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에 불어닥친 ‘건전성 리스크’, 부실채권 확대 양상에 KB도 2,000억 털기 나섰지만 “부실 누적 개연성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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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채권 정리 나선 KB국민은행, 여타 시중은행들도 부실채권 정리 수순
부실채권커버리지비율 100% 넘지만, "부실채권 성장 속도 너무 빨라"
고금리 기조에 실질연체율 상승까지, "부실채권 확대 개연성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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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이 2,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부실채권(NPL) 정리에 나섰다. 1분기 결산을 앞두고 경영지표 개선을 위해 대규모 부실채권 정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부실채권을 털어낸다 해도 각종 리스크 요소가 산재해 있는 만큼 당장 지표 개선이 이뤄지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부실채권 성장 속도가 너무 빠른 데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부실채권 확대 개연성이 여전히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KB국민은행, 2,000억원가량 부실채권 매각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부실채권 매각 관련 자문사를 선정하고 고정이하여신으로 분류된 부동산 담보부여신 및 기업회생채권을 매각한다. 매각 규모는 약 2,000억원 안팎이며, 차주 수는 약 350차주로 추정된다. KB국민은행 여신관리부에 따르면 KB국민의 부실채권 매각 자문사 참가 자격은 ‘은행권 부실채권 매각 자문 실적이 최근 2년간 4,000억원 이상인 회계법인’이다. 회계법인은 단독으로 참여하며, 타 회계법인과 컨소시엄은 구성할 수 없다. 또 은행권 실적은 담보부(기업회생 포함) 채권만 해당되며 신용채권 및 저축은행 등 2금융권 실적은 제외된다.

계약보증금의 경우 납부 면제토록 하나, 은행이 요구하는 경우 확약서 또는 보증금을 납부해야 할 수 있다. 낙찰자는 평가위원회 평가 결과 기술능력평가 부문에서 배점의 80% 이상을 취득하고 종합평가점수가 85점 이상인 자 중 최고점수자를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할 예정이다. 최고점수자와의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엔 차점자 순으로 협상 순위를 결정토록 했다. 제안서는 내달 5일까지 인편 접수 방식으로 KB국민은행 여신관리부에 제출할 수 있으며,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선 청렴계약이행 확약서를 제출해야만 한다. 이를 거부할 경우 용역에 참가할 수 없다.

부실채권은 3개월 이상 연체됐거나 원금이 정상적으로 상환되지 않은 대출채권을 의미한다. 은행은 부실채권을 매각하면 연체율과 부실채권 비율 등 건전성 지표가 나아지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KB국민은행도 1분기 결산 재무제표에 반영하기 위해 부실채권 매각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KB금융지주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부실채권 비율인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31%다. 전 분기보다 5bp(1bp=0.01%p), 전년 말 대비로는 11bp 나빠졌다. 연체율은 0.22%로 같은 기간 5bp 악화됐다. 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 평균 연체율 0.26%와 비교하면 업계 최저 수준이긴 하나, KB국민은행만 놓고 보면 이전보다 대손충당금 적립 확대가 불가피해 순이익 규모가 쪼그라들 수 있다. 대손충당금은 채권 회수가 불가능할 것을 대비해 쌓아놓는 적립금으로 회계상 비용으로 처리된다.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해 KB국민은행은 대손충당금으로 1조844억원을 쌓아둔 상태다. 현재 KB국민은행의 부실채권 대비 대손충당금 적립 비율(부실채권커버리지비율)은 225.6%로 전 분기보다 2.1%p, 전년 대비로는 33.8%p 악화됐다. 기준치인 100%를 크게 웃도는 수치긴 하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에 따른 경기 악화와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배상 이슈를 고려하면 선제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특히 금융감독원이 권고한 기준안에 따라 금융권에서 추산하는 손실률 50%·배상률 40%를 적용하면 은행권의 전체 배상 규모는 약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 중 KB국민은행 몫만 1조원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우도형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KB의 홍콩 H지수 기초 ELS 판매 잔액은 7조8,000억원 수준으로 배상 규모는 대략 세전 1조원인데 지난해 KB금융의 연간 지배주주 순이익의 22%에 해당하는 금액”이라며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충당금적립액 축소가 기대되며 ELS 배상비용 증가분을 상쇄할 전망이며, 이에 따라 올해 KB금융의 실적은 지난해보다 크게 악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KB국민은행의 부담 요소는 해외에도 산재해 있다. 인도네시아 자회사 KB부코핀은행이 대표적이다. KB국민은행 2023년 연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KB부코핀은행 순손실은 2,612억원으로 전년 기준 8,020억원에서 약 67.4% 감소했다. 부실채권 규모를 대폭 줄이며 대출채권 관리에 속도를 낸 게 긍정적 효과를 본 셈이지만, 실제 흑자전환 시기까지는 여전히 지주 차원에서 감내할 부분이 많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당장 대출연체 관리, 부실채권 회수 등 현지법인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단 것이다.

대출채권 회수 과정에서 불거진 현지 업체와의 소송전 역시 발등의 불이다. 지난 2019년 부코핀은행은 대출 차주 가운데 부실회사인 TMJ에 담보권 실행을 하기 위해 해당 회사가 담보로 제공한 주식을 경매에 내놨는데, 당시 주식을 낙찰받은 현지회사 NKLI가 돌연 부코핀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대출 과정에 법적 문제가 있었단 게 이유였다. 이렇듯 거듭 이어지는 리스크 요인은 KB금융지주를 갉아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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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 가중되는 은행권, 부실채권 매각 규모 ‘5배’

최근 부진을 면치 못하는 건 KB국민은행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내 4대 은행 전반이 잠재된 금리 리스크로 은행 건전성에 경고음을 울리는 양상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직전 1년간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개 은행의 금리부 자본변동(이하 금리 EVE)은 총 4조9,646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28.8%(1조1,098억원) 늘었다. 금리 EVE는 금리 변동으로 은행의 자본에 발생할 수 있는 최대 예상 위험을 수치화한 지표로, 금리의 ▲평행상승 ▲평행하락 ▲단기하락·장기상승 ▲단기상승·장기하락 ▲단기상승 ▲단기하락 등 여섯 가지 금리 충격 시나리오에 따른 리스크를 계산한 뒤 개중 은행 자본에 제일 큰 타격을 줄 것으로 관측된 케이스를 최종 결과로 삼는다.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의 금리 EVE는 1조2,113억원으로 동기간 317.3% 증가했다. 신한은행 역시 1조1,860억원으로 13.4%, 우리은행은 6,837억원으로 66.2%씩 해당 금액이 늘었다. 조사 대상 은행들 중에서는 하나은행 홀로 금리 EVE가 1조8,836억원으로 10.6% 줄었다. 대출 건전성이 흔들리며 은행권 전반의 금리 리스크도 덩달아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고금리 부담으로 빚을 제때 갚지 못하는 차주들이 많아지면서 은행에 악영향을 주고 있단 것이다.

이에 은행들은 리스크 정리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부실이 과도하게 누적돼 리스크가 가중되는 현상을 최소화하겠단 취지다. 이는 부실채권 매각 지표를 보면 확연히 알 수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은 지난해 4조2,587억원의 부실채권을 상각 또는 매각했다. 이는 2022년(1조7,654억원)의 두 배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특히 부실채권의 ‘매각’ 규모가 크게 늘었다. 하나은행의 경우 2022년 1,757억원에서 지난해 8,811억원으로 5배 이상 늘었고, 우리은행도 동기간 1,340억원에서 7,250억원으로 5배 넘게 늘었다. 이에 대해 은행 관계자는 “보통 신용 대출은 상각 처리를 하고 부동산 등 담보가 있으면 채권을 매각한다”며 “개인과 기업의 담보 대출마저 부실이 커졌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질연체율 우상향, “부실채권 확대 우려 여전해”

문제는 실질연체율이 계속 상승하고 있단 점이다. 실질연체율은 부실채권 매각 또는 상각 처리 이전의 연체율을 뜻하는 말로, 통상 은행들은 매 분기 말(3·6·9·12월)에 주로 부실채권을 정리하는데, 직전 달의 연체율을 통해 실질연체율을 가늠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국내 은행 대출 연체율은 0.46%로 한 달 전보다 0.03%p 올랐다. 전년 대비 0.19%p 상승한 셈인데, 이는 2019년 11월(0.48%) 이후 최대 수준이다. 올해 전망도 어둡다. 경기 부진이 지속되는 데다 예상보다 금리 인하 속도가 빠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하는 차주가 늘어날 것으로 점쳐지면서다. 은행 관계자는 “올해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건전성 관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올해엔 1분기에만 2조원에 달하는 부실채권 물량이 풀렸다. 단 3개월 만에 지난해 거래된 부실채권 규모(5조원) 중 40%에 달하는 물량이 쏟아져 나온 셈이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통상 1분기에는 5,000억~6,000억원 정도가 거래되는데, 올해는 평균보다 3배나 많은 금액이 나왔다”며 “작년까지는 한정된 물건에 사려는 사람이 많이 몰렸는데, 올해는 물량이 늘면서 매입 타깃이 안분되면서 전업사 간 경쟁이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물량이 많이 나오면 아무래도 입찰가가 낮아질 수 있다”며 “현재 조달 코스트가 가장 낮은 곳은 연합자산관리(유암코)고, 이어 하나에프앤아이(F&I)와 우리F&I, 대신F&I, 키움F&I 순”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다 보니 전문가들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올해 부실채권 성장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실제 부실채권은 지난해 1분기 말 전년 동기 대비 6.7% 증가했고, 2분기 말엔 13.0% 증가를 기록했다. 이후 3분기 말에 들어선 증가율이 21.2%까지 높아졌다. 상술했듯 KB국민은행 등의 부실채권커버리지비율이 높은 수준을 보여 아직 관리 가능한 수준 정도로 여겨지긴 하나, 향후 발생할지 모를 부실을 예단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불안정성이 높다는 언급을 피해 갈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은 상황도 악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잔액 기준 지난해 9월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적용 대출 비중은 70.3%, 기업대출은 63.9%를 기록했다. 신규취급액으로 봐도 변동금리 비중은 가계대출 47.8%, 기업대출 56.8%다. 기준금리 인하에 ‘시기상조’라는 입장이 견고한 상황에서 부실채권 확대 개연성만 높아졌단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