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 주주총회까지 이어진 횡령 논란과 회계 투명성 논란
지난해 주총에 이어 올해도 회계 투명성 논란 이어져 횡령 의혹 질문에 "내부회계관리제도 잘 갖춰져 있다" 답변 K-배터리 업황 악화에 따른 밸류업 강조되는 분위기 맞춰줄 것 주문도
25일 LG에너지솔루션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장 횡령 및 회계 투명성에 관한 논란 등이 언급됐다. 회사 직원도 참여해 개인 의견이라는 전제 아래 주주권한 제한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총회장에 참석한 관계자들은 LG에너지솔루션이 비록 4년차 기업이기는 하지만 LG화학에서 계열 분리돼 넘어온 만큼, 내부 통제 시스템이 잘 관리돼 있을 것이라 기대했으나, 이번 총회 중에 터져 나온 각종 논란에 다소 놀란 모습이었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지난해 말 선임된 김동명 신임 대표와 함께 배터리 산업 불황 극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히며, ESG 경영 및 내부 회계 감사 시스템 강화를 위한 사외 이사 선임을 강조했다.
3년 연속 바뀐 회계 감사 기관과 횡령 논란
앞서 지난해 개최된 주주총회에서는 3개년간 감사법인이 매년 교체된 부분에 대해 주주들이 의문을 삼은 바 있다. 일반적으로 회계감사는 장기간 1개 법인에 의뢰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지난 2022년 회계년도에 안진회계법인 선정까지 매년 회계감사 기관이 변경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회사 측과 회계법인 관계자들은 1기는 물적분할 직후이므로 지배기업이었던 LG화학의 감사인이 그대로 감사를 진행했고, 2기는 IPO 지정 감사인, 3기는 자유수임이었다고 밝혔다. 올해도 안진회계법인이 감사를 진행하면서 연이은 감사 기관 변경에 대한 논란은 일축됐다.
그러나 주주질의에서는 기업 감사 총괄을 맡은 감사위원에게 횡령 의혹이 있었지 않았냐는 질문과 함께, 내부 감사 대책이 얼마나 잘 갖춰져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쏟아져 나왔다. 회사 측에서는 내부회계관리제도를 통한 내부 통제 시스템이 감사위원회를 항시 감시하고 있다며 안심해도 된다는 답변을 내놨으나, 주주들은 내부 통제 상황에 대한 정보가 잘 알려져 있지 않다는 지적과 함께, 특히 영업 사항에 대한 구체적인 관리 체계에 대한 정보를 요구했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앞서 감사위원회 위원장으로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의 한승수 교수를 지난 2021년에 이어 재선임한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일리노이 주립대학 회계학과에서 회계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주요 전공은 재무보고 및 공시, 국제회계, 성과평가 및 보상이다. 지난 2006년 싱가포르 경영대학 조교수를 시작으로 2009년부터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현재 한국회계정책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고, 금융감독원의 회계심의위원회 위원이기도 하다.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와 ‘밸류업’
최근 들어 사외이사 임명에 대해서도 산업 전문성과 더불어 회계·재무 등 이른바 ‘파이낸셜 리터러시(금융 이해력)’에 대한 지적이 잇따른다. 특히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가 1명인 경우는 해당 위원의 전문성만큼이나 횡령 등에 대한 논란도 지적 대상이다. 앞서 20일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는 김광윤(72) 아주대 경영학과 명예교수가 소액주주 중 한 사람으로 로봇 분야 전문가인 조혜경(60) 한성대 교수의 사외이사 선임안에 반대 발언을 했던 것이 화제가 됐다.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기에는 회계·재무 지식이 부족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삼성전자의 경우 감사위원 3명 중 1명만 회계·재무전문가다. 감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인호 전 신한금융지주회사 대표이사 사장이 사실상 단독으로 국내 시가총액 1위 기업 감사에 대한 책임을 짊어지는 셈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도 감사위원회 구성인원 3명 중 한승수 위원장을 제외한 나머지 2명은 기술 전문가인 신미남 전 두산 퓨얼셀 사장, 법학 전문가인 여미숙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013년 미국 연방정부의 전기배터리산업 장려금 일부를 횡령한 사실이 2021년 상장 심사 중에 논의됐던 사례도 있다. 미시건주 홀랜드 배터리 공장 건설과 관련, 연방정부로부터 1억5천만 달러(약 2,000억원)의 장려금을 받은 다음, 공장 건설은 당초 약속의 60%만 진행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은 연방 에너지부의 감사에 이어 연방검찰의 수사를 받았고, 결국 2백만 달러(약 27억원)의 과징금을 납부하면서 기소 위기를 모면했다.
주총장의 한 관계자는 과거 “권영수 부회장이 LG에너지솔루션 대표를 맡던 시절에는 회계 전문가라는 이미지가 강해 회계 문제가 상대적으로 덜 논란이 됐다”면서 “지난해 말 선임된 김동명 대표가 기술 전문가인 만큼, 주주들의 우려가 전보다는 좀 더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주총 분위기를 설명했다.
한편 최근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기업가치 제고(밸류업)과 관련해서도 주총장 내외에서 여러 의견이 흘러나왔다. K-배터리 업황이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는 만큼, 업황 악화에 대한 대응과 함께 LG에너지솔루션이 내부회계 투명성 강조, 주주권한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