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은행 CIR 43.5%, 점포 폐쇄·디지털화로 영업효율성 개선
판관비 가장 적은 하나은행 CIR 39.6%, 유일하게 30%대 진입
농협은행, 총영업이익 17.5% 급증하며 CIR 큰 폭으로 하락
인터넷은행들, 틈새상품으로 이익 개선하며 CIR 30%대 도달
5대 시중은행들의 경영 효율성이 전반적으로 개선된 가운데 지난해 하나은행의 영업이익경비율(CIR)이 30%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자장사’ 논란이 제기된 2022년 이후 시중은행들은 점포 폐쇄 등 구조조정을 통해 판매관리비 등 비용 효율화 방안을 이어가면서 CIR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이같은 CIR 개선 흐름은 저성장 장기화로 인한 불확실성 증가, 디지털화를 통한 신사업 추진 등을 통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영업이익 증가·판매관리비 하락, 시중은행 CIR 개선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연간 기준 CIR은 평균 43.5%로 집계됐다. 전년 46.4% 대비 2.9%p 오른 수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51.2%와 비교하면 7.7%p 낮아졌다. CIR은 은행이 이자, 수수료 등으로 벌어들인 수입에서 판매관리비로 얼마나 사용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시중은행들의 실적과 유지비용의 추이를 살펴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수치가 낮을수록 경영 효율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한다.
2023년 기준 CIR은 하나은행, KB국민은행, 신한은행, NH농협은행, 우리은행 순으로 양호하게 나타났다. 은행별로 보면 하나은행이 39.6%로 5대 은행 중에서 유일하게 30%대를 기록했다. 하나은행의 판관비는 3조4,486억원으로 5대 은행 가운데 가장 적은 반면, 총영업이익은 8조7,124억원으로 전년 대비 8.3% 증가했다. CIR도 1.7%p 낮아졌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은 “지난해 연간 실적을 발표했던 당시만 해도 2회의 특별퇴직 비용을 인식했지만 경상비용 통제·관리 노력이 이뤄진 데 따른 것”이라며 “전사적인 비용 효율화를 통해 CIR이 8년 연속 개선세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5대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총영업이익이 10조원을 돌파한 10조4,579억원을 기록했다. 판관비도 1,700억원 넘게 절감하면서 CIR은 전년 대비 5.4%p 개선된 43.2%를 기록했다. 신한은행도 CIR이 전년 대비 0.5%p 개선되면서 국민은행과 같은 43.2%를 나타냈다. 농협은행의 경우 지난해 총영업이익이 6조8,283억원에서 8조219억원으로 17.5% 급증하면서 CIR은 44.6%를 기록했다. 2022년 CIR은 50%대였으나 5.8%p 하락하며 가장 큰 폭으로 개선됐다. 마지막으로 우리은행은 판관비를 줄였지만 총영업이익도 소폭 감소하면서 CIR이 5대 시중은행 중 가장 높은 46.8%를 기록했다.
점포 폐쇄, 인력 효율화, 비대면 서비스 확대 등 주효
전문가들은 지난해 은행들이 금리상승기에 최대 수익을 내면서도 영업점 폐쇄, 대규모 희망퇴 등을 통해 리스크 관리와 비용 효율화를 꾀하면서 CIR이 개선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은행의 영업효율성을 나타내는 CIR은 이자장사 논란이 재점화됐던 2022년 이후 개선세가 보다 뚜렷했다. 매년 1%p 안팎의 변동폭을 보였던 국민은행의 경우 2022년 3.5%p, 2023년 5.5%p 개선됐다. 농협은행도 2022년 3.3%p, 2023년 3.8%p로 2년 연속 감소폭을 늘렸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은행들의 점포 수는 △2018년 6,766곳 △2019년 6,709곳 △2020년 6,405곳 △2021년 6,094곳로 점차 감소하다가 2023년 들어 점포 수가 6,000곳 밑으로 하락했다. 2023년 한해에만 5대 시중은행의 점포 67곳이 디지털화·거점화 등의 이유로 문을 닫았다. 인력 효율화도 진행 중이다. 최근 몇 년간 은행권에서는 거의 매년 희망퇴직을 실시해 왔다. 2022년 5대 시중은행의 희망퇴직자는 2,000여 명에 달하며 지난해에도 829명의 임직원이 짐을 쌌다.
이런 가운데 인터넷전문은행의 영업효율성은 더욱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2019년 58.4%였던 CIR이 2023년 37.3%으로 개선됐다. 출범 다음해인 2022년 CIR지표가 173.1%에 달했던 토스뱅크도 2023년 38.5%로 영업효율성이 크게 개선됐다. 케이뱅크 또한 영업을 재개한 2020년 300%였던 CIR이 2021년 61%, 2022년 37.5%, 2023년 3분기에는 29.8%까지 하락했다. 3대 인터넷은행의 CIR 평균은 35.2%로 40%대를 기록한 5대 시중은행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대면 서비스를 중심으로 하는 인터넷은행의 특성상 영업효율면에서 크게 약진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은행의 경우 고객 수 확대를 위해 점포수를 늘릴 필요가 없고 전산비, 인건비 등이 판매관리비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또한 고금리 시기에 저리의 대출 상품과 고금리 예금 상품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해 영업이익을 개선한 것도 영업효율 개선에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당분간 CIR 개선 흐름 이어갈 듯, 단 ‘ELS 배상’은 변수
최근 고금리 기조와 경기 둔화가 장기화되면서 은행권의 수익성 저하와 건전성 악화 우려가 제기되는 만큼 은행권의 경영 효율화 노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시중은행들은 CIR을 30%대로 낮추고 이익 창출력을 높이는 데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CIR는 미래 성장성에 대한 지표로 CIR이 낮아지면 상품 금리와 수수료를 경쟁력 있게 책정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이 개선되는 선순환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올해도 고비용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지점 폐쇄와 통폐합을 통해 오프라인 점포를 축소하고 인력을 줄이는 구조조정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 부문에 대한 투자 확대도 이어질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해 말 시중은행들은 인사이동과 조직개편을 통해 회사의 디지털 부문을 강화했다. ‘디지털 서비스 중심의 영업력 확대’라는 메시지를 명확히 한 것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등 은행권을 둘러싼 악재와 불투명한 경제 상황 속에서 미래의 먹거리고 디지털 사업에 중점을 두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한편 당분간 은행권의 이같은 CIR 개선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올해 들어 은행권이 ‘홍콩 ELS 사태’의 손실 고객들에 대한 자율배상에 돌입하면서 2조원에 달하는 비용 집행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홍콩H지수 기초 ELS 불완전판매 이슈로 은행권의 상품 판매 활동 자체가 위축됨에 따라 수수료 수익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는 상반기 실적 부진에 영향을 미치는 일회성 요인으로 하반기 이후에는 이익 증대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커질 것으로 보인다.