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물가 쇼크에 ‘원·달러 환율’ 출렁, 17개월 만에 최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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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CPI 예상치 상회, ‘6월 인하설’ 물 건너갔다
환율 1,360원대 진입, 2022년 11월 이후 최고
엔화값도 34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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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준금리가 예상을 웃돈 소비자물가지수(CPI)로 인해 인하 시점이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며 달러당 원화가격이 1,360원대로 추락했다. 엔화 역시 동반 약세를 나타냈다. 엔화는 달러당 153엔대로 급락하며 3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신호가 명확해질 때까지 달러 강세가 지속되며 엔과 원 등 아시아 통화는 하락 압력을 계속 받을 전망이다.

원화값 17개월 만에 1,360원대

11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9.2원 내린 1,364.1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2022년 11월 10일(1,377.5원) 이후 1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원화가격은 올 들어 약세를 나타내며 줄곧 1,30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날 원화 가치가 급락한 이유는 미국 기준금리 조기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깨졌기 때문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1·2월 CPI가 예상보다 견고했는데도 계절적 요인 등을 거론하면서 의미를 축소해온 까닭에 시장은 3월 CPI를 주목했지만 결과적으로 연준이 틀린 셈”이라며 “6월 금리 인하 기대감이 산산조각 나면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원화 가치가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도 “6월 금리 인하 확률은 사실상 제로(0)이고 7월에도 인하가 어렵지 않겠냐는 시장의 실망감이 원화가격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이날 원화가격은 장중 한때 1,365.0원까지 떨어지면서 당국 개입에 대한 경계감이 커졌다.

한국 기준금리 인하 시기도 밀리나, 국내 물가 관리에도 ‘경고등’

미국 물가상승률이 시장 전망치를 연이어 웃돌면서 한국에서도 고금리가 장기화될 우려가 커졌다. 시장에서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올해 4분기(10∼12월) 이후로 밀릴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미국 경기의 예상 밖 호조세로 인해 한은의 물가 관리 부담은 더 커졌다. 미 달러화 강세로 수입물가가 오르면서 국내 물가 전반에 상승 압력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산물 가격을 비롯해 국제유가가 치솟는 가운데 고환율 변수까지 등장하면서 올해 물가 전망(2.6%)이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1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동결을 예상하면서도 향후 정책 결정에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나 가계 및 기업 부채 등을 고려하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야 하지만, 현재 최대 2%포인트 벌어진 한미 금리 격차를 고려할 때 한은이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를 결정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금리 장기화 전망이 제기되면서 부동산 PF나 가계 부채 문제가 금융 시스템 위기로까지 전이될 수 있는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정부나 한은에서 선제적 대응에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엔화, 위완화도 약세 압박

Fed의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이 크게 낮아지자 엔화도 초약세를 보였다. 달러당 엔화가격은 미국 시장 장 마감 무렵인 한국시간으로 오전 6시께 153.20엔대까지 떨어졌다. 이는 1990년 6월 이후 약 34년 만에 최저치다. 닛케이는 “미국과 일본 간 금리 차가 당분간 축소되지 않고 유지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이는 움직임이 강해졌다”고 전했다.

일본 외환 당국이 이날 오전 “과도한 움직임에 모든 수단을 배제하지 않고 적절히 대응하겠다”며 구두 개입에 나섰지만 엔화가격은 이날 오후에도 여전히 153엔 안팎에서 거래됐다. 앞서 일본은행은 지난달 17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했지만, 금리를 낮은 수준으로 억제하는 완화적 금융 환경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 위안화 역시 약세 압박이 커지고 있다. 미국 물가와 달리 중국 물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중국의 3월 CPI는 지난해보다 0.1% 상승하는 데 그쳤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과 중국의 물가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양대 경제 대국의 금리 격차가 위안화에 하락 압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