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올해도 5년간 100조원 투자? 3년째 반복되는 5년간 100조원 투자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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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 이번 주총에서 5년간 국내에만 100조원 투자
미래 사업 R&D에만 50조원 투자 발표도
"AI·바이오·클린테크 강화해 차별적 고객가치 만들겠다"
반복된 투자 계획과 박스권 주가·배당에 일부 주주 실망 표하기도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그룹의 미래 핵심 성장 동력인 ‘A·B·C’(인공지능·바이오·클린테크) 육성을 위해 5년간 국내에만 10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주요 미래 사업 연구개발(R&D)에 절반인 50조원을 투자해 미래 준비에 속도를 낸다는 전략이다.

27일 ㈜LG 주주총회에서 구 회장은 서면 인사말을 통해 LG그룹의 지속 성장을 위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LG그룹만의 차별적 고객가치를 확보해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어 “성장 사업은 고객·시장이 요구하는 핵심 경쟁력을 조기에 확보해 주력 사업화하고, 미래 사업은 ABC 분야를 중심으로 속도감 있게 추진해 미래 포트폴리오의 한 축으로 키워가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주주총회장에서는 2022년 주주총회부터 3년째 반복돼 온 5년간 국내 100조원 투자 계획에 ‘식상하다’는 표현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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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LG회장

3년째 반복되는 ‘5년간 국내 100조원 투자 계획’

구광모 회장이 주주총회에서 밝힌 투자 규모는 LG그룹 글로벌 투자의 6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LG는 △ABC △배터리 △자동차 부품 △차세대 디스플레이 부문에 50조원을 투자해 경쟁력 강화에 나설 방침이다. 특히 연구개발(R&D)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내를 핵심소재 R&D와 스마트팩토리 등 제조 핵심기지로 육성하겠다는 것이 LG그룹 목표다. 나머지 50조원은 기존 주력사업인 생활가전, 디스플레이, 석유화학에 투자한다.

그러나 주총장에서는 2022년 주총 때부터 매년 반복돼 온 ‘5년간 국내 100조원 투자 계획’이 식상하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주가도 2022년 여름부터 줄곧 답보상태인 주당 80,000원~ 90,000원 박스권에서 맴돌고 있다. 배당금은 회계연도 기준 2021년에 주당 2,800원, 2022년에 3,000원, 2023년에는 3,100원이다. 주가가 박스권을 형성하고 있는 만큼, 시가 기준 배당률도 3.46%, 3.84%, 3.61%에 그치는 수준이다. LG디스플레이, LG생활건강 등의 주요 계열사들 주가가 지난 3년간 크게 떨어진 만큼, LG 주가가 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을 ‘선방’이라고 표현하는 주주들도 있었으나, 대체로 사회 환원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주주 환원에도 초점을 맞춰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주주들의 큰 불만은 미래 산업 역량 및 투자 계획이다. 매년 100조원 투자계획을 발표하지만 계열사에서 가시적인 성장을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올해 눈에 띄게 달랐던 점은 미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지정한 ‘A·B·C’육성을 위해 지난해 10조원보다 크게 뛴 50조원 규모의 투자를 하겠다는 부분이다. 2022년에는 전체 106조원의 투자 계획 중 배터리·배터리 소재·차세대 디스플레이·AI 등 미래성장 분야에 4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진한 AI 사업과 성장 중인 바이오·클린테크 사업

LG는 지난 2020년 AI연구원을 설립했다. LG계열사들의 연구 허브를 완성하겠다는 목적으로 이홍락 미국 미시간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를 비롯해 서강대 서정연 교수, 이문태 일리노이대 교수 등을 영입했다. 이 교수는 LG그룹 후원으로 국내 모 대학의 AI/BigData 교육을 담당하는 MBA 과정을 다닐 정도로, 그룹 차원에서 AI 기술력의 현장 응용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설립 당시 70여 명에 불과했던 AI 연구원은 현재 270명까지 불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나치게 기계적인 접근 위주로 프로젝트가 기획됐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프로젝트, 현장 적용이 어려운 프로젝트들이 대부분이었던 탓에 LG 계열사들에 적용하는 데 가시적인 성과는 부족한 상황이다. 반면 바이오 분야에서는 속속 사업 육성 결과물이 나오고 있다. LG화학의 생명과학본부는 올해 들어 미국 리듬파마슈티컬스에 4,000억원 규모의 희귀비만증 신약 기술을 수출하는 성과를 올렸다. 지난해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신장암 치료제를 보유한 아베오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미국에 다양한 자체 개발 신약을 출시할 계기를 마련했다. 구 회장은 지난해 글로벌 바이오 산업의 메카로 불리는 미국 보스턴을 방문해 “LG의 바이오 사업이 지금은 비록 작은 씨앗이지만 노력하고 도전한다면 LG를 대표하는 미래 거목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클린테크 분야로는 탄소중립과 제품 폐기물 순환체계 구축, 탄소 저감 등이 꼽힌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배터리 교환 시스템(BSS) 사업과 재생에너지 전력망 통합관리(EA) 등 신사업 확장을 위해 독립기업 쿠루와 AVEL을 출범한 바 있다. LG전자의 자회사인 하이비차저(HiEV Charger)는 지난해부터 국내에서 전기차 충전기 생산을 본격 시작했고, 최근 미국 텍사스주에도 전기차 충전기 생산 공장을 구축해 현지 공략에 나섰다.

구 회장은 “성장 사업은 고객과 시장이 요구하는 핵심 경쟁력을 조기에 확보해 주력 사업화할 것”이라며 “미래 사업은 AI, 바이오, 클린테크 분야를 중심으로 속도감 있게 추진해 미래 포트폴리오의 한 축으로 키워가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