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에 모녀 측 추천 이사 6명 선임 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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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수책위, 한미약품그룹 모녀 측 추천 이사 6명 전원 찬성 결정
법원의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기각에 이어 국민연금까지 모녀 측의 통합안에 힘 실어줘
증권가, 재역전했지만 여전히 소액주주 지분이 캐스팅 보트, 양측 모두 주주 가치 제고 설득해야

국민연금이 한미약품그룹을 둘러싼 모녀와 형제간 경영권 분쟁에서 모녀 측 손을 들어줬다.

26일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이하 ‘수책위’)는 28일 열리는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의 안건에 대해 심의한 결과,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 및 현 경영진이 추천한 6명의 사외이사 선임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사내이사 후보는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 이우현 OCI그룹 회장이고, 그 외 최인영 기타비상무이사, 김하일, 서정모, 박경진 사외이사 등이 추천되어 있다. 수책위는 한미사이언스 일가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사장이 추천한 이사에 대해서는 모두 반대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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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송 회장 모녀 측에 손 들어줘

증권업계에서는 지난 22일 밤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임 사장 형제의 손을 들어주며 안개 속으로 빠져든 경영권 분쟁이 26일 오전 수원지방법원의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기각 결정에 이어 같은 날 오후 늦게 국민연금의 추책위마저 모녀 측의 추천 이사들 손을 들어주면서 대세가 모녀 측으로 기울었다는 평가다. 송 회장 모녀는 한미약품그룹의 성장 동력을 위한 외부 자금 투자 유치 및 오너 일가의 상속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OCI그룹과의 통합을 추진해왔다.

지난 주 늦게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임 사장 형제 측 지지를 선언하면서 증권가에서는 송 회장 모녀의 역전패를 점치는 경우도 있었다. 이어 법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하는 가현문화재단, 임성기재단이 모녀 측에 우호 지분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면서 임 사장 형제 측의 승리가 확정됐다는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러나 법원이 신주 발행을 법적 분쟁이 아니라 주주총회의 의결사항으로 넘기면서 송 회장 모녀에게 힘을 실어줬고, 중립 선언을 할 수도 있다고 예상됐던 국민연금 수책위마저 송 회장 모녀의 결정을 지지하면서 판세가 다시 재역전됐다는 평가다. 양쪽의 표 대결 차이가 5% 미만에 지나지 않는 상황에서, 7.66%의 지분을 갖고 있는 국민연금이 송 회장 모녀 측을 지지할 경우 단순 지분율에서 앞서는데다, 소액주주들의 지지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임 사장 형제의 자금 출처는 해외 투기자본?

이어 송 회장은 임 사장 형제가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할 경우 해외 자본에 지분을 매각할 수도 있다는 언급을 내놨다. 송 회장은 임 사장 형제가 IWL파트너스와 법무법인 대륙아주 측의 컨설팅을 받아 해외펀드에 지분을 매각하려 했다고 파악하고 있다. IB(투자은행)업계 관계자들은 IWL파트너스와 대륙아주 주요 인력들의 글로벌 금융시장 네트워크를 감안할 때, 해외 대형 사모펀드(PEF)들과 접촉하면서 지분 매각을 검토 중이라는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이미 신동기 전 골드만 홍콩지사 전무의 이름이 거론됐고, 그 외 주요 글로벌 금융전문가들이 한미약품그룹 주식에 관심있는 해외 자본가들과 한 차례 이상 논의를 주고 받았다는 것이다. 신동기 전 전무는 법무법인 대륙아주의 금융 고문으로 일하고 있다.

송 회장은 26일 입장문을 통해 해외자본에 지분을 매각하는 것을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했지만 결국 두 아들의 선택은 해외 자본에 아버지가 남겨준 소중한 지분을 일정 기간이 보장된 경영권과 맞바꾸는 것이 될 것”이라며 “두 아들의 말 못 할 사정은 그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안다”라고도 말했다. 반면 임종윤·종훈 사장 형제 측은 “한미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한 번도 팔 생각을 해본 적도 없고, 앞으로도 그 어떤 매도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소액주주들의 표심이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법원 결정과 국민연금 수책위의 판단까지 모녀 측의 손을 들어준만큼, 소액주주들의 ‘반란표’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날 한미사이언스 주가는 주당 43,850원에서 40,650원까지 7.3%나 급락했다. 지난 금요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참여가 가시화되기 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경영권 분쟁이 격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빠진 것이라고 해석하면서도, 여전히 소액주주 지분이 무려 16.77%나 되는만큼, 여전히 주주 가치 제고를 설득할 수 있는 측이 최종 승자가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