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1조원 만기 도래에 자금조달 어려움 가중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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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국내 신용평가 3사 이마트 신용등급 'AA-'로 하향
올해 만기사채 9,500억원, 현금성자산은 1,700억원에 불과
지난해 이자 비용만 4,177억원으로 영업손실분의 9배 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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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가 올해 만기도래 회사채(공모·사모채) 차환을 위한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신용등급이 AA에서 AA-로 한 노치 강등된 영향이다. 또 대형마트 업황 저하에 따른 이익창출 규모가 감소한 데다 인수합병(M&A) 등으로 재무부담이 확대되면서 이마트의 크레딧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는 점도 자금 조달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이익창출력 악화, 대형마트 업황 침체 등으로 신용등급 하락

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9,500억원 규모의 공모·사모채가 있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이마트가 보유한 현금성자산 1,700억원의 5배를 웃도는 규모다. 구체적으로 이달 15일 2,700억원의 공모채 만기 일정을 시작으로, 오는 8월 1,700억원의 공모채의 만기가 도래한다. 이어 11월에는 5,056억원 규모 해외 사모사채 만기도 예정돼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이마트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면서 자금 조달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신용등급 하향은 해당 기업에 대한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회사채 발행 금리를 높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21일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마트의 신용등급을 기존 AA에서 AA-로 하향한 바 있다. 이어 같은 달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도 동일하게 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국내 신용평가사 3사 모두 ▲대형마트의 업황 침체 ▲이익창출력 악화 ▲M&A 등으로 인한 재무부담 확대 등을 신용등급 강등의 요인으로 꼽았다. 

이커머스의 점유율이 높아지고 대형마트의 소량 구매 패턴이 정착되면서 주력사업인 대형마트 부문의 이익창출력도 크게 약화됐다. 업체 간 치열한 경쟁 구도 속에서 온라인 채널을 강화하기 위해 지마켓을 인수하는 등 적극적인 확장 정책을 펼치면서 재무 부담도 커지고 있다. 2021년 이베이코리아와 W컨셉코리아 인수, SCK컴퍼니 지분 추가 취득 등으로 약 4조4,000억원의 순차입금이 증가했고 이후에도 미국 와이너리 취득, 부동산 개발 등의 자금소요가 계속되면서 재무 부담은 확대됐다.

현재 이마트가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1,700억원 수준으로 만기 도래한 사채를 상환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같은 우려에 대해 이마트 관계자는 “올해 필요한 자금은 연초에 조달했다”며 “향후 필요한 자금은 지분이나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일회성 자금을 마련하고 필요시 단기자금 시장에서 조달하거나 영업활동을 통해 발생하는 수익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단기자금을 조달하겠다는 방안에 대해서는 “현재 이마트의 기업어음과 단기사채 신용등급이 A1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장기 신용등급과의 채권금리 차이가 크지 않아 이자비용의 증가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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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 2월 3,000억원 회사채 발행, 금리는 연 4%대로 껑충

지난 2월 이마트는 2019년 2월 연 2.21%로 빌린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에 대응하기 위해 3,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당시 신용등급이 ‘부정적’으로 강등된 이후 첫 회사채 발행이어서 기관투자자 선호도가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국내 신용평가 3사는 이마트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향후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어 투자 위험도가 높음을 의미한다.

이런 우려가 커지자 이마트는 주관사, 인수단 등 총 9개 증권사를 모아 회사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투자수요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여러 곳에서 소액으로 물량을 받아 부담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대표 주관사에는 KB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이 이름을 올렸다. 이어 인수단에는 SK증권, 현대차증권, 하나증권, 대신증권, 삼성증권 등이 참여했다.

결국 이마트는 신용등급 하락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3,000억원의 회사채 발행에 성공했다. 다만 발행금리가 2배로 뛰면서 부담이 커졌다. 2019년 당시 이마트는 연 2%대 금리에 자금을 융통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수요예측 결과 3년물 2,050억원은 개별 민평금리 대비 19bp 높은 4.025%, 5년물 950억원은 30bp 높은 4.329%에 물량을 채웠다. 완판엔 성공했지만, 이자 부담은 해소하지 못한 셈이다.

지난해 영업손실 469억원, 신세계건설 실적 부진에 적자전환

유통업의 경우 납품 대금 지급을 위해선 현금성자산이 필요한 만큼 이마트는 앞으로도 주기적으로 회사채 시장을 찾을 수밖에 없다. 실제 이마트는 지난해 1월과 7월 각각 3,900억원, 5,000억원의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하지만 이마트에 대한 시각이 예전과 달라지면서 이자 부담이 커졌다. 오프라인 소매유통 사업의 경쟁력이 약화됐고 이커머스 부문의 투자 성과 발현도 늦어지고 있어 영업현금흐름의 뚜렷한 개선이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5년 새 이마트의 이자 비용은 무려 3배나 급증했다. 지난해에만 6차례에 걸쳐 사채를 발행한 만큼 이자 부담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3일 공개한 이마트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마트가 지난해 지급한 이자 비용은 4,177억원으로 영업손실분의 9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마트의 이자 비용은 2018년 815억원대로 비교적 낮은 수준을 보이다 2019년 1,000억원을 돌파한 이후 2021년부터 매년 1,000억원 가까이 불어나고 있다. 2021년만 해도 1.48에 달했던 이자보상배율은 2022년 0.43, 2023년 -0.11로 급격히 악화됐다.

실적 악화도 재무건전성에 영향을 미쳤다. 이마트는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손실 46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적자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29조4,722억원으로 전년 대비 0.5% 증가했다. 순손실은 1,875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특히 신세계건설의 실적 악화가 뚜렸했다. 지난해 신세계건설은 공사 원가 상승, 분양실적 부진으로 예상되는 미래 손실을 선반영하며 1,87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마트 매출액은 16조5,500억원, 영업이익은 1,880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대비 2.1%, 27.4% 감소한 수치다. G마켓과 SSG닷컴도 지난해 각각 321억원, 1,03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를 이어갔고, 이마트24도 연간 영업손실 230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