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