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라데팡스,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 중 장남에게 명예훼손 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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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데팡스,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 중인 장남 임종훈 사장 명예훼손으로 고소
임 사장, 2022년 라데팡스 개입 후 경영권 분쟁이 심화됐다 주장
라데팡스에 지분 매각 요청했던 것이 임 사장 형제라는 반박 내세워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승계 전에 백기사로 참여했던 적이 있던 사모펀드 라데팡스가 임종윤 사장을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서울경찰청에 접수된 라데팡스의 고소장에 따르면 임 사장이 라데팡스가 한미사이언스 경영에 개입한 이후 경영권 분쟁이 심화됐고, 이 과정에서 라데팡스가 이득을 챙겼다는 취지의 언론 인터뷰를 문제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라데팡스는 지난 가을까지 한미약품 일가의 지분 일부를 우호지분 형태로 인수해 일가의 상속세 문제를 해결해주려는 거래를 진행했던 바 있으나, 당시 출자자(LP)로 참여할 예정이었던 새마을금고가 부동산PF 부실화 등으로 인해 자금난에 휩싸이면서 거래가 결렬된 바 있다. 한미약품 일가는 고 임성기 명예회장이 2020년에 타개한 후 상속세 마련에 고심해오다 지난해 12월부터 OCI그룹과 통합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통합파인 모녀(송영숙 회장, 임주현 사장)와 달리 장·차남(임종훈 사장, 임종윤 사장)은 통합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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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전경 / 출처=한미약품

2022년 라데팡스 개입 후 경영권 분쟁이 심화됐다는 임종윤 사장

지난 8일 임종윤 사장 측은  “고 임성기 회장 타계 이후 2020년 8월 송영숙 회장이 지주사 대표이사에 오르고 12년간 지주사 각자 대표이사인 본인은 조직도 없이 배제됐다”며 “이후 2022년 3월 일방적으로 재선임 불가 통보를 받았고 대신 그 자리는 라데팡스에서 추천한 사외이사가 선임됐다”고 주장했다. 또 “당시 임종윤 사장은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족 간 갈등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우려해 결국 이를 받아드릴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번 한미-OCI통합 안건도 언론을 통해 뒤늦게 알게 된 것 또한 라데팡스 개입 이후 본격화된 경영 배제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임 사장은 이어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mRNA(메신저리보핵산) 원료 및 생산 공장을 보유하고 있던 한미약품 중심으로 진행하려했던 백신 개발 사업이 좌초된 것도 문제 삼았다. 당시 임 사장은 세계보건기구(WHO)에 아시아 백신 생산 허브를 구축하자는 제안했고, LNP(지질나노입자) 기술, 고도화된 mRNA 생산설비 등의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영국 mRNA 권위자인 케임브리지 로빈 박사를 만나기도 했다. 공동 개발이 가능했다면 모더나 대항마로 한국이 제약 강국이 될 수 있었으나, 국내에서 녹십자, 동아에스티 등이 참여하는 3자 협의체가 조직 분쟁에 무너지며 백신 공동 개발 및 생산을 포기해야했던 사례를 설명한 바 있다.

회사의 성장을 위해 해외 주요 관계자를 만나는 등 분주히 노력했으나 자신을 회사 경영에 관심이 없었고, 주요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등으로 몰아세웠다는 것이다. 2022년 3월 임종윤 사장이 임원 재선임 불가 통보를 받았던 당시, 그 자리는 라데팡스에서 추천한 사외이사가 선임된 점도 지적했다. 임 사장은 당시 반대의사를 분명히했으나, 가족간 갈등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우려해 결국 이를 받아드릴 수밖에 없었다고 답했다.

‘경영권-분쟁‘-한미사이언스-주요-주주-지분율
경영권 분쟁 중인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 지분율

임 사장이 먼저 지분 매각을 위해 찾아왔을 뿐이라는 라데팡스

반면 라데팡스 측에서는 임 사장 형제가 자신들의 지분 매각을 라데팡스에 요청하면서 매각 작업이 시작됐을 뿐, 라데팡스 측에서 임 사장 형제를 경영 일선에서 몰아낸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22일 제출한 고소장에는 라데팡스와 임 사장 등이 직접 맺은 자문 계약서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라데팡스가 송 회장 및 임주현 사장의 지분을 인수한다는 공시가 나왔을 때도 임 사장 형제가 특별한 반응이 없었고, 새마을금고를 대체할 LP를 찾던 최근까지도 연락을 이어왔다고 밝혔다.

라데팡스가 한미-OCI통합으로 100억원 상당의 자문료를 받는다는 임 사장 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라데팡스는 한미약품그룹, OCI그룹 양사와 통합에 대한 자문 계약을 맺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IB업계에서는 라데팡스의 직접 자금이 투입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문이 필요했다면 주요 투자은행이 참여했을 것으로 판단하고, 이번 통합은 “라데팡스 입장에서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된 상황”인만큼, 라데팡스가 자문료를 요구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OCI그룹이 신규자금 투입 2,400억원을 포함해 지분 인수 전체에 7,7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하는 만큼, 통상의 성공 보수가 책정된다면 100억원 상당이 될 수도 있다”면서 “다만, 라데팡스가 지분을 인수하는 것과 자문 계약의 계약 구조가 같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